※ Harvard Business Review의 「The Right Way to Start a New Job — And Leave Your Old One」를 번역한 글입니다. 글쓴이 타미 에릭슨(Tammy Erickson)은 2011년 세계 기업경영 지식인 50인에 선정된 경영·관리 분야 전문가로 HBR 등에 기고하면서 해당 분야에 관련된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습니다. 짤방과 소제목은 편집자가 임의로 삽입했습니다.
나를 놀라게 한 신입 직원
나는 한때 온통 밀린 일을 처리하기 위해 도움을 줄 사람을 고용한 적이 있다. 당시 회사 내의 가장 큰 부서의 장이었던 나는 업무량이 과중했고 대부분의 관련 업무들은 회사의 가장 중요한 고객들과 관련된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고유 업무는 물론이고 고객들과 직접 연관된 일에조차 집중하기 어려웠다.
새로 고용한 남자가 내 사무실에 들어와서 첫 번째로 던진 질문이 “현재 당신의 우선순위 높은 업무 세 가지가 무엇이죠?”였다. ‘나의 우선순위?’ 나는 의아했다. 그래서 대답을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곧 ‘까짓것, 뭐 말해주지’ 하는 심경으로 나의 세 가지 골칫거리를 얘기해주었다. 다양한 고객과 복잡한 계약들로 얽히고설킨 복잡한 문제들을 말이다. 그는 내가 말하는 동안 작은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었다.
내가 말을 마치고 나자 그는 다른 어떤 것도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밖으로 나갔다. 나는 ‘아이고, 이런…’ 하고 속으로 되뇌었다. ‘이 사람을 고용한 것은 실수다, 시간 낭비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내가 말한 세 가지 문제점들이 아마도 그를 질리게 한 것 같았다. 나는 한숨을 쉬고 이제 내가 네 번째 문제를 하나 더 떠안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날 일과 시간이 끝나갈 무렵 그가 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다 됐어요”라고 말했다. 이어서 “다음 세 가지는 뭔가요?”라고 묻는 것이 아닌가.
내가 나서기도 전에 도움을 준 루스
이제 이쯤에서 내가 이 글에서 여러분에게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밝히려 한다. 새로운 직업을 시작하는 완벽한 방법에 대한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은 당신의 상사를 약간 불안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깊은 인상을 각인시킬 수 있는 그런 방법이다. 또 그 인상은 ‘좋은’ 인상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10년은 갈 그런 인상이다. 내가 위에서 말한 사람은 이런 분야의 최고수였기에 예를 든 것이다.
최고수는 아니지만 인상을 남기는 방법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그중에서도 최고였다. 그를 고용하고 며칠 후 어느 날, 고위 임직원이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 들렀다. 그는 다짜고짜 서류뭉치를 내 얼굴 앞에 디밀었다. 그것은 한눈에 보기에도 논문의 초안처럼 글자가 빽빽한 문서였다. 그리고 그 문서의 표지 아래 공간에는 다음과 같은 메모가 적혀 있었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들을 검토해보았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군요. 이게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 루스
그 임직원은 나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 루스라는 사람이 누구죠?”
말할 것도 없이 새로 고용된 그였다. 그 고위 임직원이 내게 내밀었던 문서는 루스가 작성한 제안서 비슷한 것이었다. 루스는 특정 사업에 관련된 핵심 인물을 찾아내면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않고 그 사업에 도움이 될 만한 대안을 며칠이고 만든 다음 직접 핵심 인물에게 초안을 보냈다. 초안이긴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용한 접근법을 포함한 것들이었다. 이것을 꼭 상대방이 퇴근하고 없는 밤중에 책상 위에 갖다 놓았다. 내가 보기에도 아주 인상적인 방법이었다.
직장을 떠날 때 절대 그냥 떠나지 말아라
이번에는 직장을 떠날 때의 얘길 해볼까 한다. 나는 아무런 인상도 주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그들이 관둔 것을 주변 사람들이 몰랐을 정도다. 물론 그들이 아무런 관심도 전혀 받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무슨 관심이냐고? ‘과연 저 사람이 나가면 어떤 불쌍한 다음 타자가 저 사람을 고용하게 될까?’ 하는 것이었다. 슬픈 일이다.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것은 떠나는 곳에서의 인상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회사를 떠날 때 고약하게 관둔 사례를 많이 안다. 기억하는 사람 중에는 말도 못 할 만큼 일을 많이, 크게 벌여놓고는 예산이 책정된 사업을 반도 못 끝내놓고 회사를 나가버린 이가 있다. 그동안 해놓은 일도 대부분 미결이었고 나머지는 사업 종결 시한이 코앞인데 스케줄표만 짜놓고 실제로 추진한 것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놓고는 자신의 이익을 앞세워 회사를 뛰쳐나갔다. 미진한 사업만이라도 챙겨놓고 나갔더라면, 동료가 대안이나 대체 사업을 구상할 시간을 벌 동안만이라도 회사에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직장을 떠날 때 흔히들 하는 실수가 자신의 일에만 신경을 쓴다는 점이다. 남겨진 사람들은 뭐가 되어도 좋다는 말인가.
반대로 동료들에게 일일이 다가가서 안부를 묻고 현재 하는 일이 잘 되고 있는지, 자신과 관계된 일 중에 해결해주고 떠나야 할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부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동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물론 나중에라도 마주치면 좋은 협력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명성과 평판은 처음과 마지막에 집중적으로 형성된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명성’과 ‘평판’이다. 명성이나 평판은 몇 주, 몇 달로 형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쌓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오늘날 이 사회에는 회사를 떠나고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다반사이다. 떠날 때는 몰라도 새로운 직장에 들어갈 때 자신의 평판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직장을 옮겨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 것이다.
내가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당신의 평판이 형성되는 것은 당신이 들어오고 나갈 때, 그 첫 몇 주와 마지막 몇 주라는 것이다.
첫 만남의 중요성
새로운 직장에 도착했을 때, 이전의 직장을 떠날 때, 당신의 모든 역량은 당신의 조직과 동료들에게 맞추어져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사람들에게 ‘뭐 필요한 거 없어?’나 ‘내가 도와줄까?’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이왕 물어볼 것이라면 남들이 다 들리게 크게 물어봐야 한다. 결코 당신의 이야기나 당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지 말라. 그 당신이 상대에 집중한다면 결국 두 가지는 나중에 돌려받을 것이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말이다.
원문: 오피스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