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은 스마트폰 가입자만도 4천만 명에 달한다. 10대에서부터 6, 70대 노년층까지도 두루 즐겨 사용하고 있다. 이만하면 ‘국민 메신저’로 불릴 만하다.
지난 1일 카카오톡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쳐 다음카카오로 출범하면서 시가총액 10조원대의 포털공룡으로 발돋움했다. 강적 네이버에 맞설 만한 규모를 갖췄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날 언론은 다음카카오 출범식에 주목하기보다는 ‘카카오톡 검열’에 초점을 맞췄다. 다음카카오 입장에서는 출범 첫날 대형 악재를 만난 셈이다.
발단은 이날 오전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시민단체의 기자간담회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경찰이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 수사과정에서 카카오톡을 압수수색해 3000명의 개인정보를 사찰했다고 주장하면서 검찰의 ‘유관기관 대책회의’에 카카오의 간부가 참석했다고 폭로했다. 다음카카오 출범식 기자간담회에서 기자가 사실 여부를 묻자 이석우 공동대표는 “검찰이 오라는데 안갈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참석 사실을 시인했다.
이 대표는 수사기관의 ‘카톡 검열’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폈다. 그는 검찰과 경찰이 정 부대표와 대화를 나눈 상대방의 개인정보까지 들여다본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어떤 서비스도 해당 국가의 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정당한 절차에는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검경의 수사태도가 과연 적정했냐는 것이다. 정 부대표와 대화를 나눈 3000여명의 신상정보까지 들여다본 것은 분명 과잉이다. 그래서 일각에서 ‘사찰’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을 연상케 하는 검경의 과잉수사가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그 불똥은 다음카카오 측으로 튀었다. 그러자 다음카카오 측은 다음날 즉각 ‘카카오톡 사찰’은 사실무근이라거나 또 카카오톡 대화내용 저장기간을 2~3일로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사후약방문’은 별다른 효험을 내지 못했다. 그 대신 다음카카오의 주가 폭락에다 소위 ‘사이버 망명’이 속출하였다. 일반 네티즌들은 물론 심지어 검사, 경찰, 국회의원들까지 망명 대열에 합류했다. ‘듣보잡’이던 텔레그램은 새 피난처로 급부상하였고, 단 며칠 만에 가입자가 10배를 넘었다.
단지 수사 대상자의 ‘카톡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3000여 명의 개인정보가 경찰에 제공된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런데 네티즌들이 분노하는 것은 검경의 과잉수사보다도 다음카카오 측의 안이한 대응자세다. 이 공동대표는 사찰 논란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 없이 ‘오해’ 운운하면서 “카카오가 열심히 하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사찰 논란이 ‘오해’인지 사실인지 여부는 둘째 문제다. 해당업체 CEO의 태도가 이런 식이라면 누가 카카오톡을 믿고 서비스를 이용하겠는가.
물론 다음카카오 측으로서도 억울한 점이 없진 않을 것이다. 수사 목적 이외에 과다한 정보를 요구하는 수사 당국과 법원의 영장 발부 관행에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지난달 18일 대검찰청 주최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대책회의에 통신3사와 네이버를 비롯한 인터넷 포털업체들도 참석했지만 화살은 다음카카오가 전부 맞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다음카카오가 이를 핑계로 삼을 일은 못된다. 국내 카카오톡 이용자 수 등을 감안하면 이는 응당히 맞을 매인 셈이다.
이런 견해는 비단 필자만이 아니다. 출범식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미디어오늘>의 이정환 기자도 필자와 비슷한 입장을 ‘기자수첩’에서 지적한 바 있다. 이 기자는 “수많은 기자들을 불러 놓고 오해와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적극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며 “부실한 설명도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면서 수세적인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는 건 정말 안타까울 정도였다”고 썼다.
이 기자에 따르면, 이날 이석우 공동대표는 정확한 상황판단은 물론 기초적인 정보도 없이 기자들 앞에 섰다고 한다. ‘이이제이’ 이작가는 최근 팟캐스트 방송에서 자신이 참여하는 조기축구팀도 그새 텔레그램으로 갈아탔다고 공개한 바 있다. CEO 한 사람의 무책임한 자세가 거대기업의 미래를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이 공동대표는 과연 사업을 할 자격이 있는지, 아니 사업할 생각이 있기는 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이 글은 6일자 <피디저널>에 실린 칼럼입니다. (피처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원문: 보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