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명예훼손의 비형사화, 친고죄화 또는 진실유포죄 폐지
살인이나 아동성범죄에 대한 수사라면 카톡을 실시간 감청하든 메시지내용을 압수수색하든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취득하든 통신자료제공(이용자신원확인)을 받든 정당할 수 있다. 문제는 고위공직자나 정치인들의 평판 따위를 보호하기 위해서 일반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일반인들의 명예보호’를 위해 한다고 하지만 이번 명예훼손 전담팀의 핵심은 ‘선제적 대응(피해자 고소고발 없는 수사시작)’이다. 인터넷에 떠 있는 하고 많은 글들이 타인공격인데 공격당한 사람도 가만히 있는데 검찰이 뭘 알아서 그 글의 진위를 밝히려고 노력하겠는가?
예를 들어, “이철수 교수는 논문표절을 했다”는 글이 있고 이철수는 가만히 있는 경우 결국, 국가가 정한 ‘공인된 진실’(예: 천안함, 다이빙벨, 무인기,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 4대강 효과 등등)에 어긋나는 글들만 선제적 대응의 대상이 되지 않겠는가?
UN인권위원회 권고에 맞게 명예훼손 형사처벌을 폐지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친고죄화 해서 ‘선제적 대응’같은 것은 아예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유승희 의원이 친고죄화 법안을 발의해놓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진실도 명예로 처벌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검찰이 정부에 대해 진실된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이론적으로는 영장받아서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내가 쓴 글이 진실인데도 명훼수사한다고 나에 대해 압수수색한다고? 이거 고쳐야 한다. 이건 박영선 의원이 발의해 놓았다.
2. 전반적인 영장/법원허가의 발부기준의 강화
인구대비 연간 감청건수가 우리나라는 미국의 15배가 되고 일본의 287배라는 것 기억해주면 좋겠다. 압수수색은 전자정보에 대한 별도 통계를 본 적이 없고 전체가 연간 약 10-20만건으로 추정되는데 문제는 기각율이 1-2% 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미국 8%).
통신사실확인자료(수사대상이 누구와 언제 얼마나 통신했는지에 대한 자료)는 기각율도 낮지만 2011년 한해만 약 3천7백만명에 대해서 이루어졌다. ‘기지국수사’라는 한국특유의 수사방식때문인데 그 수많은 사람들 각각에 대한 사생활침해인건 마찬가지이다.
이건 법을 고쳐서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판사들의 감수성 및 법원-검찰 사이의 권력관계가 정상화되어야 될 것 같다.
3. 채증은 수사대상 범죄에 관련해서만 하도록
국민들이 싫어하는 것은 범죄와 무관하게 감시당하는 것이다. 피의자 A의 카톡방을 X범죄 수사 이유로 압수수색을 하면서 B,C의 통신내용을 보게 되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지만 B,C의 메시지중 X와 무관한 것까지 전부 채증(복사)할 때는 B,C를 수사대상으로 인정하고 B,C에 대해서 별도의 영장을 받아야 할 것이다. 피의자 A의 X범죄에 대해서 조사를 할 때 우연히 알게 된 X와 무관한 정보(범죄 Y, Z에 대한 정보 포함)를 채증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영장을 정당히 받았다면 그런 정보를 인지하는거야 어쩔수 없다고 치고 이를 복사해서 보관할거면 별도 영장을 받아야 한다.
사실은 수사대상 범죄와 무관한 정보를 검찰이 “인지”하는 것도 프라이버시 침해이니 가능한 최소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작성기간”까지 한정하도록 법을 만들어놓았는데 이것만으로 불충분하다.
법을 바꾸거나 영장판사들의 영민한 대처가 요구된다.
4. 이용자 통지의 실질화
감시당한 사람에게 통지를 해줘야 한다. 경찰이 압수영장이 있다고 해서 증거를 훔칠 수는 없는 것이다.
전기통신에 대한 감청, 압수수색, 통신사실확인자료취득 모두 통비법에 따라서 “기소/불기소처분 후” 30일내에 통지하기로 되어 있는데 이건 너무 느리다. 기소/불기소처분을 언제 할지 알 수가 없어서 수사가 1-2년 끌면 1-2년 동안 감시당한 것도 모르고 살아야 한다. 일본 미국 모두 감청과 통신사실확인자료 취득 모두 “감시행위 종료 후” 30일/90일내에 통지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법원 허락 없이도 검사장 권한으로 이 통지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통지도 제때 못받고 감시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카톡대화 압수수색이나 과거의 대화내역 (언제 누구랑) 취득은 감청이나 ‘장래’의 통신사실확인자료 취득과는 달리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피의자에게 사전통지 못할 정도로 ‘급속을 요하는 때’도 아니다. 단지 당사자가 지워도 서버에 남아서 그렇다는 건 아니고 (왜냐하면 사용량이 너무 많으면 예상보다 빨리 지워질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가 통지받고 지우지 못하도록 사업자가 계정동결 하도록 영장에 써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동결해놓고 그냥 형소법 121/122조에 나온대로 압색 전에 사전통지해줘도 괜찮다. 아마 피의자에게 수사상황 알려주는 것이 싫어서 그러는 모양인데 피의자도 어찌되었든 국민이고 수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건 통비법을 고쳐야 한다.
백보를 양보하여, 이미 형소법에 법원이 “정보기록장치” 압수수색하면 최소한 사후통지 즉시해주기로 되어 있는데 이거라도 잘 지켜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카톡압수수색 이멜 압수수색도 다 보기에 따라 “정보기록장치”의 일부(하드디스크의 일부 섹터)에 대한 압수수색인데. . .
5. “통신자료제공”제도 없애기
수사기관이 인터넷의 ‘공개된 글’을 감시하다가 ‘저 글은 누가 썼을까?’하고 신원파악을 하기위해 통신사/포털에 이용자정보를 제공받는 절차를 가리킨다. 피의자의 카톡대화방을 압수수색한 후에 다른 참가자들의 신원을 파악하는데 이용될 것이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에 따라 영장이고 뭐고 필요없이 팩스 하나면 된다. 팩스에 수사대상 범죄만 적어내면 된다. 신원정보도 통신내용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겉으로 밝히지 않았으면 프라이버시로 보호되어야 한다. 합법적인 집회에 마스크쓰고 나온 사람의 마스크를 강제로 벗기고 싶으면 영장이 필요한거다.
통신자료제공(특정 번호나 아이디의 이용자 신원을 파악하는 자료)도 한 해에 약 6백만건 (2011년 기준)이루어졌다. 우리나라 범죄율이 높은 편이 아닌데 6백만명이나 피의자 취급을 받는다는 건 참으로 놀라운 일인데, 원래 몇십만건 수준이었는데 이명박 정권 때부터 수백만건으로 늘었다.
아마도 이 때부터 명예훼손죄, 모욕죄, 허위사실유포죄 등에 다 검찰이 개입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말하다보니 결국 명예훼손는 검찰이 개입하지 않고 민사로만 다루도록 “명예훼손죄”는 폐지해야 할 것 같다.
관련 근거자료들은 아래 영문자료의 각주에 있다.
Internet surveillance korea 2014 (오픈넷)
피처 이미지 출처: 지디넷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