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인터넷쇼핑사이트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지인이 물어왔다. 경쟁사에서 국내 최고의 연예인을 써서 광고 캠페인을 준비 중인데, 과연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은지 말이다. 경쟁사는 엄청난 물량의 광고를 준비 중이며 연예인도 완전 최고 레벨로, 그것도 여러 명을 쓴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인의 회사 근처에서 식사를 하면서 그 분의 고민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실무 마케팅 경험을 오랫동안 해본 결과 개인적으로는 연예인을 내세우는 광고 캠페인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연예인들의 몸값은 너무 비싸다. 행사나 촬영 등에 나올 때 거마비(교통비)까지 내줘야 하고, 그들의 몇 가지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당초 예상했던 금액보다 더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TV 광고는 제작 비용도 너무 비싸다. 따라서 합리적으로 계산기를 두둘기다보면 그 금액만큼의 ROI를 뽑아내기는 쉽지 않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답이 잘 안 나온다. 하지만 비싼 연예인을 써도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앞의 전제들을 뒤집는 경우다. 즉…
① 광고를 집행하는 사람(우리 회사 혹은 경쟁사 할 것 없이)이 합리적일 필요가 별로 없거나
② 광고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때이다. 혹은 최근 한류 스타들처럼 워낙 약진하고 있어서
③ 광고 하나를 만들어 다른나라 시장까지 다 커버하는 등 범위를 넓혀서 사용할 수 있을 때이다.
아무튼 지인의 고민에 대한 나의 대답은 “되도록이면 연예인을 써서 대응하지 마라. 그들도 언젠가는 그걸 깨닫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지인은 왠지 계속 최고 연예인을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 이유는 지인의 회사를 통해서 자신들의 제품을 마케팅하고자 하는 판매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문득 이 상황이 치킨 프랜차이즈체인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국내에는 여러 번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간의 세대교체가 있었다. 과거에는 ‘처갓집양념통닭’부터 ‘페리카나치킨’ 등이 약진했었고, ‘BBQ치킨’과 ‘교촌치킨’도 엄청나게 성장을 했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굽네치킨’이나 ‘네네치킨’이 대세가 아닌가? 그런데 이 치킨 프랜차이즈의 광고 대결이 볼만하다. 지인의 고민을 들어주던 당시에 굽네치킨은 소녀시대, 네네치킨은 유재석과 티아라가 광고 모델이었다.
대기업이라도 소녀시대나 유재석 정도 되는 모델을 쓰려면 엄청난 마케팅효과를 기대하거나, 아니면 정말 돈을 한번 제대로 써보기로 작정을 해야 가능하다. 그런데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그 이유는 수많은 체인점들의 점주들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체인점들은 본사가 마케팅을 ‘제대로’ 해줄 것을 기대한다. 그리고 그런 지원이 없을 경우에는 모티베이션이 떨어진다. 본사 차원에서는 계산기를 두들겨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도, 자신들이 관리하는 체인점 점주들에게 자신감과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그럼으로써 앞으로 미래의 체인점 모집에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은 물론, 체인점 점주들이 신바람 나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경쟁사는 소녀시대를 광고 모델로 쓰는데, 우리 본사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거냐?”라는 불평불만을 듣기 싫다면 말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슈퍼볼 때가 되면 기업들이 엄청난 금액을 들여 광고를 집행한다. GM, 토요타, 폭스바겐 등의 자동차회사가 올해는 어떤 광고를 하는지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런 자동차 광고에도 최고의 위치에 있는 연예인들이 많이 등장한다. 물론 최고급 연예인을 기용한 광고를 슈퍼볼 기간에 몇 주간 튼다고 해서 투자 대비 수익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왜 자동차회사들은 슈퍼볼 광고에 열을 올리며 최고의 모델들을 기용할까?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딜러들이다. 미국에서는 직영 대리점이차를 파는 것이 아니라 딜러들이 본사를 대신해서 차를 판매한다. 본사 입장에서는 딜러들이 1차적인 고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본사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딜러와의 관계이다.
지금 현재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경우에는 딜러들이 모티베이션이 많이 떨어져 있다. 따라서 제조업체인 본사에서는 광고를 통해서나마 딜러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려고 할 때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에 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인 디트로이트 출신 래퍼 에미넴의 크라이슬러 광고이다.
요약하면 때로 광고의 타깃은 최종소비자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광고의 타깃은 당신을 따르는 다른 수많은 이해관계자일 수도 있다. 당신의 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다른 중소형 판매자들일 수도 있고, 딜러일 수도 있고, 프랜차이즈 가맹점포의 점주들일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것이 톱스타를 사용한 광고일까? 경쟁업체가 소녀시대를 모델로 쓴다면, 우리는 더 이상 아이돌을 모델로 쓰기 어려울 것이다. 티아라를 모델로 해봤자 위라는 인식만 더 심화시킬 수 있다(그래서 네네치킨은 티아라에 유재석까지 얹었다). 상대방이 먼저 막대한 돈으로 위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사용했다면, 똑같은 방식으로 이기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므로 연예인을 사용하는 광고를 찍을 때에는 몇 가지를 반드시 고려해야만 한다.
• 연예인을 쓴다면 1등 연예인을 써라.
• 1등 연예인을 기용할 것이 아니라면 신인 연예인을 써서 뜰 때까지 오래 키우는 게 낫다.
• 연예인 모델을 쓴다면 매체 비용도 후끈하게 써라. 그렇게 못할 거면 하지 않는 게 낫다. 좋은 연예인을 기용하고 매체비를 아껴서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면 쓰나마나이다.
• 소비자 말고 다른 이해관계자를 위해서 광고를 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먼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더 생각해보라. 정답은 연예인 광고가 아닐 수도 있다.
• 경쟁사가 1등 연예인을 쓴다면 등 연예인을 쓰는 것보다 차라리 그 비용으로 광고가 아닌 다른 곳에 투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