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의 가격 인상과 비판
2012년 초에 스타벅스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자 인터넷상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 스타벅스의 가격 인상에 대해 비판하는 글들의 대부분의 논점은 다음과 같았다.
– 스타벅스가 잘 팔리는 제품(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등)만 가격을 올렸다.
– 스타벅스가 잘 안 팔리는 제품(얼그레이, 화이트 모카프라푸치노 등)은 가격을 내렸다.
– 따라서 스타벅스의 전체 가격인상률은 희석되어서 많이 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 스타벅스는 가격인상과 함께 가격이 인하된 품목도 있다는 점을 강조해서 이야기한다.
– 이것은 꼼수이다.
가격결정은 기업의 고유 권한
스타벅스가 밝힌 당시의 가격 인상의 이유는 원유값 상승, 임대료 상승, 임금 상승이다. 스타벅스의 마지막 가격 인상은 2010년이었다. 그리고 한국의 평균적인 물가상승률은 약 3~4% 정도로 아주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체감물가는 확실하게 이보다는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러한 통계적인 물가상승률과체감물가 간의 격차가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생필품 물가가 더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유 가격은 2011년 대비 2012년에 12%가량 상승했다(통계청, 2012년 4월 기준). 이러한 우유 가격 상승은 커피업체에게는 그대로 원가 상승의 직격탄이 된다.
아메리카노와 같은 제품은 우유를 사용하지 않으니까 괜찮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원두 가격도 역시 상승했다고 한다. 카페라테, 카페모카 등의 주요 제품은 모두 우유를 사용하므로 원가 상승 요인이 더 컸을 것이다.
여기에 임대료와 임금 상승 등을 더하면 분명하게 가격 상승의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2012년의 가격 인상은 2010년 이후 2년만이라는 점에서 년간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10%가량의 가격 상승은 무리한 수준은 아닐 것이다.
기업은 경제적 동물이다. 기업은 매출과 이익에 대한 압박도 있지만 성장률에 대한 압박도 크다. 특히 상장되어 있는 기업들은 ‘작년 대비, 지난달 대비, 어제 대비 얼마나 성장했는가?’ 하는 것이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성장’이야말로 자본주의를 돌아가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 눈치를 봐야 하는 스타벅스에 중독된 우리 자신을 탓해야 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코스피에 상장되어 있었다면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지갑이라도 부풀려줬을 텐데, 스타벅스의 부는 고스란히 월스트리트로 가버리니 말이다.
커피는 생필품이 아닌 기호식품
역시 미디어와 여론의 심리는 소비자 편이다. 뉴스 매체와 여론은 항상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를 비난하는 경향이 크다. 2012년 스타벅스의 가격 인상이 비난을 받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것이다.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원죄이다.
그러나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즉, 싫으면 가지 않으면 되고, 마시지 않으면 된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논리이고, 가격을 올리는 기업이 떠안아야 할 리스크이다. “당신이 가격을 올려서 내 지갑이 홀쭉해졌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선택할 능력과 의사가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반박할 수도 있다. 스타벅스의 커피는 중독성이 심하기 때문에 이미 중독되어 있는 사람들은 재빨리 선택을 바꾸기 어렵고, 게다가 스타벅스는 소매점포이기 때문에 우리 주변의 노른자 땅들에 이미 많은 점포들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즉, 좋은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생활 깊숙이 들어온 다음에 갑자기 가격을 올리는 것은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스타벅스도 어디까지나 기업이다. 그것도 생필품이 아니라 기호식품을 파는 곳이다. 그렇다면 굳이 물가 통제에 대한 정부의 규제나 원가 공개에 대한 여론의 압박 등에 부담을 느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심지어 스타벅스는 독점기업도 아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커피체인점들 중 하나일 뿐이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른 브랜드로의 전환비용이 그다지 크지 않고, 얼마든지 다른 브랜드로 갈아탈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역삼역 근처 m 이내에 커피전문점체인이 군데 정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스타벅스의 중독성이나 락인현상을 언급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조금만 더 가면 다른 커피점이 있으니 말이다.
소비자의 최대 복수는 불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는 지불의사가 높은 소비자만이 인상된 가격에도 불구하고 계속 재화를 이용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대체제를 이용하면 된다. 원칙적으로 스타벅스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감수한 그들의 리스크도 이것이다.
“잘 팔리는 제품은 올리고, 안 팔리는 제품은 내렸다”라는 말은 경제학적으로 가격의 수요탄력성이 작은 제품에 대해서는 가격을 올리고, 가격의 수요탄력성이 큰 제품은 가격을 내림으로써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고전적인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아주 스마트한 결정이다.
그럼에도 행동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면 소비자들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반응하고, 이성적이고 경제적이지만은 않은 소비자들은 감정적인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인간은 감성의 동물이니 말이다. 그 부산물의 하나로 스타벅스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하락할 수도 있다.
2012년의 스타벅스도 대한민국 경제의 일원으로서 사람들에게 가격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이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경제적 의사결정을 두고 ‘꼼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부 소비
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언론들이 앞장서서 이렇게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가격을 인상한 기업에 소비자들이 가할 수 있는 최대의 복수는 그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스타벅스의 가격 인상이 스타벅스의 매출에 그렇게 큰 악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 만약 소비자들이 스타벅스를 외면했다면 스타벅스는 자신들의 실수에 대해서 혹독한 책임을 져야 했을 것이며, 이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생리이다.
돌아보면 일부 제품은 가격을 올리고 일부 제품은 가격을 내렸다고 해서 꼼수라고 분노하는 것은 기업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적 반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걱정스러운 것은 무조건적으로 원가에 기반한 가격책정만을 들이대는 막무가내식 반응이 많다는 점이다. 비용에는 제조원가만 있고, 그 외에 비즈니스를 더 차별화시키거나 재무적 비용 등이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여론 또한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