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이 글에서 ‘홍어’ 표현에 대한 비판을 받아, 이에 해명하고자 합니다. 이 글의 필자는 전북 태생으로 전북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홍어’라는 표현은 호남 비하 표현으로도 쓰이지만, 전북도민 사이에서는 자조적 표현으로 쓰입니다. 실제로 전북지역의 뉴스를 생산하는 기자들에게는 더말할 필요가 없죠. 마찬가지로 ‘고담’이라는 말을 대구 외 지역민이 이야기하면 비하지만, 대구 사람들은 자조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개그프로그램에서도 뚱뚱한 사람 비하는 금물이지만, 뚱뚱한 코메디언이 이야기하는 것이 허락이 되는 맥락으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미지의 세계’, ‘신이 버린 땅’
이 수식어가 가리키는 곳은 ‘빌딩 숲이 초원으로 변하는’ 13시간을 참아야 갈 수 있는 아프리카가 아니다. 이제부터 이 참혹한 수식어가 붙은 ‘그곳’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한반도 7시 본진 그곳에는 홍어족이 살고 있다. 저그가 아니다 홍어족의 수장인 레전드 족장 DJ가 올해 유명을 달리했지만 홍어족은 그의 유지를 받들어 모시며 살아가고 있다.
이곳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7시 본진 앞마당에는 순혈 홍어족으로도 불리지 못하는 ‘북방 홍어족’이 살고 있다. 그곳이 바로 전북. ‘미지의 세계’이자 ‘신이 버린 땅’, 심지어 이곳의 중심지 전주는 ‘인구의 1/3이 차상위계층'(대한적십자 2012년 자료)인 곳이다. 과거 마우스 좀 잡았다는 사람들은 모두 알다시피 앞마당은 본진보다 미네랄과 가스가 적다. 한때는 ‘호남은 푸대접, 강원은 무대접이라는 말도 있었으나, 평창동계올림픽 선정 이후로는 2시 감자 본진에도 밀리고 있다(…)
각설하고 아무튼 ‘서자 of 서자’, ‘홍어족에게도 무시당하는’ 홍어가 사는 지역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북방 홍어족의 경제구조
북방 홍어족이 사는 세상은 정말 후지다. 후지다는 표현이 좀 과하지만 살아보니 정말 후졌다. 필자가 2년 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이곳에 내려왔을 때 처음 받았던 인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제 사냥이라도 다녀야 하나’였다.
즉, 전북에는 먹거리가 없다. 이 시기 필자에게 가장 큰 미스터리는 ‘거리에 줄지어 서 있는 자영업 점포들은 어떻게 장사를 해 먹고살까?’였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낙후한 지역이다. 정착 후 1년이 지났을 무렵 이곳의 경제구조에 대해서 파악을 끝냈고 나의 미스터리는 비로소 풀렸다.
전북의 자영업자들을 먹여 살리고 비정규직 홍어들의 월급봉투를 채워주는 돈줄은 바로 토호세력과 그 세력을 보필•지원하는 공무원, 이들에게 콩고물을 얻어먹고 사는 건설업자 등 떨거지들이었다. 토호세력이라 함은 ‘민주당 클럽’에 가입한 정치세력과 대대손손 부동산과 인맥으로 호화로운 삶을 영위하는 자본가 세력이다. 또 이들의 사업을 허가 내주고 지원하는 공무원들은 안정된 월급과 토호세력으로부터 받은 ‘검은돈’으로 전북 경제를 뒷받침한다.
나머지 떨거지들은 이들에게서 떨어진 콩고물을 주워 먹고 서민 북방 홍어들에게 콩고물을 나눠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북의 경제는 이들의 손에 의해서 돌아가고 소수가 부를 독점하다보니 빈부격차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여기서는 대기업 연봉이면 40평대 아파트와 중형 세단을 끌 수 있다.
북방 홍어족에게 ‘민주당’이란?
전북에서 민주당의 위상은 굳이 말로 하지 않겠다. 어쨌든 여기서 발붙이고 사는 사람이라면 민주당에 몸담거나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으면 기본적인 사교 활동을 할 수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알려진 민주당의 이미지와 전북에서의 민주당은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한국에서 민주당은 어찌하다 보니 새누리당(괴물)과 싸우는 용사의 이미지를 갖게 돼 ‘진보진영’으로 분리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년 MB체제 아래서 민주당은 무상급식, 비정규직 문제, 부자증세, 재벌개혁 등등 진보적 키워드를 앞세워 왔다.
전북의 민주당은 어떨까? 전북의 민주당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민주당의 탈을 쓴 새누리당’이다.다들 알다시피 아, 전북에 관심 있는 사람 없을 테니 다들 모르겠지만 전북교육의 수장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보다 더 강력한 진보 교육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김 교육감의 진보 교육 정책들은 전북도의회의 90%가 넘는 민주당 도의원들에 의해 매번 저지당하고 있다. 중앙당 차원의 기조가 전북에서는 뒤집혀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가 그랬고, 무상급식, 진보교육예산심의, 혁신학교 등등 이로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다.
새누리당보다 더한 전북의 토호들
그들의 행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게 민주당인가 싶을 정도로 극렬 보수주의자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껍데기만 민주당이지 개개인을 살펴보면 짧게는 30년 길게는 헌정 역사 시작 이래로 부호 집안에서 자라나 전북에서 기득권을 행사해 온 사람들이다. 이들의 이 같은 ‘본투비 보수’ 성향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이들은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혀져 있으며 뿌리 깊은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선거판을 주도해 나가면서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 그럼에도 매번 총선과 대선 때면 북방 홍어족으로부터 90%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 또한 아이러니다. 이건 마치 차상위계층 지원대상에서 잘린 쪽방 할머니가 MB의 손을 잡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것과 같다.
한결같은 지지에도 민주당은 전북에서 수십년째 헛삽질만 계속하고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전북의 도 소재지인 전주에는 3년 넘게 시내버스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버스 사업주들은 앞서 이야기한 ‘토호세력’이고 이에 맞서는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민주당을 열렬히 사랑하는 북방 홍어족이다.
전주 시내버스 파업은 지난 총선과 대선 때 전북 민심을 얻기 위해 정치권에서 공을 많이 들였던 이슈였다. 민주당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차례 나섰지만 번번이 허탕을 치는 잉여력을 발휘하고 물러났다. ‘전북의 아들’, ‘아나운서계의 전설’, ‘어머니 정동영입니다’로 불리는 정동영조차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짱돌만 맞고 물러났을 정도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북방 홍어족에게는 민주당은 ‘용’과 같은 존재다. 실제로 본 적도 없고 영험한 능력을 확인하지도 않았지만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경외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반항은 순혈 홍어족이 하고 피해는 북방 홍어족이 본다
매번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경상도 VS 전라도’ 지역감정 구도는 그 효험을 발휘하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나 전남과 경북의 대결은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조선인민공화국의 공산당 전당대회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치열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대결은 경상도의 승리로 끝났고 유일한 승리였던 DJ정권의 전리품은 전남이 모두 거둬갔다. DJ시절 전북은 과거보다 더 심한 역차별을 받았다는 주장도 많다. MB정권에서도 이 같은 전통은 계속됐다. MB정권 내내 전북은 전남과 함께 도매금으로 보복을 당했다.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MB에게 충성각서까지 썼으나 보기 좋게 팽 당했다(…)
심지어 2년간 20조의 예산을 퍼부은 4대강 사업에서도 반항아 전남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았지만 전북은 여차 없이 버림을 받았다. 국토관리청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전남 영산강 구간에 지난 3년간 배당된 예산은 2조8000억원이다.
반면 전북의 희망이자 진정한 먹거리가 되어 줄 새만금 간척사업은 1995년 법안이 발의된 이래 근 20년 동안 겨우 4조의 예산이 편성돼 여전히 터덕거리고 있다. 이마저도 전북의 수장인 도지사가 예산위원회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보좌관(의원도 아니고)들에게 읍소해가며 따온 것이다. 정말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다.
매를 맞을 때면 도매금으로 함께 맞지만 당근을 받은 때는 얄짤 없이 버리는 카드가 된다. 이 같은 현상은 대의민주주의의 선거 매카니즘 때문이다. 일단 전북은 굳이 챙겨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인구 수가 적다. 게다가 북방 홍어족은 거의 대부분의 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아가페를 실현하고 있다.
선거의 핵심은 쪽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6월 기준 전북의 인구 수는 전주 65만을 필두로 전체 187만3093명이다. 반면 광주•전남은 264만8886명에 달한다. 나 같아도 전북을 버릴만하다.
이번 대선에서도 전북은 철저히 소외됐다. 문재인 전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전북관련 대선공약 하나 없이 딱 한차례 방문하는 만용을 부렸다. 그것도 전남 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 해외 유명 팝스타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 시사회가 일본에 가다가 한국에 잠시 들르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얼마나 관심이 없으면 문재인 캠프는 전북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정동영을 전북 마크맨으로 선발했다. 정동영은 18대 총선에서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려 했다가 ‘대선 후보까지 한 사람이 뭐 하는 짓이냐’며 북방 홍어족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그 뒤로 인기가 사그러드는 것을 넘어 동네 지나가는 X개보다 더 무시를 당하고 있다. 물론 나오면 붙겠지. 누가 나와도 붙어서 문제지만(…)
“각성도 멀지 않았다” 진화해 가는 북방 홍어족
영화 매트릭스에서 간지 흑형 모피어스가 주인공 네오에게 빨간 비아그라와 파란 비아그라를 주면서 선택하라는 장면이 나온다. 북방 홍어족은 그동안 모피어스(대선•총선)가 등장할 때마다 파란 비아그라를 선택하며 현실을 부정해 왔다. 하지만 계속되는 민주당의 삽질과 전남과의 차별을 겪으면서 북방 홍어족은 조금씩 빨간 비아그라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아직 먹지는 않았음. 빨리 먹어, 두번 먹어.
그 증거가 이번 대선이다. 이번 대선에서 ㅍㅍㅅㅅ(폭풍섹스)의 마스코트 박근혜 공주님은 전북에서 13.2%의 지지를 받았다. 이게 글로 봐서 감이 안 잡히겠지만 정말 엄청난 일이다. 이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드디어 북방 홍어족이 깨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이 같은 놀라운 결과가 나온 첫번째 원인은 일단은 위에서 언급한 민주당의 무능력함에 북방 홍어족이 질려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 이유를 들자면 정치권의 개무시를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전남은 3년간 2조8천억인데 우린 왜 20년간 4조를 찔끔찔끔 주나? 조루냐ㅡㅡ…
취재현장에서 바라본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전북 선거전략에도 이런 전조를 살펴 볼 수 있었다. 민주당에게 전북은 ‘내버려둬도’, ‘먹을 거 안 줘도’ 순종하는 오수의 개 같은 존재다. 이번 대선에서 보인 민주당의 행태는 전북을 동네 미친개만도 못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민주당은 ‘전북의 아들’이라 불렸던 정동영이 전북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도 모른 채 그를 앞세워 토호세력을 포섭하는데만 집중했고, 문재인은 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12월 13일 빈손으로 전북에 잠시 머물렀다 홀연히 사라졌다.경제는 토호세력이 잡고 있지만 선거는 서민들이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인가?
간단하게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선거 전략을 비교하면 “어머니 정동영입니다” VS “우리 뽑으면 먹을 거 줄게. 이번엔 진짜로 줄게”로 정리할 수 있다. 아… 참고로 ‘어머니 정동영입니다’는 정동영이 진짜로 총선에서 사용했던 캐치프라이즈다. ㅡㅡ… 근데 당시 총선에서 저딴 전략으로 정동영은 90% 지지율로 당선됐다. 물론 대권도전 이전의 이야기이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북방 홍어족은 민주당의 병신력에 분노를 터뜨렸고 박빙의 대선판에서 사상 최초로 새누리당에게 두자릿수 지지율을 선사했다. 실제로 다음 총선에서는 전북에서 ‘미국산 소고기 파동’의 아이콘 정운천(zespri 골드키위 독점판권으로 돈을 많이 벌어 ‘키위아저씨’로 불림)이 당선될 거라는 여론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필자도 상당히 좌편향적 성향을 갖고 있지만 불쌍한 북방 홍어족을 생각하면 다음번에는 새누리당 국회의원 하나쯤은 전북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제 전북은 오랜 시간 국민 호구로 살아온 삶을 정리하고 겨울의 긴 터널을 지나 봄 새싹을 틔우려고 성장통을 겪고 있다.
이번 대선의 보답으로 전북은 박근혜 캠프 인수위에 전북 출신인 한광옥 통일미래연구원 이사장과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이 중요보직에 임명되는 상을 받았다. 이런 학습 효과가 반복되면 북방 홍어족의 ‘민주당 앓이’와 ‘국민 호구’의 삶을 청산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참고로 필자도 순혈 북방 홍어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