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인 양, 사진 초보자들이 혹할만한 말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대표적인 사례죠.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 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피해 다니시는 걸 권해 드립니다. 그런데 정말 의외로 대단히 많습니다(…)
1. 조리갯값이 어두운 렌즈는 밝은 렌즈보다 사진이 어둡게 나온다
→ 어둡다/밝다의 개념이 아니라 (셔터 속도가) 빠르다/느리다의 개념이죠. 노출은 조리개, 감도, 셔속의 3요소로 이뤄지며 이 3요소의 조합의 결과이지, 조리개 수치가 높다고 사진이 어두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2. 센서 크기가 큰 카메라일수록 무조건 “화질”이 좋다
→ 부분적으로 유리한 부분이 있고 불리한 부분이 있을 뿐,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3. 라이카, 짜이스 등 연식이 오래된 렌즈는 그 연식에도 화질이 현행 렌즈보다 뛰어나다
→ 총체적 화질은 떨어져요. 오히려 다양한 결함이 맞물려 만들어내는 “맛”이 다른 게 라이카, 짜이스입니다. 문제는 그 “맛”이 아무리 최신 렌즈라 해도 흉내 내기 어려운 독특함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4. L 렌즈를 비롯한 고급렌즈들은 선예도가 뛰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용한다
→ L 렌즈는 그냥 ‘럭셔리’의 앞글자를 딴 ‘고급 비싼 렌즈’란 뜻일 뿐 ‘좋다’와 동의어가 절대 아닙니다.
5. 50mm는 사람의 눈과 화각이 비슷해서 표준렌즈라 불리며, 조리개 1.0은 사람 눈과 밝기가 같다는 의미이다
→ 화각이 비슷한 게 아니라 원근감이 비슷합니다. 또 F=1:1.4라고 표기된 경우, 앞의 1은 그 렌즈의 초점거리, 뒤의 1.4는 최대개방 시 구경비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35mm 1.4 렌즈라고 가정할 경우 표기는 35mm 1:1.4로 하는데 이 의미는 “나의 초점거리는 35mm이며 나의 최대 개방 시 조리개 구경은 35/1.4=25mm가 될 것입니다”라는 의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0.95 같은 렌즈가 사람 눈보다 밝은 렌즈라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계신데… 그냥 “최대개방 시 조리개 구경이 초점거리보다도 0.05% 더 크다”는 뜻일 뿐, 사람 눈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6. 샤픈을 잘 주어야 화질이 좋아진다
→ 세상에 화질 좋아지게 해주는 샤픈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화질이 “좋아 보이게”하는 샤픈만이 존재할 뿐이죠. “좋아 보이는 눈속임”과 “실제로 좋은” 것과는 전혀 별개입니다.
7. 디지털은 죽었다 깨어나도 아날로그를 따라잡을 수 없다
→ 모니터로 필름 사진 디지털라이즈 된 걸 보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보면 정말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8. 사진은 흑백이 진리다, 브레송 같은 거장이 그 증거다
→ 흑백이 진리인지 아닌지는 사람마다 답이 다를 것이며, 브레송이 흑백만 한 건 당시 기술의 한계로 색을 마음대로 못하기 때문에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9. sRGB말고 adobeRGB를 써야 비로소 제대로 된 색을 표현할 수 있다
→ ‘제대로 된 색’이 뭔지 모르시는 분만이 하실 수 있는 용맹무쌍한 답변입니다. 그냥 둘은 용도가 다른 프로파일일 뿐 무슨 대단한 기술의 정수가 모인 색과 화질 좋아지게 해주는 마법의 주문 같은 거 아닙니다.
10. DPI가 높아야 화질이 좋다
→ 종이를 보며 하시는 말씀이라면 뭐 납득하겠습니다만 화면을 보며 웹을 보며 말씀하시니 골머리가 아파 옵니다. DPI ‘따위’는 그냥 부수적 참고 파라메터 수치일 뿐이며 얼마든지 자유자재로 변형 가능합니다. 즉 모니터상의 화질과는 완벽하게 무관합니다.
원문: 마루토스의 사진과 행복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