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크리스마스에 방영되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패션쇼에서 속옷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모델 미란다 커의 가슴과 모델 캔디스 스와네포넬의 엉덩이 크기를 멍하니 비교하고 있을 뿐이다. 속옷 모델이란 그런 것이다. 속옷에 대한 환상을 파는 동시에, 완벽한 몸매에 대한 환상도 팔고 있는 존재들이다. 그러니 속옷 모델들이 완벽한 몸매와 함께 섹스어필까지 판매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성 속옷의 모델들이라고 다를 건 없다. 아니, 그들이야말로 동시대에서 가장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몸매를 반영하는 바로미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가장 핫하고 독특한 남성 속옷모델 5명을 소개하기로 한다.
1. 아르마니, 베컴
이제 베컴에게 축구는 이 멍청한 패션계에 파묻히지 않기 위한 액세서리 정도가 아니었나 헷갈릴 정도이다. 축구로 인한 수입보다 광고로 인한 수입이 월등히 더 많다는 그의 말을 굳이 동원하지 않아도 그렇다. 잘생긴 얼굴과 완벽한 몸매, 아름다운 아내, 전세계적인 명성까지 거느린 그가 2008년 아르마니의 속옷 모델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베컴은 2007년 아르마니 언더웨어 모델로 데뷔했다. 3년간 그가 언더웨어 모델로 활동하기로 하고 받은 금액은 2000만 파운드(한화 377억원). 어마어마한 금액에 입이 쩍 벌어지지만, 그가 아르마니 언더웨어에 기여한 공헌도를 생각하면 이것도 부족하다. 데이비드 베컴을 모델로 기용한 아르마니는 그 효과에 힘입어 베컴 이전에 비해 42프로나 매출을 끌어올렸다. 또한 여성용 아르마니 브랜드를 런칭하여 베컴의 아내인 빅토리아 베컴과 1200만 파운드(한화 236억원)의 계약을 진행하기에 이른다.
아르마니-베컴의 광고는 그 비주얼만으로도 인상적이다. 음울하면서도 중후한 흑백의 배경에 뚜렷한 명암을 드리우는 베컴의 조각 같은 얼굴과 근육, 그리고 유독 희거나 검게 빛나는 아르마니 로고의 속옷.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데이비드 베컴이라는 스타의 섹시함을 최대로 부각시킨 이 광고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베컴 효과’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이 섹시한 베컴의 사진이 샌프란시스코 메이시스 백화점의 거대한 벽면에 전시되었을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미국인이 있었을까.
이 화려한 아르마니의 후광에 힘입어 베컴은 패션브랜드 타미 힐피거가 뽑은 ‘세계 최고의 속옷 모델’ 1위에 뽑히기도 했고, 지난 2012년에는 SPA브랜드 ‘H&M’과 더불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언더웨어 브랜드를 런칭하기도 했다. 참고로 아르마니의 모델은 또 다른 축구 스타 플레이어 호날두에게로 이어졌다.
2. 캘빈 클라인, 마크 월버그
케이트 모스, 크리스티 털링턴, 그리고 마크 월버그.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언더웨어의 영광의 이름들이다.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는 언제나 선정적인 포즈를 취한 반라의 모델들을 내세워 논란의 중심이 되고는 했는데, 이 화제성이 때로는 모델들을 스타로 만들어 버렸던 것. 그리고 지금부터 다룰 모델은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광고 하나로 일개 반항아에서 인기 배우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마크 월버그(mark wahlberg)이다.
마크 월버그의 시작을 따지자면 그의 어두운 과거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가난한 가정에서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10대가 다 지나기도 전에 이미 코카인 복용과 유통, 절도, 이민자 폭행 등으로 수십 번 경찰서를 들락거린 상태였다. 형인 도니 월버그가 소속된 아이돌 그룹인 ‘뉴키즈 온 더 블록’에서 함께 활동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끔찍하게 깨끗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싫어서 제 발로 나왔다.
대신 랩 밴드인 ‘마키 마크 앤 펑키 번치(Marky Mark And The Funky Bunch)를 결성해서 활동했다. 무대 위에서 바지를 벗어대는 기행으로 유명했는데, 벗을 때마다 캘빈 클라인 팬티를 입고 있었다는 모양. 그리고 한 파티장에서 캘빈 클라인의 눈을 사로잡은 그는 그 길로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모델로 기용된다.
언더웨어 모델로서 그의 강점 또한 그가 가진 반항적이고 남성적인 이미지였다. 10대 때 이미 스무 번도 넘게 감옥에 드나들었던 그의 어두운 과거는 안 그래도 수위가 높은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의 섹스어필 광고와 어우러지면서 특유의 색채를 더한 것이다.
그가 자신이 입은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의 위를 움켜잡은 노골적인 광고 캠페인은 게이와 10대 여성들을 비롯한 당대 패션피플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마찬가지로 90년대의 핫한 모델이었던 케이트 모스와 거의 누드에 가까운 모습으로 촬영한 캠페인은 지금도 언더웨어 광고의 모범으로 남아있다.
속옷 모델로서 유명세를 탄 후 그는 배우로 직업을 바꾸었다. 그리고 ‘바스켓볼 다이어리’와 ‘부기 나이트’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우리가 아는 배우 마크 월버그의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부기 나이트’에서는 그 속옷마저 벗어버렸으니, 그의 몸을 추가적으로 더 확인하고 싶다면 필견.
하지만 한 시대를 주름잡던 언더웨어 모델 마크 월버그도 지금은 배 나온 중년 아저씨가 되었으니, 참으로 세월이 무상하다.
3. Jack Adams, 알렉스 민스키
Jack adams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근간을 둔 속옷 브랜드이다. 이 브랜드는 꽤나 드라마틱한 개인사를 가진 모델을 기용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남자에 대해서 몇 마디 설명하는 것보다 사진을 보는 게 빠를 것이다.
한쪽 다리가 없는 모델, 알렉스 민스키는 원래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하던 해병이었다. 2009년 불의의 폭발 사고가 일어난 후 그는 한쪽 다리를 잃었고, 코마 상태로 58일을 누워 있다 제대를 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한동안 알콜중독에 빠져 있던 그는 그의 삶을 되돌리고자 운동을 시작했고, 그대로 인생이 바뀐다. 로스앤젤레스의 헬스클럽에서 한 포토그래퍼가 그의 몸이 가진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모델 일을 제안한 것이다. 문신으로 가득 덮이고 한쪽 다리가 없는 그의 몸은 곧 인터넷 상을 뒤덮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헬스클럽으로 다져진 완벽한 몸이나 문신으로 뒤덮인 피부의 강렬함은 제쳐두고라도, 한쪽 다리가 없지만 멋진 그의 모습은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던 모양이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그의 반나체 사진만큼이나 인터뷰가 많이 검색된다.
그의 조각같은 몸 뿐만 아니라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성취하는 모습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덕분에 현재 그는 성공적인 모델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운 마크 월버그 혹은 데이비드 베컴으로 꼽히는 등의 영광을 누리고 있다.
4. 쌍방울, 우리나라 속옷 모델의 역사
쌍방울. 도대체 왜 이렇게 미묘한 부분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지을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고 오래된 속옷 기업이다. 이토록 오래된 역사를 가진 그룹이다 보니 모델의 역사 또한 길고 장대하다. 보수적이어서 남자 속옷 모델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 같은 유신정권 시절에도 당대 잘나가는 톱스타를 CF에 고용하기도 했고,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스포츠 스타를 기용하기도 했다.
쌍방울의 첫 CF모델은 바로 최불암이었다. 90년대에는 최불암 시리즈라는 썰렁한 개그 스타일로, 2010년대에는 4, 50대를 위한 맛집 방송인 ‘한국인의 밥상을 찾아서’의 주인공이었던 분이 70년대에는 핫가이의 상징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속옷 모델이었다는 점은 꽤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시 그는 1971년 방송된 인기 드라마인 ‘수사반장’에서 ‘박 반장’ 캐릭터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것이다.
아쉽게도 이 자료는 유투브에서 찾아볼 수 없어 확인이 불가능하니 혹시라도 자료를 가지고 계신 분 연락 부탁드린다. 그런데 70년대 속옷 광고를 개인소장하고 있는 이상한 취향의 콜렉터가 과연 세상에 존재할 것인가….
1980년대에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전설적인 속옷 광고가 나온다. 바로 당대의 하이틴 스타였던 이덕화가 나온 트라이CF이다.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여자친구의 집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의 문을 두드리는 이덕화의 모습은 그가 가진 거친 남성미와 융합하여 90년대가 허용하는 최대치의 섹스어필을 보여주었다. 당시에 대단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모양인지 2000년대 중반에는 권상우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이덕화는 80년대를 지나 90년대 초까지 트라이 CF를 도맡아 하게 되는데, 나이가 든 것을 감안해서인지 속옷 CF임에도 아내와 아이들까지 등장하게 된다.
선수뿐만 아니라 연세대학교 농구단 감독이었던 최희암 감독도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우승하던 해 바로 쌍방울 모델로 발탁되었는데, 최 전 감독이 광고에서 말한 ‘편안합니다’라는 카피가 유행했다. 이 카피는 원래 트라이의 메인 광고 카피였는데, 다소 느끼할 정도로 강한 악센트로 말하는 기존 모델 이덕화와 어정쩡한 듯 수줍은 듯 말하는 최희암 감독의 차이는 지금 보면 꽤 재미있는 포인트.
5. 라쉬반 김지석, 한국 여성들의 이상형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연예인이 속옷 브랜드의 모델이 되었더라도 직접 제품을 입고 광고를 찍지는 않았다. 이상한 일이지만 그랬다. 그 때에는 여자가 브라 광고를 해도 몸에 밀착되는 원피스나 슬립을 입어 몸매를 드러내는 수준에서 끝을 냈고, 남자 또한 속옷을 직접적으로 착용한 모습보다는 런닝셔츠나 파자마 등을 입고 촬영을 했다. 몸매를 드러내는 게 연예인의 가치에 해를 입힌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2014년이다. 속옷 모델로 선정이 된다는 것은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으며 실질적인 구매력이 있는 20, 30대 모두에게 어필하는 모델이라는 자랑거리가 되었다. 여자 아이돌은 거리낌 없이 브라와 팬티만 착용한 채 상큼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남자 연예인들은 하나같이, 근육질의 장골 위에 드로즈의 밴드를 끌어 올려 착용한 채로 사진을 찍는다.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 남자 속옷 모델 사진의 트렌드는 바로 이 ‘장골 위에 밴드를 올려 입는’ 스타일이다. 위에서 살펴본 데이비드 베컴이니 하는 모델들의 메인 광고 사진들은 노골적으로 중요한 부분 빼고 다 드러낸 반면, 우리나라 모델들은 근육질의 허리 라인에 드로즈가 살짝 노출되는 것을 선호한다. 이것은 너무 노골적인 섹스어필은 오히려 기피하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취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자고로 ‘말근육’보다는 ‘잔근육’을, ‘마초’보다는 ‘순정마초’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여성들이다. 미국 스타일의 무지막지한 근육질 남자의 반누드 사진보다는 늘씬하게 잘 빠진 잔근육 몸매에 티셔츠와 청바지 사이 슬쩍 들여다보이는 로고 박힌 드로즈 사진에 열광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당신 뿐만 아니라 애인에게 잘 보이고 싶다면, 이 섬세한 여성들의 취향에 걸맞는 속옷을 고르는 것도 나름의 센스를 보여주는 방법이 될 것이다.
여기서 김지석과 줄리엔 강의 공통점을 살펴보자. 물론 속옷 브랜드 라쉬반(lashevan)의 모델이라는 것도 있다. (줄리엔 강은 2012년도, 김지석은 2013년과 2014년도 모델이다). 하지만 둘 다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은근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특히 김지석은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하면서 쌓아온 ‘순정마초’적인 이미지와 근육질 몸매로 브라운관 앞의 20대, 30대 여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2014년의 라쉬반 속옷 광고 사진은 곧 2014년에 한국에서 가장 ‘잘 먹히는’ 남자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그러니 만약 만약 당신이 좋아하는 여성이 있다면, 혹은 애인에게 잘 보이고 싶다면, 이 모델들의 이미지를 닮은 부드러우면서도 친절한 태도와 드로즈 밴드 같은 디테일에 신경을 쓸 것. 한낮 드로즈 밴드가 아니라, 당신이 그렇게 자잘한 것까지 신경 쓸 줄 아는 남자라는 데에서 여자들은 매력을 느끼는 것이니까.
물론 당신이 김지석 같은 몸매를 갖추지야 못했겠지만(…)
※ 주: 이 글은 기능성 속옷 브랜드 라쉬반의 의뢰에 의해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