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그리고 네 달 반
4월 16일로부터 네 달 하고도 반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이 비극을 가슴 아파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웠고, 이러한 사고의 재발을 위하여 철저한 사후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데 반대한 사람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슬픔에 대한 위로와 안전사회에 대한 공감대는 어디로 가고, 자식 잃은 부모는 언제든 만나주겠다고 말씀하신 분을 만나기 위하여 열흘 간 노숙을 하고 있고, 자신이 자식의 죽은 이유를 알아야 겠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마이너스 통장을 까면서 입증해야 하며, 이분들을 욕하고, 조롱하는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왜 이 지경에 온 것일까요. 이것이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립할 문제였을까요.
일을 하다 보면, 가끔 본질과 상관 없는 태도와 감정의 문제로 분쟁이 확대되는 것을 종종 봅니다. 지금 이 상황은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달성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헤아려 보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유가족이 잘못을 했는가
먼저 4월 16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날 약 8시 50분경 세월호가 약 30도 이상 크게 기울었다는 것이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입니다. 학생과 선원들이 사고 신고를 했고, 단원고 인솔자인 교장 선생님도 즉시 학교에 이 사실을 알렸으며, 아직 아이들이 살아 있었을 9시 50분경 전 학부모에게 이 사실이 알려집니다. 각자의 자녀들에게 얼마나 애타게 연락을 했을 지 상상하실 수 있습니까? 그 때까지 선장, 선원과 해경이 자녀들을 구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겠지요.
그런데 아이들의 진술에 의하면 선장, 선원들은 이미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찾아 입은 후에야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방송을 한 것 외에 가만히 있으라, 곧 해경이 온다고 한 것 말고는 딱히 구조 활동을 한 사실이 없습니다. 그리고 헬기가 도착해서 일반인 승객들이 소방호스로 끌어 올린 아이들과 승객을 받아 올리는 정도의 구조 활동을 하고, 9시 30분경 해경 123정이 도착해서 정말 신기하게도 선원들부터 구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정말 놀랍게도 해경의 증언에 따르면 상부로부터 받은 퇴선명령 지시를 까먹고 단 한번 세월호에 접근해서 창문을 부수고 사람을 구한 것 외에는 세월호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으면서 고무단정으로 스스로 탈출한 사람들만 건져내는 방식으로 구조 활동을 합니다.
가만히 있으라고 그래야 안전하다고 하여 정말 탈출하고 싶지만, 남에게 피해가 갈까봐 가만히 있었던 아이들은 이미 선장, 선원이 배에서 빠져 나가고 한참 후에야 탈출을 시도하다가 태반이 살아 나오지 못하였습니다. 마지막 휴대폰 발신 기록은 10시 17분 사고로 부터 약 한시간 30분 후였습니다.
가장 많이 탈출한 반의 경우 한 아이가 아버지와 통화가 되어 아버지로부터 당장 탈출하라는 말을 듣고, 친구들과 서로 도와 빠져 나왔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부모님의 심경은 어떨까요. 사고 소식을 듣고 수없이 연락을 시도했었을 그 마음이 상상이나 가십니까? 아니면 다른 일로 그런 기회를 놓쳐 버렸을지도 모를 마음이 어떨지 짐작하실 수나 있을까요?
그런데 부모님들의 새로운 악몽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전원구조라는 희대의 오보가 부모님들에게 개별 통보가 됩니다. 얼마나 안도가 되었을까요? 그런데 왜 아이들과 직접 연락이 되지 않는지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학교, 교육청, 경찰서 누구에게 물어도 속시원한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장 진도로 내려갑니다. 내눈으로 내 자식이 무사한지 확인해야 겠습니다. 그러나 진도에 도착해서도 어떻게 된 것인지 아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전원구조가 아니라 태반이 구조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심지어 정확히 몇명이 구조된 것인도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도 압니다.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침부터 마음 조려 가면서 진도까지 와서 접한 소식이 구조 현황부터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대통령님이 17시경 첫 대면 회의에서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발견하기 어렵습니까”라는 말씀을 합니다. 안 그래도 이 구조체계에 경악을 금치 못했을 부모님들에게 대통령님의 저 말씀은 폭탄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격이지 않았을까요?
당시까지만 해도 에어포켓이니 뭐니 해 가면서 생존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할 때였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부모 마음에 빨리 가서 내 자식을 꺼내 주길 간절히 바라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니 그렇지 못하는 현실에서 미칠 것같은 기분이 드는 게 부모마음입니다. 그런데 그날 밤 부모님들은 진도에서 아무런 구조활동도 없이 고요히 시간이 지나가는 걸 뜬 눈으로 보셨습니다.
지금 내 자식이 저 바다에서 죽어가고 있을지 모르는 순간에 말입니다. 그런데 다음날 언론에서는 지상 최대의 구조 작전을 운운합니다. 무슨 소리인가요. 이제 정부도 언론도 믿을 수가 없는 것은 당연 지사가 아닐까요.
왜 권력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한가
게다가 해경 책임자가 80명이나 구한 것은 대단한 거라는 소리까지 해 댑니다. 그리고 4월 17일 밤 대통령님이 진도에 내려 오셨습니다.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님이 오셔서 많은 부분 변화가 있었다고 하니 결과적으로는 잘한 결정이었겠지만, 당시로서는 한시라도 빨리 구조 활동을 했으면 하고 바랄 때 VIP의 방문으로 구조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조차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지금 아이가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할 때였으니까요. 그 때 유민이 아버지가 대통령님 앞에서 상소리를 한 것입니다. 잘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심정은 이해할 수 없는 건가요? 그게 이제 와서 그분을 욕하는 이유가 되어야 하는 걸까요?
며칠이 지나 이제 누구도 생존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 못할 시점까지.. 부모님들은 계속 내 자식이 지금 죽어 가고 있으니 빨리 구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현실을 고통스럽게 겪으셨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선생님들 말씀으로는 그 시간이 부모님들에게도 트라우마를 입혔다고 합니다.
단지 교통사고로 자식이 즉사해서 빨리 장례를 치르고 났다면, 이렇게 상처 받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언론이, 정부가 전원구조라는 잘못된 결과를 발표하고, 허위 구조 활동을 보도하면서 장기간 부모님들을 희망고문해 왔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님은 부모님들을 불러서 언제든 만나겠다고 한이 남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하셨는데, 이제 와서는 본인의 일이 아니라고 청운동 골목길에 부모님들을 열흘 넘게 세워 두시네요.
왜 이분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건가요? 그렇게 거짓말을 하면서 진상규명을 할 것을 믿으라는 것일까요? 그리고 부모님들이 거액의 보상금을 이미 받았다는 둥, 새누리당이 먼저 발의한 보상 내용을 가지고 새정치연합이 부모님들과 함께 거액을 보상을 요구하며 떼쓴다는 식으로 카톡을 배포한 사람은 또 누구일까요?
이 상황에서 여러분이라면, 조용히 집으로 돌아 가시겠습니까? 돌아 오지 못한 내 자식처럼 가만히 있을 수 있으시겠습니까?
지겨우실 수 있습니다. 지금 빨리 경제에 집중해야 하는데, 세월호에서 발목 잡힌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만 그 날 내가 그 상황을 겪었다면 하고 생각해 봐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유세 떤다. 유족충이다. 욕을 하시겠습니까? 그 만한 인간에 대한 예의도 지킬 수 없는 걸까요? 이 일에 대한 해법이 고작 조용히 해라 듣기 지겹다는 것인가요? 그렇게 하면 안전사회는 과연 오는 것인가요?
저에게 왜 시간 들여 이 일을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나중에 정치를 하기 위해서도 명성을 쌓으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경제적 이익도 없습니다. 다만 아이가 배를 타고 여행 간다고 하면 잘 다녀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게 다들 목표가 아니던가요. 누군가를 욕하고 조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입니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보수 세력에 대한 조롱 역시 목적을 달성할 적절한 수단은 아닐 것입니다.
다같이 본질적인 목적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로 돌아왔으면 합니다. 이렇게 상처를 주고 대체 얻을 것이 뭐란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