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과 교사가 유아를 폭행한 사실이 밝혀지며 언론과 여론을 시끄럽게 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재작년 있었던 학대 사건에서 검찰은 구속을 전제로 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아동을 학대한 어린이집의 상호와 학대 행위자인 원장과 보육교사 명단 공개를 골자로 한 ‘영유아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아동학대 ‘주무대’와 ‘주범’ 따로 있다
아이를 믿고 맡긴 어린이집에서 자행되는 아동학대 행위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관련법을 보완·강화하고 사회적 감시망을 가동해 이런 유형의 학대행위가 근절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어린이집에서 자행된 아동학대 사례는 2011년 159건, 2012건 135건으로 밝혀졌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 된 아동학대 건수는 2011년 6058건, 2012년 6403건에 이른다. 경찰에 신고 된 사례와 신고 단계까지 가지 않은 경우까지 합한다면 전체건수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문제가 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례는 공식적으로 신고 된 건수의 2.2%에 지나지 않는다. 아동학대의 ‘주범’과 ‘주무대’는 따로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실이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아동학대 행위자(가해자)의 79.7%가 친부모인 것으로 밝혀졌다. 계부계모, 양부양모에 의한 경우가 4%, 친인척 6.4%, 보육원, 어린이집, 기타 사례 등이 10% 등이었다. 가정이 아동학대의 ‘주무대’이고, 학대의 ‘주범’은 친부모인 셈이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아동학대 사례가 전체의 83.7%에 이른다.
오물 속 생후 7개월 영아… 5년간 버려진 채 살아온 세 자매
2015년, 충격적인 얘기가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생후 7개월 된 여아가 쓰레기와 오물이 가득한 승합차에서 유기견 6마리와 함께 거반 방치된 상태에서 지내온 것이었다. 차안에는 플라스틱 병과 종이박스, 대소변이 가득했고 심한 악취가 진동했다고 한다. 이렇게 영아를 방치한 건 50대 여인. 미혼모인 딸이 아이를 양육할 수 없다며 이 여인에게 아이를 맡긴 것이다. 경찰은 이 여인을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검거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같은해 1월, 5~6년간 반지하 방에 방치된 채 질병과 배고픔에 시달려 온 세 자매의 참혹한 사정이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피골이 상접한 10대 소녀 3명이 난방을 전혀 하지 않은 곳에서 수년간을 지내 온 것이다. 첫째는 거동이 불편했고, 둘째는 간질 등세와 허리디스크로 일어서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셋째는 대퇴부 골절과 하반신 마비로 운신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2~3년간 친부가 단 한 번도 자녀들을 찾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겐 아버지가 있었다. 이혼 뒤 지방을 전전하며 일을 해 매달 80만원을 동거녀에게 보냈지만, 동거녀는 월세 23만원과 생활비 15만원만 아이들에게 건넸다. 충분한 영양을 공급 받아야할 성장기 10대 소녀 3명이 월 15만원으로 수년간을 살아왔다는 얘기다.
아동학대 가해자 83.7%가 부모, 가해장소는 가정
아동학대의 유형은 다양하다. 폭력은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최근 5년간 사례를 분석한 자료(민주당 김기식 의원실)에 의하면 두 가지 유형 이상 복합적 학대가 자행되는 ‘중복학대’(41.4%)가 가장 많았지만 ‘방임·유기’도 33.3%나 됐다. 고양 세 자매처럼 부모에 의해 버려지다시피 방치된 아이들이 많을 거라고 짐작할 있는 대목이다. 최근 경제적인 이유로 아동을 방치하거나 버리는 부모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부모라는 미명아래 자행되는 아동학대는 그 실태조차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설령 신고가 된다 해도 현행 법적 장치는 ‘부모이자 친권자’라는 관습적 명분 앞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미국의 경우 학대아동 보호율이 8.8%에 이르지만 한국의 경우 0.63%에 불과하다.
학대 부모에 대한 처벌은커녕 재학대방지를 위한 심리치료와 상담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한다. 현행법으로는 아동을 부모와 격리시켜야 할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3일간만 격리가 가능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부모의 귀가 요구가 있으면 이마저 불가능하다. 관련 법 개정과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어린이집’은 빙산의 일각, 가정이 아동인권 사각지대라니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는 부모에 의해 자행되는 경우와 비교할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2012년 한 해 동안 신고 된 아동학대 건수는 모두 6403건. 이중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경우는 139건이다.
어린이집의 아동학대를 근절하고 재발을 막는 장치도 시급하지만, 가정과 부모라는 미명아래 자행되는 아동학대에도 관심을 갖고 돌아봐야 할 때다.
가정이 아동인권의 사각지대가 돼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나서 부모에 의해 자행되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단속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부모의 폭력에 시달리거나, 음침한 곳에 방치된 채 배고픔와 고통에 신음하는 아이들이 지금도 우리 주변에 있다. 아동인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원문 : 사람과 세상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