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대입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을 검토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간단한 3단논법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합니다.
대전제: 대학에 정원이 존재하는 한 대학 입시는 상대평가이다.
(대학 입시는 절대평가와 양립할 수 없다/대입 시험은 70점 이상이면 무조건 합격인 운전면허 필기시험과 다르다!)
소전제: 빠르면 2018학년도부터 대입 수능 시험의 영어 영역에 절대평가를 도입한다.
결론: 대학 입시에서 수능 시험의 영향이 줄어든다.
(정시에 비해 수시 전형의 비율이 늘어나며, 수시 학생부 종합 및 특기자 전형에 유리한 특목고 및 자사고의 인기가 높아진다.)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될 경우 대입 전형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현재 수능시험은 수시 전형의 일부에서 최소학력 자격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정시에서는 거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합니다. 수능의 4개 영역 중 영어영역이 상대평가(1~9등급)에서 절대평가(아마 A~E)로 바뀔 경우, 인서울 주요 대학의 수능최저조건부 수시 전형에서는 아마 영어 A를 최저학력조건으로 삼을 듯합니다.
지속적인 영어 시험의 난이도 조절, 가능할까?
영어 A, 그리고 국/수/탐 등급합 6 이내, 뭐 이런 식이겠죠. 이럴 경우 영어가 합격/불합격에 미치는 영향은 전적으로 그 해 영어 시험의 난이도에 좌우됩니다. 영어 A등급 학생이 전체의 20%가 넘을 경우 인서울 주요대에서는 영어의 변별력이 사실상 없어지겠지만 (공부 괜히 했다는 얘기가 나올 겁니다), 만약 A등급 학생이 10% 안쪽일 경우 (현 수능 등급으로 대략 2등급 이내) 그래도 상당한 변별력을 확보합니다. 매년 난이도가 들쑥날쑥할 경우 대학과 학생들의 비난이 엄청날 테고, 그렇다고 A가 일정 비율 나오도록 난이도를 조정한다면 이는 사실상 상대평가를 그냥 유지하는 셈이 됩니다.
중위권 이하의 학교(이를테면 수준별 수능에서 영어 A를 지정했던 학교)의 경우 난이도 예측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아예 수능최저조건에서 영어를 제외해 버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정시 전형에서 발생합니다. 현재 대입 정시 전형은 수능의 전영역 혹은 일부 영역의 점수(표준점수 혹은 백분율)를 가중평균한 총점으로 학생을 선발합니다. 문제는 영어가 갑자기 절대평가로 바뀌었을 때 영어 점수의 공정한 반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커트라인이 굉장히 높은 서울대 인기학과 같은 경우 영어가 쉽게 나왔지만 턱걸이로 A이면서(A 비중이 20%라고 가정합시다) 다른 영역에서 2개 틀린 학생은 합격하고, 영어가 만점(혹은 전국 최고점)으로 A이면서 다른 영역에서 3개 틀린 학생은 불합격이 되는 것이죠. 영어 시험이 쉽게 나와 A등급 비중이 높아질수록 이런 문제는 더 심해집니다. 그렇다고 원점수를 제공할 경우 역시 이는 상대평가의 유지와 다름 없습니다.
대학 입시와 절대평가는 양립 불가능
결국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가 되면 많은 학교들이 아예 정시에서 영어 성적을 반영하지 않을 것입니다. 영어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대학 입시의 전통을 고려할 때 이는 정시 전형 비중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영어의 포함 유무와 관계 없이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될 경우 정시에서는 수학의 비중이 높아집니다. 문이과 통합이 예정대로 실현될 경우 더 그렇습니다.
구체적으로 각 ‘명문대’의 입학 전형은 어떻게 될까요? 서울대의 경우 정시 전형이 축소되고 그 인원이 수시 일반전형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큽니다. 수시 지역균형 전형의 경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수능최저조건이 영어 A 및 다른 영역 2영역 2등급 이내 정도로 바뀌겠죠.
연세대, 고려대 등 인기 사립대의 경우 역시 정시 전형이 축소되고 그 인원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및 특기자전형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큽니다. 학생부종합전형 및 특기자 전형에서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검증된’ 외고, 국제고 및 전국단위 자사고 학생들을 더 많이 뽑으려 하겠죠. 만에 하나 영어 논술이 허용될 경우 논술 전형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솔직히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실제로 도입될 가능성은 20% 미만, 그리고 2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은 5% 미만으로 봅니다. 기본적으로 NEAT에 의한 수능 영어 대체 계획이 시행해 보기도 전에 취소되었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대학입시와 절대평가는 양립 불가능하다는 것을 교육부 당국자는 정말 모르는 것일까요? 명문대 입시는, by definition, 상대평가이고 ‘줄세우기’입니다.
사실 지금 발등에 닥친 문제는 교육부가 ‘적응기간’을 둔답시고 당장 내년부터 수능 영어를 쉽게 내는 것입니다. 동점자가 너무 많이 나와 영어 수능 1등급이나 2등급이 아예 증발해 버리는 경우 수시전형에서 수능최저조건을 맞추는 데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코멘트 : 수능영어를 절대평가로 대체한다는 것은 앞으로를 어떻게 바꿀까요? 비관적 결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