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변이라는 변호사 모임에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성명을 냈습니다. 이 상황이 정치적으로 비화되어 변협의 중립적 역할을 강조하시려는 듯합니다.
일단 그 내용 중 여야와 유족은 성실히 협의에 나서 조속히 특별법이 제정되길 바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고 대한민국이 안전사회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하신 부분은 정말 공감합니다. 그러니 부디 여야와 정부는 서로 책임을 미루지 마시고, 가족들의 제안대로 3자 합의체 구성을 하여 투명하게 협의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저는 한변의 성명 내용에 다음과 같은 이견이 있어 건전한 논의를 위하여 밝히고자 합니다.
첫째, 변협이 가족과 함께 입법 청원한 안에 이미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한 특검법에서 위헌 결정된 동행명령제도가 포함되어 있고, 직원이 구인집행을 하는 것이 문제라는 부분 관련
대한변협과 유족들이 주장하는 세월호 특별법안은 이미 이명박 특검법과 관련하여 위헌결정이 난 동행명령 제도를 차용하고 있는바, 이는 조사대상자들의 신체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여 위헌의 소지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명박특검법 당시의 동행명령제는 의회 조사관이 구인 집행을 하는 규정이 없었음에도 위헌결정이 났으나 대한변협과 유족들이 제시하는 세월호 특별법은 의회의 조사관이 직접 구인집행까지 하도록 허용하고 있어 헌법상 영장주의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문제가 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이명박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은 참고인에게 동행명령을 하고, 이를 위반한 때 벌금형을 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영장주의에 반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된 것입니다(헌법재판소 2008. 1. 10. 자 2007헌마1468 결정 참조).
그러나 변협안에는 동행명령에 대한 벌금형 벌칙 규정이 없고 과태료만 부과하도록 되어 있어서 영장주의에 반하지 않습니다. 현재도 일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 대해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조사관 구인집행을 하는 것이 문제라는 주장이 있는데, 국회의 증언 감정에 관한 법률에도 국회 위원회 위원장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국회 소속 공무원이 집행하게 되어 있습니다. 조사위원회 직원도 공무원인데 국회 소속 공무원은 괜찮고, 조사위원회 직원은 안되는 이유가 있을까요?
둘째, 특별법으로 만든 조사위원회 역시 국가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수사권,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나, 실질적인 특검추천권 독점은 사실상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하겠다는 취지로 형사법의 대원칙인 국가소추주의 및 자력구제금지에 반한다는 부분 관련
현재 대한변협과 일부 야당 인사 및 유족들이 주장하는 조사위원회에 대한 수사권·기소권 부여나 실질적인 특검추천권 독점은 사실상 피해자측이 가해자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하겠다는 취지로 형사법의 대원칙인 ‘국가소추주의 및 자력구제 금지’에 반하며 헌법 제27조 제5항에서 형사피해자의 권한을 한정하고 있는 취지에도 반한다.
먼저 조사위원회 역시 국가기관이므로 국가소추주의가 명시적으로 문제될 것이 아니나, 피해자들의 위원 추천으로 실질적으로 국가소추주의에 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씀인 듯합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로 국가소추주의는 만고불변의 형사법의 대원칙은 아닙니다. 독일은 명예훼손 주거침입 등 개인적 법익이 문제되는 범죄에 대해서 기소, 공소유지를 피해자 개인이 직접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국은 아예 공중소추주의를 택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기소배심 제도도 국가소추주의의 예외입니다.
따라서 특별법이 국가소추주의의 예외를 인정할 만한 사유인지를 문제 삼을 수는 있지만 국가소추주의에 반하면 무조건 잘못된 대중영합주의라는 식의 주장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제가 알기로 자력구제금지란 피해자가 직접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면 안된다는 것인데, 조사위원회는 단지 피해자가 추천하는 위원이 일부 참여하는 국가기관으로 여기서 기소한다고 해도 피해자가 전혀 관여할 수 없는 법원에서 판결을 하여 형벌을 내리는 구조에서 자력구제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특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셋째, 헌법 제27조 제5항이 피해자의 권한을 한정하고 있는 취지라는 부분 관련
현재 대한변협과 일부 야당 인사 및 유족들이 주장하는 조사위원회에 대한 수사권·기소권 부여나 실질적인 특검추천권 독점은 사실상 피해자측이 가해자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하겠다는 취지로 형사법의 대원칙인 ‘국가소추주의 및 자력구제 금지’에 반하며 헌법 제27조 제5항에서 형사피해자의 권한을 한정하고 있는 취지에도 반한다.
헌법 제27조 제5항은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어떻게 피해자의 권한을 한정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근대 형법은 국가로부터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와서 피해자의 권리 보장이 잘 안 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형법의 추세는 오히려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권리를 확대하는 것인데, 어떻게 피해자는 당연히 절차에서 권리가 한정되어야 하는지 많은 의문이 있습니다.
넷째, 최근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 있음에도 별도의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 법치주의 근간을 무시한 입법만능주의로서 삼권분립의 원칙에 반한다는 부분 관련
아울러 이번 세월호 사태와 같은 사건의 발생에 대비하여 최근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시한 입법만능주의로서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반한다.
수사, 기소 및 재판에 관한 삼권분립의 원칙은 이에 관한 입법권은 의회에, 수사 및 기소권은 행정부에, 재판은 법원에 맡겨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현재 대한변협측이 내놓은 세월호특별법안은 의회가 특정 사안에 대한 수사, 기소권의 행사를 의회에 귀속시켜 삼권분립의 취지에 어긋난다.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외국의 경우 기소권이 사인에게도 맡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삼권분립의 원칙이 추구하는 바는 견제와 균형인데, 피해자들은 기존의 기득권 세력이 제대로 이 사건을 처리할지 믿기 어려우므로 이를 견제하기 위하여 피해자 추천 위원을 조사위원회에 포함시켜 달라는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것이 삼권분립의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삼권분립 그 자체를 엄수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요. 사실 세계 많은 나라들은 의회 다수당이 정부를 구성하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미국과 같은 대통령제가 오히려 예외적입니다. 의원내각제에서는 의회 다수당=정부라 삼권분립과는 먼 거리가 있는데, 이것이 더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실제로 더 많은 나라가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제도적 우수성이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삼권분립을 문언대로 수호하는 것이 뭔가 절대적 진리라는 식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일반법과 특별법이 존재하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입니다. 형법이 있음에도 성폭력에 대한 특별법이 따로 있고, 국가보안법이 따로 있습니다.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시라면 납득하겠지만, 이것이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시한 입법만능주의라는 것은 지금 존재하는 법 현실과는 너무나 괴리가 있습니다.
물론 특별법이 남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법치주의 근간을 흔든다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결론적으로 변협의 역할에 대해서 저 스스로 많은 고민이 있습니다. 다른 변호사님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그것은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뜻을 최우선으로 할 것인가, 상황에 따라서 때로 다른 조정안을 찾아야 하느냐의 고민과 궤를 같이합니다. 한변 소속 변호사님들의 우려는 깊이 고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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