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교수가 된 이후로 운이 좋게도 제가 몸담은 학과가 계속 성장하는 바람에, 그리고 몇 몇 교수가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대략 여덟 차례 정도에 걸쳐 교수 채용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후보자가 좋은 평을 받는지, 어떤 후보자가 나쁜 평을 받는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교수 임용을 위해 면접을 보러 가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저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조금 다른 사항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아마도 대동소이 할 것 같습니다.)
교수 면접까지 갔다고 하면, 사실 딱히 준비할 것도 없습니다. 교수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Be yourself”이기 때문입니다. 몇 시간의 준비로 자기 본 모습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교수 면접은 적어도 하루 종일, 대부분 1박 2일, 어떨 때는 2박 3일처럼 아주 길 기 때문에, 본 모습이 어디에선가는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면접 보러 갔다가 오면 됩니다. 끝.
벼락치기 면접 준비는 별로 의미가 없다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는 다 했으니, 이제 제가 관찰한 바를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저는 제가 임용 후보자가 되어 면접을 보러 다닐 때는, 왜 면접을 보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교수가 되고 나서 면접의 반대편에서 관찰해 보고 나서야 면접이 정말 중요한 과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면접을 보러가서는 모든 후보자가 준비한 것을 잘 이야기 하고, 자기가 가진 것을 잘 포장해서 적절히 잘 전달하고, 겸손하면서도 즐거운 모습을 보이고, 멋진 사람 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후보자가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하루 이상의 면접 일정에서, 후보자는 학과 내의 모든 교수와 개별적으로 30분 이상 면담하게 되고, 학장도 따로 만나고, 학과장도 따로 만납니다. 학생들을 따로 만나는 경우도 있고, 학과 내의 직원들도 따로 만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떨 때는, 다른 학과의 관련 분야 교수들도 만납니다. 아주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여러 배경을 가지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후보자는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조금씩 보여줍니다. 나중에 후보자가 집으로 돌아간 후에, 학과 내의 구성원이 한 자리에 모여서 회의를 합니다. 그 회의에서 각자 그 후보에 대해 받은 느낌과 생각을 서로 교환하고 토의합니다. 만약 한 축으로 치우친 의견이 있다면, 다른 교수가 그 의견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그 후보자에 대해 공정한 잣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 에서, 후보자가 아무리 자신의 장점은 더 내세우고, 단점은 감추려고 노력해 봐야, 결국엔 대부분 본모습이 다 알려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 드린 것 처럼, 별로 면접을 준비할 것은 없습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오면 됩니다.
교수 임용에 성공하려면 우선 운이 좀 좋아야 합니다. 아무리 자기가 훌륭한 연구 업적을 쌓았다고 한들, 연구 분야가 학과에서 채용하고자 하는 분야와 다르다면 무용지물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연구 업적을 쌓은 두 후보자가 있다면, 학과의 발전 방향에 부합하는 후보자를 뽑으려고 할 겁니다.그러니까, 이런건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Be yourself”의 범주 안에서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별로 후보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교수를 닮은 사람이 교수에 가장 가깝다
제가 지난 6년간 느낀 점입니다. 제가 겪어 본 교수 채용 과정은 모두 신임 조교수 채용을 위한 것이었어서, 교수 임용 면접에 오는 후보자들은 대체로 박사학위를 받은지 2년 이내, 혹은 곧 박사학위를 받으실 분들이었습니다. 박사과정 혹은 박사 후 과정 중이시거나, 연구소 같은 곳에 연구원으로 있으시거나, 학교에 강사로 계시거나 하는 분들이셨습니다. 경력이 길건 짧건 무관하게 제가 볼 때는 두 부류의 후보자들이 있었습니다. 교수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후보자들과 그렇지 않은 후보자들.
“교수처럼 말하고 행동한다”라고 하면, 강압적인 표현을 한다거나 잘난 척 하는 행동을 한다는 식의 뜻으로 받아들일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두 후보자가 극명하게 대비되던 채용 과정이 있었습니다. 두 후보자 모두 아직 박사학위는 없는 박사 말년차, 즉 박사학위 임용 예정자였습니다. 연구 실적도 비슷 비슷 했습니다. 연구 분야의 호불호도 없었습니다. 서류 상으로는 두 후보자 모두 저희 학과에 좋은 후보자였습니다.
한 후보자는 자신이 교수로 만일 임용 되었을 경우, 어떤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계속해 나갈 것인지, 그 연구를 하려면 어떤 실험 장비들이 필요한 것인지, 어떤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찾을 것인지, 어떤 과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은지, 어떤 연구재단에 어떤 제안서를 제출할 것인지, 어떤 교수들과 협업할 것인지 등에 대한 준비가 모두 되어 있었고 잘 정돈된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후보자와 대화하고 있으면 그 사람이 꾸린 연구실의 모습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했고, 우리 학교에서 이미 몇 년 간 지냈던 사람 처럼, 학교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단순히 직장이 필요해서 교수가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박사과정 학생과 교수는 그저 자기가 하는 연구의 측면에서 볼 때 같은 선 위에 있는 다음 단계였던 것뿐입니다. 이 후보자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이미 교수가 된 사람에게서나 들을 법한 이야기였습니다.
반면에 다른 후보자는 면접에서 많이 당황한 듯 보였습니다. 면접에 와서 본인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듯 했습니다. 앞의 후보자가 가지고 있었던 계획을 이 후보자는 전혀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 후보자는 면접에서 깨달았던 것이 많았는지, 집으로 돌아간 뒤 며칠 뒤에, 학과로 전화를 걸어와서는 자기는 지도교수님 밑에서 박사 후 과정 연구원으로 지내기로 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아직 마지막 후보자가 면접을 보러 오기도 전의 일이었습니다.
앞의 잘 준비된 후보자는 결국 저희 학과에서 교수 임용을 제안 했지만, 더 좋은 조건을 제안한 다른 학교에서 교수 생활 중입니다.
똑같이 박사학위 임용 예정자일지라도 후보자 마다 보여주는 모습은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후보자는 누가 봐도 그냥 “학생”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반면에 어떤 후보자는 함께 이야기를 해 보면, 학생과 대화하는 것 같지 않고, 동료 교수와 대화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교수로써의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해 본 사람이 교수처럼 말하고 행동할 수 있고, 교수가 됩니다. 교수가 하는 여러가지 일들, 즉 연구, 강의, 학생지도, 다른 교수들과 교류 등등을 즐길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 그것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교수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 역시 “Be yourself”가 의미하는 것의 범주 안에 들어가고, 결국은 따로 준비한다고 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제가 한 만화책에서 본 구절에서 말하는 것 마냥, 교수가 되는 것이 그냥 자연스러운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교수라는 직업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너무 잘 맞아서 학생이지만 교수라는 직업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많이 고민해 본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모든 교수가 임용 전부터 교수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건 아닙니다. 분명 어딘가 중간 쯤 에 있는 사람들이 있지요. 제가 그랬던 것 처럼 말이죠. 저처럼 헤매고 계실 분들을 위해 교수 면접 준비를 위한 한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어떻게 하면 교수 임용 면접을 잘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잘못된 질문입니다. “교수들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으며, 어떤 고민을 하면서 살까?”가 제가 볼 때는 옳은 질문입니다. 가장 가깝게는 지도교수님께 여쭤 볼 수 있을 것이고, 다른 멘토 교수님이 있으시다면, 그 분께 여쭤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advice for new assistant professors” 따위로 검색을 해 보고 여러 글을 읽어 봐도 좋을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책을 (미리) 읽어 보고 고민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Tomorrow’s Professor: Preparing for Careers in Science and Engineering
– A PhD Is Not Enough!: A Guide to Survival in Science
– Advice for New Faculty Members
– What They Didn’t Teach You in Graduate School: 299 Helpful Hints for Success in Your Academic Career
– Tomorrow’s ProfessorA PhD is Not Enough!
– Advice for New Faculty Members What They Didn’t Teach You In Graduate School
혹시 몰라서 덧붙이는 글: 저는 교수라는 제 직업을 정말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직업이 모든 사람에게 최고의 직업을 아닐 겁니다.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많습니다.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교수가 되는 것만이 최고의 길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라, 그저 제가 지난 시간 동안 관찰하면서 느겼던 점을 정리하여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하였습니다.
원문 : 잡생각 전용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