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oogle Ventures의 Braden Kowitz가 작성한 「What fuels great design (and why most startups don’t do it)」을 원작자의 동의 하에 번역 및 게시한 글입니다.
디자인과 고객 경청의 중요성
“우리 회사가 제품 디자인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회사를 막 창업하신 분들이 제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은 끝내주는 디자이너를 영입하거나 매우 비싼 디자인 에이전시에 일을 맡기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두 방법 모두 도움 될 수는 있으나 회사가 직접 디자인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진정한 사업가라면 멋진 디자인이 남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볼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유일한 방법은 고객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죠.
최근 들어 스타트업 업계에서 디자인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아 무척 기쁩니다. 디자인은 무심코 발견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면 디자인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어떠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을 때, 결국 쳇바퀴만 돌리는 상황을 마주하곤 합니다. 제품을 더 예쁘게 만들 궁리만 하고 실질적으로 고객의 니즈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죠. 그러니 디자인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이미 수백 번도 더 들었을 것입니다.
“유저 리서치” “고객 분석” “고객과의 만남” 뭐라고 부르건 고객을 직접 만나 그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이야말로 제품을 향상할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하지만 대표분들에게 가장 최근에 고객(주변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진짜 고객)을 직접 만난 것이 언제냐고 물었을 때, 대부분 얼굴을 붉히며 최근에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들 이야기합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지나치게 재미있는 나머지, 우리가 잠깐이라도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소홀해지게 만들죠. 저도 솔직히 인정합니다. 저 또한 유저 리서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유저 리서치를 진행하지 말자고 주장한 적도 자주 있습니다.
그 시간에 차라리 뭐라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나을 거라는 생각에 고객들과의 대화는 계속 미루었었죠. 다행히 저와 함께 일을 하던 사람들은 정말 뛰어난 인재들이었고, 제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서 꾸준히 알려주었습니다. 아래는 그 이후로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제 자신에게 되새기는 내용들입니다.
변명 1. 고객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몰라요
아마 여러분은 헨리 포드의 이 유명한 말을 한번쯤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면,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요? 그 누구도 고객이 직접 자기가 필요한 제품을 디자인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모든 것이 너무나도 쉬워지겠죠. 다만 고객들은 분명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고 어떠한 점이 마음에 안 드는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만약 고객들이 ‘더 빠른 말을 원한다’고 요구하면, 당신은 지금 고객들이 느린 이동 속도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잡아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제야 그 정보를 기반으로 팀은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죠.
- 실상: 고객들은 이미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모를 뿐이죠.
스타트업들은 이제 피칭(발표)은 그만하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합니다. 인터뷰를 계획하고 불필요한 질문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보세요. 사람들은 자신이 여태까지 무엇을 경험해왔는지 잘 표현할 줄 모르고 미래에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는 더욱 무지하죠. 그러니 그런 불필요한 것들은 잠시 미뤄두고 당장 오늘 무엇을 했는지, 어떠한 문제점을 겪었는지, 지금 가지고 있는 제품들이 왜 불편한지 물어보세요. 장담컨대 여러분은 많은 것을 배울 겁니다.
아, 참고로 헨리 포드가 그런 말을 실제로 했는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도 남아 있지 않답니다.
변명 2. 너무 바빠서 유저 리서치를 진행할 시간이 없어요
만약 당신의 목표가 무언가를 최대한 빨리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유저 리서치는 그 작업의 속도를 더뎌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멋진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오히려 유저 리서치는 그 목표를 이룰 가장 빠른 방법이 될 수 있죠.
많은 팀이 우선 시장에 내놓는 것이 가장 빠르게 배울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서둘러 제품을 출시하기 바쁩니다. 하지만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고객이 무엇이 정확히 필요한지 배우기에는 좋지 않은 방법입니다. 얼마나 많은 고객이 당신의 제품을 사용하는지 수치상으로는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왜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지, 어떻게 더 오래 사용하도록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더 많은 유저를 끌어모을지는 알기 쉽지 않을 겁니다.
- 실상: 유저 리서치를 통해 더욱 빠르게 개발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런칭하는 건 매우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런칭을 하면 이후 제품 수정은 굉장히 힘들어질 수밖에 없죠. 그러니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파악해 출시 전에 수정할 수만 있다면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시간을 줄이는 것이죠. 그뿐 아니라 매우 형편없는 결과물을 다시 고치느라 몇 주 동안 고생할 일도 없습니다.
그러니 “빠르게 자주 출시하라”라는 스타트업의 모토를 “빠르게 자주 배워라”라는 모토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스타트업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잘 진행된 유저 리서치가 스타트업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변명 3. 유저 리서치 전문가를 영입할 여유가 없어요
제가 지난 몇 년간 함께 일했던 스타트업 중 단 한 번도 유저 리서치 전문가가 팀에 합류해 있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유저 리서치를 못할 이유는 없었죠. 고객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당히 외향적인 성격과 약간의 연습만 더해진다면 충분히 멋진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 실상: 팀원들이 다 함께 유저 리서치를 배울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에는 가장 열정적이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죠. 그러니 우선 고객과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한 사람을 찾아보세요. 그 사람이 유저 리서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조금씩만 여건을 마련해주세요. 세일즈가 주 업무인 사람이라면 대화를 이끌어가며 팔려고 하기보다 듣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도 방법이겠죠. 고객관리팀이라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혹시 또 다른 문제가 있는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유저 스터디에 대해 가르쳐준 사람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긴장하기도 했지만, 고객들과 이야기를 시작한 이후부터는 본인이 지난 몇달 간 겪은 일 중에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말하더군요. 인터뷰 덕분에 그는 고객의 눈을 통해 제품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매번 같은 생각 속에 갇혀 있던 그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끄집어낼 좋은 계기가 되었죠.
그러니 팀원 중에 한 명이 반드시 유저 리서치에 대해 공부하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조언도 받아보세요. 비록 배우더라도 수년간의 경험과 시간은 절대로 대체할 수 없죠. 저 또한 저와 함께 일하는 스타트업분들에게 유저 리서치를 교육하는 걸 즐깁니다. 많은 사업가의 경우 종종 외부 자문을 구해 사업 방향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죠.
변명 4. 아직 제품 개발이 안 끝났으니 유저 테스트는 나중에 할게요
저도 이 변명을 자주 사용하곤 했습니다. 저는 제 작업물이 항상 완벽하길 원하다 보니, 절반밖에 완성되지 않은 제 일을 남에게 보여 주는 것이 싫었죠. 하지만 오랫동안 혼자 고립된 채 일하다 보면 항상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디테일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결국 쓸데없는 것들만 다듬곤 했죠.
팀 작업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해결책과 사랑에 빠진 나머지, 그 아이디어가 실제로 괜찮은지 검증조차 하지 않은 채 디테일 작업부터 시작하죠.
실상: 여러분의 생각 이상으로 피드백은 필수 요소입니다.
쓸데없는 작업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준비가 되어 있건 아니건 간에 말이죠. 저는 항상 실제 디자인 작업을 시작하기 일주일 전부터 유저 스터디를 진행합니다. 시간을 고려한다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데드라인이 있기에 항상 목표에 집중할 수 있고, 제품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것에만 몰두하게 해줍니다.
경험상 스타트업은 고객으로부터 피드백을 얻기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제 경우 키노트나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만든 아주 단순한 클릭형 프로토타입에 의존해 왔죠. 혹시 아직 프로토타입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라면, 경쟁사의 제품을 무료 프로토타입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니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한번 바라보세요. 조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더라도, 확실한 타깃층을 찾은 후 유저 스터디를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하세요.
이제 변명은 그만!
결국 고객의 니즈와 행동에 대한 진짜 데이터를 얻을 방법은 유저 리서치에 시간을 투자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디자이너로서 이제 저는 유저 리서치 없이는 일을 진행할 수 없을 것 같네요. 고객 데이터가 팀 안에서 돌고 돌다 보면 자연스럽게 PM과 개발자들을 포함, 팀 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기 마련입니다.
결국 유저 리서치는 직관적인 디자인, 멋진 제품, 성공적인 회사, 이 세 가지 모두를 만들어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까지 말씀을 드렸는데도 왜 아직 그 자리에 앉아 계신가요? 지금 당장 나가서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원문 : @five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