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필요한 ATP를 합성하는데 가장 유용한 원료다. 우리 몸의 모든 생명 현상은 ATP 에너지에 의존한다. 하루 사용량은 무려 50킬로그램이나 된다. ATP↔ADP를 재생해 사용해서 잘 모르는 것이지 이렇게 많은 양을 먹어서 섭취해야 한다면 끔찍할 것이다. ATP는 단 2분만 고갈되어도 생명이 위험해진다. 모든 생명 활동이 마비되는 것이다.
이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몸에서 포도당이 시급하면 지방, 탄수화물 가리지 않고 가져다 분해하면서 ATP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혈액을 통해 포도당을 공급받는 시스템에 이상이 있으면 저혈당 증상이 나타난다. 혈당이 떨어지면 공복감, 떨림, 오한, 식은땀 등의 증상을 보이고 심하면 실신이나 쇼크를 유발, 그대로 방치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특히 야간 저혈당은 환자가 잠을 자는 동안 일어나 즉각적인 조처를 할 수 없어 심각한 위험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저혈당의 극단적인 모습이 죽음이라면, 저혈당이 약하게 존재할 때는 여러 가지 증세로 나타난다. 피로, 권태감, 우울, 불면, 불안, 초조, 두통, 현기증, 발한, 떨림, 근육통, 식욕 감퇴, 이유 없는 공포, 집중력 저하, 감각 마비, 소화불량, 수족 냉증, 시력 저하, 근육 경련, 복부 경련, 건망증, 신경과민, 탄식, 하품, 짜증 등등. 저혈당이 고혈당보다 무서운 이유다.
건강한 포유류의 뇌는 에너지원으로 포도당만 사용한다. 그런데 뇌에는 포도당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에 뇌세포의 포도당 공급은 혈류에 의해 분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다. 혈중 포도당 농도가 정상 수준의 50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면 뇌 기능 장애가 나타난다. 혈중 포도당 농도가 정상 수준의 25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면 곧바로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먹을 것이 부족해 ATP가 부족하게 생산되면 모든 생명 활동이 저하되지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저혈당 증세와 같은 것일 뿐이다. 중세에 설탕을 약으로 사용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가장 맛있고 가장 효과적인 에너지원이니 허약했던 사람에게 얼마나 만능의 치료제였겠는가.
지금도 병원에 가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포도당 주사다. 주사를 통해 혈관에 직접 포도당을 공급받는다. 에너지가 부족할 때 당이 최고의 약이다. 몸에 좋아 맛이 좋은 것인데, 몸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마구 먹고서 몸에 나쁘다고 욕하지는 말아야 한다.
중세 이래 유럽에서 설탕은 만병통치약으로 기침, 가슴 통증, 위장질환, 심지어 흑사병의 치료제로 처방되었고, 16세기까지도 의사와 약제사에게는 필수품이었다. 현대에 와서도 설탕의 이 모든 약리 작용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설탕은 기억력을 좋게 한다. 기억력이 감퇴하는 이유 중 하나는 뇌에 유일한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다쳤을 때 물보다 설탕물을 먹은 아이가 통증을 덜 느낀다는 연구가 있다. 설탕은 딸꾹질도 멈추게 한다. 딸꾹질이 나오면 물을 천천히 마시고 설탕 한 티스푼을 혀에 올리고 녹여 먹는다. 이렇게 하면 신경이 혀끝의 단맛에 반응하느라 딸꾹질을 멈춘다.
설탕은 또 어린 말라리아 환자의 응급처치용으로 사용한다. 어린 환자의 경우는 약 25퍼센트가 매우 심한 저혈당이 된다고 한다. 이때 급하면 주사 대신 설탕을 먹여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사탕을 먹으면 오래 산다는 보고가 있으며 설탕이 스트레스 해소, 공격적 성향 감소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식중독 등 어지간한 질병은 쉬면서 물과 포도당만 제때 공급받아도 병이 저절로 치료된다. 이질도 마찬가지고. 에볼라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90%라는데 포도당 주사만 있어도 생존율이 급격히 높아진다. 원래 병은 내 몸 스스로 낫는 것이다. 회복을 위해서 필요한 건 휴식과 에너지원뿐이다.
움직이기 힘든 환자에게는 포도당 주사보다 효과적인 식사도 없다. 더구나 가장 깔끔하게 소비되기 때문에 화장실에 갈 필요성도 적고, 혈관에 혈당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배고픔도 줄어드는 것이다.
원문: SeeH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