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버켓챌린지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확산되고 있다. 이 캠페인의 요점은 SNS를 통해 ‘행운의 편지’가 현대판으로 되살아났다는데 있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년에 한 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지금은 당신에게로 옮겨진 이 편지는 4일 안에 당신 곁을 떠나야 합니다. 이 편지를 포함해서 7통을 행운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 주셔야 합니다. (…) 이 편지를 받은 사람은 행운이 깃들 것입니다. 힘들겠지만 좋은 게 좋다고 생각하세요. 7년의 행운을 빌면서.. “
누구나 한 번은 받았던 이 행운의 편지는 영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다시 한국으로 넘어온 유행된 것으로 추적된다. 일본에서 행운의 편지가 유행하기 시작했던 때는 1966년으로, 1968년에는 일본 전역으로 확대되어 망상에 빠진 청소년의 자살 사건도 벌어져서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고 조금 잠잠해졌다 싶을 때에도 대중소설이나 라디오 사연 같은 데서 이 행운의 편지는 이따금 언급되면서 명줄을 이어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워드프로세서가 보급된 이후부터는 프린터로 인쇄된 편지가 우편함에 들어와있는 일이 발생했고, PC통신과 인터넷의 시대가 열리면서 전자우편함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판을 어지럽히곤 했다.
버켓 첼린지와 행운의 편지의 공통점
새로운 숙주를 찾아 전염되는 바이러스처럼 새로운 매체가 생길 때마다 옮겨 다니던 행운의 편지가 드디어 2014년 여름, 모바일의 시대와 SNS라는 채널을 통해서 적합한 형태로 진화해 번식하고 있다. 행운의 편지와 아이스버켓챌린지의 확산 매커니즘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행운의 편지와 아이스버켓챌린지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 있는 이유는 ‘Call to Action’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Call to Action’이라 함은 게시물을 전달받은 사람에게 정확하게 어떤 행위를 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인데 구매를 유도해야 하는 광고나 마케팅에서는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콘텐츠가 바이럴 확산을 일으킬 때에도 ‘Call to Action’은 중요한데, 보고 난 후 “그래서 어쩌라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콘텐츠 소비자를 이내 콘텐츠 (재)생산자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행운의 편지가 가진 ‘Call to Action’ 방법은 ‘협박’이다. 목숨을 위협하고 소중한 사람을 앗아가겠다는 등 그 내용에 비하면 편지 한 통 쓰는 것은 큰 고생이 아니므로 못미더우면서도 기꺼이 같은 편지를 복제해낸다.
아이스버켓챌린지 또한 ‘Call to Action’으로 ‘협박’을 사용한다. 사회적으로 모두가 동의하는, 도덕성이라는 포장지로 완벽한 약자를 인질 삼아 지목당한 이들의 평판을 협박한다.
“이렇게 좋은 뜻을 가진 캠페인에 너가 참여하지 않는다고? 너는 그럼 ALS환자들이 고통 속에 죽어나가도 괜찮다는 얘기야? 너 어쩜 그렇게 이기적이니? 게다가 너는 이미 전세계인과 약속했다고! (그 약속은 너랑 상의없이 내가 먼저 해버렸지만 말야).”
아이스버켓챌린지는 이렇게 병을 주면서 약도 같이 준다. 이 캠페인에 참가한 후에는 사회적 명성을 보상받는다. 기꺼이 ALS환자를 위해서 고통을 감수한 용감한 사람이 되고, 선택받은 사람만이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을 통해 참여한 소수의 엘리트 계층이 되어 우상화된다. 동영상이 유포되고 나면 몇 일간은 평생 접해보지 못했던 영웅 대접을 받게 된다.
행운의 편지는 여러 가지 버전이 있지만 “케네디 대통령 암살과 이름 모를 복권 당첨자의 사례”는 필수적으로 들어가있다. 부정적인 미래로 위협하고 협박을 했다면, ‘복권 당첨’이라는 긍정적인 미래로 다시 한 번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내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과 최고의 상황이 동시에 ‘Call to Action’을 불러일으킨다.
아이스버켓챌린지에 참여하는 사람은 대중의 시선 속에서 평판을 지키려는 자기보호적인 차원과 자신을 매력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자기과시적인 차원에서 참여한 것이라고 해석해보자. 지목 당한 사람이 그저 시키는 일만 잘 수행하면 부정적인 상황의 방어와 긍정적인 상황의 성취를 이끈다는 점에서 누구나 미션을 수행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행운의 편지의 ‘96시간 내에 자신의 손을 떠나야 한다’는 조건과 아이스버켓챌린지의 ‘24시간 내에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는 조건도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촉박한 시간은 비판적 사고를 할 기회를 박탈한다. 바이러스로 치자면 면역체계가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21세기 SNS 버전 행운의 편지, 그리고 아쉬움
아이스버켓챌린지는 대다수의 바이럴콘텐츠가 그러했듯, 시일 내로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껴 인기를 잃고 식어버릴거다. 다만 행운의 편지가 가졌던 전염성은 분명 또 다른 콘텐츠를 숙주로 재생산 될 것이고, 우리는 또 다른 버전의 행운의 편지를 앞으로 계속 접하게 될 것이다. 아이스버켓챌린지는 수많은 행운의 편지 중 하나의 새로운 버전이다.
숙주를 매개체로 삼아 자가증식을 한다는 점에서 생물학적인 바이러스, 컴퓨터 바이러스, 콘텐츠 바이러스가 공통점을 가진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2014년 여름, SNS를 숙주로 삼은 콘텐츠 바이러스가 탄생했다. 이 역사적인 시점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나, 우리는 사회적으로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체계를 키워나가야 한다. 정보 불균형과 올바른 정보소비를 위한 소양이 SNS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시되는 시대다.
한편 미국에서 아이스버켓챌린지가 대중의 인기를 끌면서 확산되기 시작한지 2주가 지나고 있고, 한국에 상륙한지도 3일이 지나고 있다. 캠페인의 성과로 보면 아주 우수하다. 지난 해 동월 대비 열 배에 가까운 기부금이 들어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부의 본래 취지로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테레사 수녀는 기부에 대해 “당신이 얼마나 많이 하는가 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랑을 갖고 하는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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