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산하에서 시작해 독립 방송국으로 자리잡은 EBS
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주희: EBS 이주희PD입니다. 1995년 입사했으니 30년이 다 됐네요.
이승환: EBS는 어떻게 들어오게 됐나요?
이주희: 제가 87학번인데 군대 다녀오니 언론사 열풍이 불고 있었어요. 그때는 PD랑 기자랑 똑같은 과목을 봤어요. 국어, 영어, 상식, 이런 필기시험을 보던 옛날이었죠. 신문사 시험 붙으면 기자, 방송사 시험 붙으면 PD가 되던 시절인데, 저는 EBS에 붙어 PD가 됐습니다. 솔직히 어떤 소신이 있어서 온 건 아니에요.
이승환: 그때 EBS는 지금과 어떻게 달랐나요?
이주희: 1991년 EBS가 KBS에서 독립했어요. 독립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정말로 ‘교육’ 프로그램에 포커스돼 있었습니다. 현재 EBS에서 많이 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같은 교양, 시사 영역이 그때는 많지 않았어요. 수능 인강도 없을 때였고, 중고등, 외국어, 유아, 어린이 프로그램이 거의 다였죠.
이승환: 그러던 회사가 어떻게 변화가 조금씩 생겼나요?
이주희: 그때는 EBS가 교육부 산하여서 교육부 예산을 받아썼습니다. 편성의 자율권도 많이 부족했어요. 그때 사원들이 ‘학교교육’을 벗어나 평생교육, 사회교육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파업에 들어갑니다. 편성자율권도 중요한 문제였죠. 이를 통해 독립 공사가 됐고요. 예산 운영과 편성 등에 자율권을 갖게 되며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승환: 어떤 변화가…?
이주희: 기존에는 채널 하나만 운영하고 있었는데, 다양한 초중고 교육 방송을 크게 늘리며 채널도 굉장히 많아졌죠. 수능 인터넷 강의도 시작했구요. 또 학교, 외국어 교육 등을 케이블과 위성 채널에서 맡게 되며, EBS 메인 채널은 시사 교양 위주로 바뀌게 됩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명실상부한 교양 플랫폼 스타일로 가게 되지요.
공공성과 동시에 수익성까지 담보해야 하는 어려움
이승환: 수신료, 수능 외에도 이런저런 재원이 있나 봐요.
이주희: TV 수신료는 전체의 3%만 EBS로 들어와요. 한전이 받는 수수료보다도 적습니다. 안정적인 재원은 그뿐이고, 나머지는 다 유동적이죠. 매년 국회에서 심의를 받는 ‘방송발전기금’도 유동적이고, 광고 수익은 요즘 TV는 다 어렵죠. 다행히 지난 2천년대 초중반까지는 수능 사업 등이 잘 돼서, 큰 문제 없이 회사가 성장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수험생 숫자도 줄어들었고 옛날처럼 수능 연계율이 엄청 높은 상태도 아니죠.
이승환: 입시 방송을 계속 키울 수 있지 않나요?
이주희: EBS는 정부 지원을 받기도 하기에, 메가스터디처럼 무조건 수익 극대화를 해서도 안 됩니다. 당장 수능 e러닝이 무료로 제공돼요. 그래서 교재 수익 정도만 가능한 건데, 이조차도 비슷한 스타일의 문제집보다 훨씬 쌉니다. 물론 공적인 정부 사업을 대행하는 거니까 이게 맞지요. 다만 이런저런 제약이 있기에 항상 재원 부족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죠.
이승환: 뭐가 딜레마 같은데요…
이주희: 맞습니다. 돈은 안 되지만 공공성이 있는 걸 하라고 만든 회사인데, 또 동시에 돈은 벌라고 하면서 돈을 맘대로 막 쓸어 담을 수도 없어요. tvN처럼 돈 벌기 위해 생긴 회사가 아니니 이해는 가는데, 전체 예산에서 안정적인 부분이 너무 적다 보니까 항상 위태위태하죠. 공적 영역 수행과 수익 확보 간의 외줄타기가 계속됩니다.
이승환: 그래도 요즘 수신료 KBS 줄 거 EBS 줘라(…) 등 응원 분위기도 있던데요.
이주희: 굳이 수신료가 아니라도, 공적 지원이 더 왔으면 하는 바람은 있죠. 공공을 위한 목표를 추구하면서 효율성을 유지한다는 게 이상적으로는 되게 좋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양쪽 모두를 좇기가 힘들거든요.
이승환: 그렇다고 또 정부에서 돈을 팍팍 던져줘도 문제일 것 같고…
이주희: 맞습니다. 방만해진다는 비판이 있겠죠. 하지만 현재의 구조로 공적 역할을 계속 수행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돈을 벌고, 적은 재원으로 효율적으로 방송을 만들지 고민이 많습니다.
제작 자율성을 통해 드라마, 반려동물 등 다양한 소재의 방송을 제작
이승환: EBS에 입사하셔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이주희: EBS는 인원이 많지 않아서, 편성, 사업 등 다양한 일을 돌아가면서 해요. 저는 운이 좋아서 대부분의 시간을 제작 PD로 보냈어요. 그리고 제가 PD로 활동한 90년대, 2000년대는 지상파의 전성기였잖아요. 꽤 자유롭게 방송을 많이 만들었어요. 그래서 요즘 회사에 들어오는 친구들을 보면은 약간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요즘은 예산 축소돼서 맘대로 하기 힘드니까. 저 때는 드라마도 만들고 그랬거든요.
이승환: EBS에서 드라마를 만들었다고요?
이주희: 예. 청소년 드라마 여럿 만들었어요. <점프>라고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학생이 과거 역사적 인물로 빙의되는 거죠. 요즘은 엄청 흔하지만 그때만 해도 신선하다고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또 <사이언스 쇼>라는 과학 예능도 만들었어요. 예로 과학적 지식을 활용해 방탈출 게임을 한다거나, 사람을 띄우려면 얼마만큼 큰 헬륨 풍선이 필요할까, 이런 실험들 있잖아요.
이승환: EBS가 생각보다 신기한 거 많이 만들었군요;
이주희: 네. EBS가 좀 PD의 자율성을 많이 존중해주는 문화가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제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라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는데요. 그때는 강형욱 훈련사가 뜨기 전이었어요.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출연자가 최고의 IP구나. 옛날 같으면, 그러니까 90년대나 2천년대 초였다면, 강형욱 훈련사가 다른 방송사로 옮겨도, 오리지널은 EBS라고 인지할 거예요. 근데 지금은 강형욱 훈련사가 오리지널이라 생각해요. 오리지널의 이미지가 채널이 아니라 출연자를 따라가는 거죠. 그것만 해도 지상파의 영향력이 많이 죽었다 하죠.
이승환: 강형욱 훈련사는 PD님을 평생의 은인으로 모시고 있나요?
이주희: 아니, 그럴 관계도 아닐뿐더러 전혀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은인’ 같은 발상 자체가 90년대나 2천년대 초반 PD들의 마인드죠. 다들 내가 쟤 키웠다고들 하는데 아니거든요. 왜냐면 강형욱 훈련사는 처음 출연할 때부터 잘했어요. 강형욱 훈련사가 아니었으면 그 프로그램이 뜨지도 않았을 거예요.
이승환: 넘 겸손하신 거 같은데…
이주희: PD와 출연자는 서로 돕는 관계란 거죠. 근데 예전에는 PD에게 더 힘이 실려 있었다면 이제는 출연자에게 더 있는 것 같아요. 유튜브도 그런 면에서 마찬가지이고요. 프로그램 기획 잘하는 것보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더 힘이 있는 거고요. 저희도 그런 변화에 적응해 나가야죠.
덕업일치를 통해 다큐 강국으로 자리잡기까지
이승환: EBS의 본격적인 교양 프로그램, 다큐 주력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이주희: 2천년대 초중반에 지금 사장님이신 김유열 부장님께서 편성부장으로 계셨어요. 그때 그분이 교양과 다큐 쪽으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셨죠.
이승환: 부장이 그렇게 힘이 세요? 거의 이거는 사장급 결단인 것 같은데?
이주희: EBS가 공기업이다 보니까 오너의 리더십이 그리 강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가끔은 실무진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기회가 오기도 합니다. 그때 편성팀에서 다큐멘터리를 밀었고, 2008년 <다큐프라임>이라는 EBS 간판 프로그램이 생겼죠.
이승환: 어쩌다 그렇게 뜬 거죠?
이주희: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사실 EBS가 <다큐프라임> 전까지는 다큐멘터리를 이렇게 많이 만들던 회사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처음 <다큐프라임>을 만들게 된 PD 중에 다큐멘터리를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어요. 근데 반대로 기존 한국에서 많이 만들던 다큐멘터리 스타일에서 자유로운 다큐를 만들 수 있었지요.
이승환: 어… 그래도 보통 어떤 장르든 문법이라는 게 있잖아요?
이주희: 그런데 저희는 또 교육방송이잖아요. 상업성이 강한 지상파 스타일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래서 주로 유럽의 공영방송 교육 콘텐츠를 많이 봤어요. 그걸 기존 한국 다큐 스타일과 결합했죠. 그러다 보니 남들과 다른 독특한 다큐가 많이 나왔어요. 저 같은 경우 비용 줄이기 위해 일단 저예산으로 역사 속 전투 장면을 찍은 뒤, 후편집으로 옛날 느낌 나게 한다거나 하는 걸 많이 했습니다. 이준익 감독님이 <자산어보>를 흑백으로 해서 예산 절감했듯 말이죠.
이승환: 내용 면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이주희: 돈도 없고 틀도 없고, 눈치 봐야 할 선배가 없잖아요? ‘원래 이렇게 만드는 거야’라는 전통이 없으니, 연출은 물론 주제나 소재도 더 다양할 수 있었죠. 그러니까 저처럼 다들 자기가 좋아하는 내용을 택했고, 그러니까 더 열심히 파고들잖아요? 어느새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게 돼요.
이승환: EBS 다큐가 덕업일치의 터전이 된 거군요.
이주희: 네, PD들이 각자가 관심 있는 영역을 엄청 파고들어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그걸로 책도 쓰죠. 그러다 보면 다큐 내용의 주도권을 PD가 확실하게 쥐게 됩니다. 보통은 교수님이나 자문위원이나, 이런 분들의 주장에 내용이 정해지거든요. 반면 EBS는 PD 본인의 어떤 의도대로 구성하고 주장하며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어요. 저도 저의 주 관심 분야인 역사와 정치 관련 다큐멘터리를 많이 만들었어요. <강대국의 비밀>이라는 역사 다큐, <킹 메이커>라는 대통령 선거 전략 등 몇몇이 나름 화제가 됐었죠.
세계 최고의 석학이자 저자를 모시는 <위대한 수업>
이승환: 그렇게 다큐를 열심히 제작하다 또 어떤 일이 있었나요?
이주희: 잠시 경영 부문에 몸을 담기도 했어요. 근데 평생 제작만 했기 때문에 경영에 관여하는 게 그렇게 재밌지는 않더라고요. 솔직히 잘한 것 같지도 않고요. 다행이었던 점은 EBS PD 수가 많지 않거든요. 150명 정도 되는데, 실제 제작을 하는 PD는 50~60명 정도 돼요. 그래서 항상 어디든 사람이 부족해요. KBS처럼 큰 회사는 한번 제작 떠나면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EBS는 또 기회가 옵니다.
이승환: 그래서 <위대한 수업>으로 복귀하게 된 거군요.
이주희: 네. <위대한 수업>은 제가 경영 부문에 있을 때, 제가 몸담고 있던 센터 소속 프로그램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항상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다시 제작 쪽으로 복귀하며 이 프로그램 만들고 싶다 자원한 거죠. EBS가 이런 문화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큰 방송사는 부장급 이상이 경영 쪽으로 빠졌다가, 다시 현업 제작 PD가 되기는 어렵거든요.
이승환: 왜 <위대한 수업> 제작에 뛰어들고 싶었나요?
이주희: 덕업일치죠. 제가 PD가 돼서 좋은 점이 역사 프로그램 전문 PD가 될 수 있었던 거예요. <위대한 수업>을 통해서 내가 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싶은 세계적인 석학들을 만나고 싶었죠. 세계적인 석학을 만나서 직접 강의를 듣고 질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대단한 영광이고 기쁨입니다.
이승환: 근데 강연이면 제작비가 별로 안 들 것 같은 느낌인데, 위대한 수업은 꽤 드나 봐요.
이주희: 출연료가 적지 않습니다. 세계 최고의 석학이란 또 엄청난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강연자인 경우가 많거든요. 다들 에이전시도 있고 해서 그냥 교수님으로 퉁칠 수 있는 분들이 아니에요. 슈퍼 갑들, 연예계로 따지면 슈퍼스타들과 일하는 겁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님 <총, 균, 쇠> 얼마나 팔렸겠습니까. 또 교수가 아닌 분들은 더할 수도 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을 어찌 감히 쉽게 섭외하겠어요.
EBS, 본연의 목적인 공공성에 충실해야
이승환: <위대한 수업> 촬영 진행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이주희: 보통은 출연자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합니다. 당연히 그분이 준비한 내용을 기본으로 하지만, 그걸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는 또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최대한 사전 협의를 해요. 그렇게 강의 구성을 짜고 촬영을 갑니다. 대개 촬영은 제작비 문제로 현지 스텝 4명 내외로 구성합니다.
이승환: 그거밖에 안 써요?
이주희: EBS는 예산이 빡빡해서 허투로 못 써요. 거기에다가 세계 석학들이 있는 나라는 주로 부자 나라예요(…) 그래서 이게 사람 한 명 인건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다른 방송사 같은 경우에는 조연출도 출장할 때 데리고 가는데 우리는 PD 혼자 가요. 정산도 PD가 하고, 데이터 백업도 PD가 하고, 다 PD 혼자 합니다;;; 그래도 <위대한 수업>은 고생이 덜하죠. 일단 출연자 대부분이 강의력이 워낙 좋으셔서 그걸로 커버되는 게 많거든요.
이승환: <위대한 수업>이 돈은 좀 되나요?
이주희: 저희가 정부 지원을 받잖아요? 그래서 마음대로 이윤을 추구할 수 없고, 3년간은 <위대한 수업> 콘텐츠로 영리사업을 할 수 없어요. EBS가 돈 벌려고 만든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효율성만 추구했다면 애초에 이런 프로그램은 아예 만들지도 못했을 거예요.
이승환: <위대한 수업> 외에도 EBS 산하에 EBR 등 좋은 콘텐츠가 많은데, 이쪽 수요는 어떤가요?
이주희: 콘텐츠의 품질이 높다고 잘 팔리는 건 아니니까요. 막말로 웨이브나 티빙 규모도 쉽지 않은데, EBS 단독으로 상업적으로 의미 있을 정도의 규모를 가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거든요. 그래서 저는 EBS 본연의 공익적인 목적부터 충실한 게 우선인 것 같아요.
<위대한 수업>, 전 세계 석학들의 기록으로 남아야
이승환: <위대한 수업>은 EBS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이주희: 일단 저희는 공영성을 가진 방송국이니,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발현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또 시청률 자체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말하자면 고급 시청자라 해야 할까요? 일종의 오피니언 리더 등은 많이 시청했고 화제성도 컸죠. 그런 점에 의미 있는 성공인 것 같습니다. 근데 저는 이 프로그램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봐요.
이승환: 어떤 가치가 있을까요?
이주희: 이 석학분들 중에 나이가 많은 분들이 꽤 있거든요. 그런데 이분들의 공개 강의 기록이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이런 수준의 강연을 편성할 수 있는 방송사가 많지 않으니까. 어쩌면 우리가 마지막일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이게 기록 그 자체로서의 가치도 되게 크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분들 중 상당수가 인류 역사에 영향을 미칠 수준의 분들도 있으니까요. 그런 분들의 기록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공적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올해 있었던 일인데요, 어떤 분은 3년 만에 섭외가 되어서 좋아라하고 촬영을 갔는데 미국 현지에서 연락이 안되는거에요. 그래서 일단 찾아갔더니 며칠 전에 돌아가신 거에요. 모두들 깜짝 놀랐죠. 또 시즌 4에 나올 다른 한 분(마이클 루스)은 산소호흡기를 단 채로 강의하신 일도 있고요.”
이승환: 앞으로 <위대한 수업>은 어떤 방향으로 갈까요?
이주희: 이미 ‘확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제임스 카메론도 석학은 아니잖아요. 작년에 태양의 서커스 CEO도 촬영했고, 루크 동커볼케라고 현대차 디자인을 확 바꾸신 디자인 총괄도, 향수로 유명한 조 말론, 동화 작가 앤서니 브라운, 건축가 안도 다다오도 촬영했죠. 잘 알려진 세계 석학을 넘어, 한 분야에서 일가견을 쌓은 분들의 강의를 남기는 거죠.
이승환: 확장의 계기가 있나요?
이주희: 처음부터 굳이 석학들만 촬영하려 했던 건 아니에요. EBS가 제공해야 할 가치 중 하나가 ‘평생교육’이잖아요? 대중이 들어야 할 만한 강의라면, 그 사람이 꼭 석학이 아니더라도 찾아가 촬영하는 거죠. 다만 화제성도 필요하다 보니 초반에는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학자들을 먼저 섭외했지요. 또 이런 분들을 먼저 섭외해야 후속 섭외가 편하기도 했고요.
이승환: 앞으로 <위대한 수업>이 어떤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는지요?
이주희: 이제 4년째 하고 있는데 한 10년은 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인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음에도, 아직 섭외되지 않았거나 섭외가 됐지만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못 한 분들도 많고, 떠오르는 신진 학자들도 있거든요. 이미 EBS는 이 분야에 많은 노하우가 생겼어요. 적은 예산에 훌륭한 강의를 만들 수 있고, 세계 학계의 흐름도 알게 됐죠. 전 세계 어느 방송사들도 가지지 못한 고급 노하우가 사라지지 않고, 쭉 계속됐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