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Wealth of Common Sense에 기고된 「The Curse of Early Success」를 번역한 글입니다.
1.
리 차일드(Lee Child)는 거의 20년 동안 한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일하다가 해고당했다. 별다른 대책을 세워놓지 않았던 그는, 칫솔과 옷가지 하나만 들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불량배를 소탕하는 전직 군경찰 리처(Reacher)에 관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약 30권의 리처 시리즈를 집필했으며, 이 시리즈는 두 편의 영화와 TV 드라마로 탄생했다.
차일드는 최근 팟캐스트 ‘아트 오브 맨리니스’에 출연하여 인생 후반(39세)에 작가로 시작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성공적인 글쓰기 경력은 거의 항상 두 번째 경력인 경우가 많습니다. 글쓰기는 나이가 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정말 멋진 일입니다. 첫 번째 경력이 무엇이든 모든 종류의 우여곡절과 문제, 기복이 있었을 겁니다. 이를 통해 무언가를 배워 인생의 중반에 이르렀을 때 준비가 된 겁니다. 그러면 탱크에 연료가 가득 차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쌓여 있죠. 젊을 때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믹 헤론(Mick Herron)도 늦게 글쓰기에 뛰어든 또 다른 작가다. 헤론은 기업 관련 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했다. 퇴근 후에는 집에서 한 시간 동안 글을 썼다. 그의 목표는 하룻밤에 350단어를 쓰는 것이었다.
스파이 시리즈 『슬라우 하우스(Slough House)』가 대히트를 치기까지 몇 년 동안 그는 느린 행보를 보였다. 현재 이 책은 수백만 부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애플TV에서 네 번째 시즌을 방영 중이다. 현재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TV 드라마다. 헤론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작가로서의 성공이 인생 후반에 이뤄져 기쁘다고 말했다.
제가 얻은 교훈은, 커리어의 절반만 성공할 수 있다면 후반부에 진출하는 게 좋다는 것입니다. 전반전이 비극이라면 그냥 비극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후반부에 성공을 이루면 해피엔딩이 됩니다.
2.
이코노미스트는 2000년부터 2014년 사이에 뉴욕에 문을 연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소개했다. 이 연구는 뉴욕 타임스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 관련 글 「미슐랭 스타: 축복인가 저주인가?」
미슐랭 스타를 받았다는 것은 경쟁이 치열하기로 악명 높은 레스토랑 업계에서 부러워할 만한 위치처럼 들린다. 하지만 틀렸다. 2019년 말까지 이 레스토랑 중 40%가 영원히 문을 닫았다. 실제로 권위 있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은 그렇지 않은 레스토랑보다 문을 닫을 확률이 더 높았다. 이 현상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설명했다.
미슐랭 스타는 홍보 효과를 높인다. 연구에 따르면, 새로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의 경우 구글 검색 강도가 3분의 1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명성에는 대가가 따른다.
첫째, 레스토랑의 고객이 바뀐다. 각광을 받으면 레스토랑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멀리서도 관광객이 찾아온다. 고객의 더 큰 요구를 충족하려면 새로운 비용이 발생한다.
둘째, 이 상은 레스토랑의 등에 별 모양의 표적을 달아준다. 식재료 공급업체나 건물주 등 레스토랑과 거래하는 업체는 이 기회를 이용해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한다. 셰프들 역시 자신의 급여에 이 영예가 반영되기를 원한다. 경쟁업체에 의해 침범될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이는 결국 기본적으로 로또 당첨자가 파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과 같은 이유로 이어진다. 성공은 축복이자 저주가 될 수 있다. 30~40년에 걸쳐 성실하게 돈을 저축하는 사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느리지만 확실하게 자신이 축적한 부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에 성공하고 부자가 되는 것은 심리적으로 몰아세워질 수 있다. 사람 자체는 같은 사람이지만, 즉각적인 부와 함께 새로운 압박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3.
명성이나 경제적 변동성 역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월스트리트 저널은 물가 상승률이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물가 수준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펜실베이니아주 도일스타운에 사는 54세의 엔지니어인 마릴린 황은 “적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많은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황의 급여는 2020년 이후 인상되었다. 황과 그녀의 파트너는 여행에 계속해서 돈을 썼고, 심지어 외식의 횟수는 늘어났다. 하지만 그녀도 최근의 물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늘어났다고 털어놨다.
“평생을 안정적인 물가로 살았잖아요. 정신적으로 힘들죠.”
물론 물가가 안정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다만 2020년대의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에게 익숙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압축적인 방식으로 발생했다.
2010년대의 누적 인플레이션은 19%로, 2020년대의 누적 인플레이션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2020년대의 인플레이션은 급격하게 진행되어 사람들이 새로운 물가에 서서히 익숙해질 시간을 주지 않아다.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의 누적 인플레이션은 각각 64%, 34%, 28%였다. 물가는 거의 항상 상승한다. 때로는 다른 때보다 더 빨리 오를 때도 있다. 물가 상승이 많은 가정이 재정적으로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큰 고통을 주는 이유는, 우리가 이렇게 단기간 동안 벌어지는 경제 변동성에 익숙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격변의 시기를 견디는 것은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좋은 소식은 이 시기를 통해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근육은 다음번 경제 변동성이 나타날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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