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에 멀리 사는 친구가 서울로 출장을 온다고 해서 얼굴도 볼 겸 모였다. 그날 바로 저녁 비행기로 다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라 정겨운 사람들끼리 오래간만에 낮술을 하면서 맛나게 먹고 있는데 체중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에 살이 너무 쪄서 3 자릿수를 달려간다는 선배도 있었고, 반대로 먹어도 살이 너무 안 찌는 친구도 있었다.
만으로 45인 나도 최근에 체중을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한때 80kg을 넘어서서 무겁던 몸이었지만 지금은 74kg 내외에서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먹고 싶은 걸 안 먹고 그러지는 않는다.
자취 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언제 이렇게 음식을 챙겨 먹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배가 불러도 눈앞에 음식이 있으면 손이 간다. 술이라도 한잔하는 날이면 안주빨은 또 왜 그렇게 세우는지… 그렇지만 2년 가까이 지금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간헐적 단식’ 덕분이다.
간헐적 단식의 원리
단식이라고 하면 고통스럽고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많이 먹었으니까 그걸 소화해서 피 속에 혈당이 올라가면, 높아진 혈당이 에너지로 소비되어서 자연스럽게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시간을 확보해 주는 거다. 그렇게 하면 몸은 핏속에 있는 에너지를 먼저 쓰고, 그러고도 모자라면 쌓여있던 살에서 에너지를 가져다 쓴다.
몸이 영양분을 관리하는 방식은 수입이 현금으로 들어왔는데, 은행에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과 정기 예금에 넣는 것과 원리가 비슷하다. 현금으로 들어오는 수입은 내가 먹는 음식이고,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은 혈당이고, 꺼내기 어려운 정기 예금은 살이다. 혈당이 일정 수치 이상을 계속 유지하게 되면, 몸은 마치 자연스럽게 남는 혈당을 더 꺼내기 힘든 형태인 지방으로 만들어 몸에 쌓아 둔다.
먹는 것을 구하기 힘들었던 원시 시대의 우리의 조상들은 생존을 위해 그렇게 진화했지만, 생물학적으로 유전자가 변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갑작스럽게 풍요의 시대로 들어섰고, 하루 3끼를 먹는 주기로 계속 몸이 필요한 것 이상의 영양분을 섭취하고 있다. 그래서 살이 찌고 아프다. 몸이 무겁고, 혈압이 오르고, 지방이 몸 곳곳에 쌓인다.
마흔이 넘어서면서도 특히 술자리가 있으면 과식하고, 그다음 날이면 몸이 무겁고 체중이 느는 걸 체험한 나는 그래서 휴직을 했던 2022년부터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고 있다. 뭐 요가복 입고 명상하듯 하루를 굶고 그러는 거 아니다. 그냥 저녁을 일찍 먹고, 아침을 거르는 거다. 12시가 넘어서 점심을 먹고, 저녁을 7시 이전에 먹고 야식을 먹지 않으면, 전날 저녁 식사 이후부터 다음 날 12시까지 16시간 이상의 공복 시간을 벌 수 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말 그대로 간헐적으로 단식을 하는 것이다.
제일 좋은 건 이런 생활 습관이 유지하지가 너무 쉽다는 점이다. 아침을 안 먹으면 허기지고 스트레스받을 것 같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몸은 자연스럽게 스스로 에너지를 만드는 기재를 작동한다. 전날 늦게까지 과식하면 다음 날 점심을 좀 가볍게 먹고, 오늘은 아침에 아이들에게 챙겨 준 아침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먹었으면 그냥 평소보다 몸을 조금만 더 움직이면 된다. 그렇게 내 몸을 이해하고 편하고 좋은 규칙들을 정해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평생 유지할 수 있는 다이어트
아널드 홍의 『간헐적 단식? 내가 한 번 해보지!』는 간헐적 단식이라는 활동을 아주 쉽게 풀어낸 책이다. 평생 보디빌더로 어려운 식이요법을 지키고 살다가 간헐적 단식을 알게 되고, 먹는 것에서 자유로워진 경험담이 담겨 있다. 아널드 홍이 직접 100일을 수행해 본 기록과 그 뒤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건강한 생활 습관을 함께 만들어 가본 경험들이 쉬운 말로 설명되어 있다.
여성의 경우 호르몬의 변화에 따른 어려운 점도, 그리고 스트레스가 많아서 폭식하게 되면서 무너지는 상황에 대한 마음 챙김 방법도 함께 소개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책에서 소개해 준 지속 가능한 생활 습관이 내가 하고 있는 일들과 비슷해서 참 뿌듯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마음속으로만 있던 규칙들을 이제는 눈에 보이게 인쇄해서 매일매일 기록해 두고 있다.
다 못 지키고 살지만, 그래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고 기록들을 보다 보면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보인다. 최대한 나 자신에게 너그럽지만 또 그만큼 소중한 나 자신을 위해 당장 눈앞의 달달한 것에 가는 손을 멈추고 조금이라도 내 몸에게 스스로를 추스를 시간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니 몸이 무거워서, 나이가 드니까 살이 쪄서 고민인 분들은 한번 시도해 보시길. 백세 시대에 제일 큰 행복은 아프지 않고 나이 드는 삶이다. 입이 즐거우려고 찾는 음식들을 소화하고 처리하느라 너무 바쁜 우리 몸에 조금 쉴 수 있는 시간을 챙겨 줄 수 있는 여유가 다들 있으면 좋겠다.
원문: 이정원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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