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욕을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신사가 6월 3일부로 PC 전용 웹 사이트를 모바일 웹 버전으로 개편하였습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기존 이용자들은 다소 당황한 모양새인데요. 사실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할지라도, 변화는 일단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찬사를 받는 토스 증권의 단순한 UI 역시, 초기에는 기존의 것에 익숙하던 이들은 정보량이 한정적이라며 비판하던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래서인지 반응은 솔직히 좋진 않습니다. 무신사 패션톡은 물론, 다수의 커뮤니티에서 이번 개편에 대한 불만 섞인 피드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 내부에서도 이를 충분히 예상했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신사가 이러한 변화를 택한 이유를, 업계에서는 주로 비용 절감 목적이 아니겠냐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최근 무신사의 PC 이용률은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위해 PC 버전을 별도로 유지/보수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겁니다.
비용 절감만 노린 건 아닐 겁니다
물론, 무신사는 이번 UI 개편의 목적이 비용 효율화보다는 PC와 모바일에서 일관된 사용자 경험과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설명에 100% 공감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일관된 사용자 경험이 반드시 더 나은 사용 편의성을 뜻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개편의 숨겨진 의도, 그리고 무신사가 노리는 진짜 목적은 전문관, 커뮤니티, 개인화 추천 등 모바일 웹 전용으로 제공되던 기능을 확장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전문관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무신사는 그동안 사업의 외연 확장을 위해 다양한 카테고리의 전문관을 개설하고 성장시키는 전략을 펼쳐 왔습니다.
그러나 이 변화는 모바일 웹과 앱에 주로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공통된 경험을 제공한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특히 직장인처럼 일상에서 PC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PC 웹과 모바일 웹/앱을 번갈아 가며 쇼핑을 많이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탐색은 PC에서, 결제는 모바일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서는 전문관 경험이 단절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PC 웹페이지의 레이아웃을 완전히 개편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무신사가 모바일 중심으로 통합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건
더욱이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서도 ‘대화면을 가진 PC가 모바일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것 역시 어쩌면 착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모바일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이후 등장한 많은 서비스들은 이미 상당수가 무신사처럼 모바일 웹으로 통일된 UI를 제공해 오고 있고요. 고객들은 이를 불만 없이 잘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에이블리와 지그재그는 별도의 PC 웹페이지를 두고 있지 않고요. 심지어 스마트폰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생각되는 4050 세대를 타깃으로 한 퀸잇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당장은 무신사의 정책 변화에 대한 불만이 있더라도, 고객들은 금방 이에 적응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PC라는 기기가 가진 하드웨어 특성상 모바일 웹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기능을 PC에 별도로 적용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입니다. 비용 관점에서는 이를 통일시키는 것이 당연히 합리적일 수 있지만, 무신사처럼 1위 기업이라면 경쟁자들과 동일한 길을 걷기보다는 이러한 특성을 살려 또 다른 차별점으로 삼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종합적인 관점에서 이번 개편은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었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뭔가 깔끔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원문: 기묘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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