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롯데면세점이 희망퇴직, 임원 급여 20% 삭감, 매장 면적 축소 등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하였습니다. 롯데면세점이 면세업계 1위인 만큼 이는 단지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서 면세산업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 팬데믹이 진정되고 여행 수요가 회복되면 자연스레 면세업계의 불황도 끝이 날 거라는 긍정적 전망이 많았는데요. 그러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요 면세점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 드러나면서, 이제 면세산업은 구조적으로 반등하기 어려운 거 아니냐는 자조적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독이 되어버린 인천공항 포기
물론 롯데면세점의 위기가 단지 시장의 구조적 문제에서만 기인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작년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22년 만의 철수를 결정한 것은 치명적이었습니다. 물론 당시만 해도, 이러한 결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긴 했습니다. 임대료를 아껴 손익을 개선하는 동시에, 시내 면세점을 강하하여 매출 감소는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였는데요. 문제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행태가 변화하면서 기대한 만큼 시내 면세점이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데에 있었습니다.
팬데믹 이전 면세점들의 핵심 고객은 단체 관광객이었습니다. 특히 흔히 유커라고 부르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의존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작년 8월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하면서, 이들이 다시 돌아올 거라는 기대가 컸던 거죠.
하지만 한국여행 트렌드는 여행객들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단체여행보다는 아예 개인이나 소규모 관광 중심으로 변화합니다. 실제로 2019년 전체의 16%를 차지하던 단체여행 비중은 9.3%로 6.7%p나 줄었다고 하고요. 더군다나 단체여행객들마저, 면세점에서 소비하던 금액을 확 줄입니다. 이들은 온라인으로도 웬만한 것들은 다 살 수 있다 보니 쇼핑보다는 로컬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여행 계획을 짜기 때문인데요. 현지 쇼핑 역시 자국에서도 살 수 있는 럭셔리 브랜드보다는 접하기 어려운 로컬 브랜드 중심으로 하는 경향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시내면세점의 매출 실적은 부진하였고, 반면에 공항면세점들은 입지를 바탕으로 그나마 선방하면서 롯데면세점의 실적이 더욱 악화되었다는 겁니다.
반면에 이로 인해 반사 이익을 얻은 곳도 있었습니다. 무신사, 올리브영, 다이소 등이 대표적인데요. 이들은 한국의 로컬 패션, 뷰티 브랜드를 취급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별다른 홍보 없이도 입소문이 나서 점차 외국인 매출 비중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아예 마르디 메크르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등의 패션 브랜드 매장들로도 외국인 고객들이 몰리고 있고요. 이에 따라 성수, 한남 등은 새로운 관광 명소로 급부상 중이기도 합니다.
적극적인 콘텐츠 발굴에 나서야
그리고 이제 이러한 고객 트렌드 변화는 시내면세점뿐 아니라 공항면세점, 더 나아가 면세업계 전체의 위기로 번지고 있습니다. 아예 면세점 쇼핑이라는 옵션이 관광객들의 여행 계획에서 빠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결국 면세점 업계가 변화하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생존은 더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백화점 업계를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어 보이고요.
떠나가는 관광객 때문에 골치인 면세업계와 달리, 백화점들은 오히려 외국인 매출 증가가 실적 개선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과거 백화점들은 현재의 면세점들과 비슷한 고민을 했었습니다. 온라인 쇼핑이 성장하면서 젊은 고객들은 떠나갔던 건데요. 이들은 적극적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고 입점시키면서 부활에 성공합니다. 더현대 서울 등은 신진 브랜드 유치는 물론, 매력적인 공간을 더하여 새로운 경험 공간으로 재탄생하기도 하였고요.
이러한 콘텐츠에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고객들도 반응하면서 백화점은 지금도 계속 성장 중입니다. 따라서 면세 업계 역시, 럭셔리 브랜드에 집중하던 것에서 탈피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수혈하고, 매장 경험 개선에도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만 바뀐 관광객들 역시 여행 계획에 면세점 쇼핑을 다시 추가할 것입니다.
원문: 기묘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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