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3사 2분기 실적발표가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SK컴즈의 실적.
네이버 맑음,
다음 흐림,
KTH 비라면
SK컴즈는 천둥, 번개, 우박, 폭우라 할까.
지난 3년간 실적추이를 살펴볼까요?
2011년 2621억원
2012년 1971억원
2013년 1282억원
업계 블랙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계속 나빠지고 있습니다.
“사실 막 인터넷업계를 담당했던 몇년전만 하더라도 SK컴즈의 위상은 꽤 대단했어. 특히 2007년 말에는 싸이월드에 이어 엠파스를 인수, 시가총액 1조4000억원까지 치솟았으니까 말이지. 지금 다음도 1조원이 간신히 넘으니 당시 SK컴즈가 얼마나 잘 나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지”
SK컴즈는 왜 망가졌을까? 지난 3년간 속된 말로 ‘병크(실수)’를 계속 터뜨렸기 때문입니다. 위기는 2010년 찾아옵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이름의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등장하면서죠.
이야기를 풀기 전에 잠깐 SK컴즈의 수익모델을 살펴보겠습니다. 다른 포털업체와 마찬가지로 검색 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가 캐시카우인데요.
SK컴즈가 다른 포털과 다른 점은 여기에 추가로 강력한 SNS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죠. 바로 싸이월드와 네이트온. 이중 싸이월드는 높은 트래픽은 물론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까지 보유한, 그야말로 보물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무튼 2011년 기준으로 정리를 하자면 디스플레이 1157억원, 검색 542억원, 도토리 판매 및 기타 921억원 되겠습니다. 조금 과장 섞어 모든 것을 갖고 있었다고 할까. 이때 페이스북이 빠르게 트래픽을 늘리며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을 흔들기 시작했죠.
페이스북이 어떻게 세를 확장했는지는 명확히 분석하기가 힘듭니다. 푸시와 타임라인으로 대표되는 혁신적인 기능? 글로벌 사용자와 연계된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 언론에서 띄어주던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 열풍? 중요한 것은 페이스북은 한국시장에 그닥 큰 관심을 갖지 않았으며 SK컴즈는 졸속대응을 반복했다는 점이죠.
페이스북 트래픽이 급증하던 2010년까지 별 대책없이 지켜만 보다가 더 이상 안되겠다 싶었는지 트위터 카피캣인 C로그라는 서비스를 선보이죠.
그리고 “트래픽을 합치자”는 취지로 네이트와 계정을 통합해 운영합니다. 당시 유저들의 반응은 한결같았습니다.
신선함? 편리함? 전혀 없었기 때문이죠. 이어 잘만 키우면 지금의 카카오가 될 수 있는 네이트온 모바일 버전을 질질 끌며 작업하다가 버그투성이의 앱을 내놓았습니다.
그렇습니다. SK컴즈는 스스로 SNS사업을 말아먹었습니다. 왜 그랬을까?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모회사 SK텔레콤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예시 1
”통신사들이 포털업체에 말도 안되는 견제를 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이용자가 많으면 안정성을 위해 망을 끊겠대요. 당장 대응을 해야 합니다!”
”그럽시다! 우리가 걔네에게 내는 돈이 얼마인데”
”그거 다 뻥이에요. 괜히 우리가 잘 될까바 그런 거임”
”긁적긁적”
”너.. 뭐임?”
”우리 엄마회사라..”
예시 2
“아이폰 도입에 따라 곧 스마트폰이 보급될 것입니다. 네이트온 모바일 버전을 만들죠”
“안돼”
“왜요?”
“모회사 SK텔레콤 문자매출을 갉아먹는단 말이야”
“그러면 후위업체에게 기회를 빼앗깁니다”
“걱정마. 모회사 로비비용이 얼만데.. 공무원들 다 잡고 있거든. 후위업체들 깨갱거릴거야. 걱정마”
2년 뒤
”우리 메시지 막는다고? 헐..이용자님들아. 얘네들이 망 갖고 장난쳐요”
“워~ 워~ 다른 통신사로 갈아타자”
”깨갱”
즉 목숨 걸고 제품 만들어 경쟁자와 싸우기도 버거운 현실에 모회사 눈치보며 병크를 터뜨렸던 것이죠. 게다가 SK컴즈 경영진 중에서는 인터넷 전문가가 거의 없었습니다.
언제나 SK텔레콤 임원이 낙하산으로 들어왔죠. 실력주의 문화가 없고 아무리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도 잘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니 당연히 조직 분위기는 점점 침체될 수 밖에.. 병크는 계속됩니다.
“싸이월드에 집중해야 돼. 검색이랑 콘텐츠 수급에 들어가는 비용 줄여”
“왜요?”
“모회사가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게 싸이월드야. 한국 최초 SNS거든. 이거 꺾이면 안돼. 다른 거 줄여서라도 어떻게든 지원해”
SK컴즈는 엠파스를 인수하며 적지 않은 검색역량과 개발진을 보유하고 있었죠. 이 소중한 게 열 닿은 물마냥 훨훨 사라집니다. 이후에도 SK컴즈는 싸이월드 글로벌 진출, 넥스트 싸이월드 프로젝트 등 계속 싸이월드에 집착하더니 사업기반 전부가 망가지는 상황이 오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2년 여름, 대규모 해킹사건까지..
현재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검색 -> 다음에 넘김, 콘텐츠 -> 수급 안돼 페이지뷰 하락, 싸이월드 -> 사진 웹하드 전락, 네이트온 -> 그저 역사의 뒤안길로.
“SK컴즈의 몰락에서 우리는 뭘 배울 수 있을까?
“음.. 그건 잘 모르겠고 너무 병크가 많아서 이렇게만 안하면 된다?”
”농담이고..”
“IT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단순화된 의사결정구조가 중요하고 돌발상황 발생 시 유연하고 빠른 대처가 필요해”
“아울러 격한 경쟁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게 경영진은 늘 벤처십을 가져야 하고 직원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열정이 있어야지”
“하지만 SK컴즈는 그 무엇도 없었어”
”음.. 그렇다면 만약 2010년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올바를까?”
”너무 어려운데”
”네이버가 과거 구글의 진출을 기존 서비스만으로 효과적으로 막았듯이 SK컴즈도 페이스북의 약진을 싸이월드만으로 막을 수 있었을까?”
“음.. 아주아주 조심스러운데.. 어렵다고 봐. 편의성을 봤을 때 네이버 검색은 확실히 구글 검색보다 부분적으로나마 우위에 있는 점이 있는데 싸이월드는 페이스북보다 나은 점을 찾기 힘들거든”
“특히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들은 워낙 유행에 민감하고 예민하지. 마이스페이스라면 모를까 페이스북은 너무 강적이야”
“싸이월드는 특정 영역에서 포지셔닝하되 검색과 콘텐츠 수급을 강화하면서 모바일 기반의 세컨드 아이템을 빨리 내놓는 게 답이 아니었을까 싶네”
”음.. 마지막 질문! 요즘 싸이메라 잘 된다고 뉴스 많이 나오잖아. 어떻게 생각해?”
”음.. 이것도 어려운데.. 싸이메라 트래픽은 높지.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검증되지 않았어”
“핀터레스트나 인스타그램처럼 사진 기반의 유사 서비스를 봤을 때 과연 유의미한 매출을 독자적으로 낼 수 있을까 우려가 많지”
”그렇다고 SK컴즈 기존 서비스와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을까? 현재 남은 게 없는데”
“글로벌 SNS플랫폼으로 진화한다 벌써 1년 넘게 들은 것 같은데..
말보다는 실행 좀 했으면 좋겠어”
원문 : 스타트업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