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백화점이 데려왔었는데요
커피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바샤커피를 이제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롯데백화점이 국내 프랜차이즈 유통권을 단독으로 확보하여, 올해 7월 첫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 하는데요.
다만 흥미롭게도, 상징적인 1호점 위치가 롯데백화점 내부가 아닌 청담동이라고 합니다. 보통 해외 브랜드를 유통사가 유치하면, 자사 점포에 매장을 내면서 집객 효과를 노리는 것과 상반되는 결정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와 유사한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긴 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수제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역시 한화갤러리아 김동선 부사장의 주도 아래 한국에 들어왔는데요. 막상 첫 매장은 강남역 인근에 오픈하였고, 심지어 2호점은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더현대 서울에 위치하였습니다. 더욱이 3, 4호점 역시 신세계 강남과 서울역에 자리 잡을 예정이라 하고요.
반면 반대로 백화점이 먼저 나서 경쟁사의 콘텐츠를 들여오는 것 역시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이 광명점과 동탄점, 타임빌라스 등 신규 점포에 스타벅스 매장을 입점시킨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간 일종의 금기와도 같았던, ‘계열사 브랜드 중심 입점’ 원칙이 깨지고 있는 건데요. 이러한 변화가 일어난 원인은 그만큼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콘텐츠가 갑입니다
과거에는 힘의 우위가 유통사에 있었습니다. 백화점 입점 자체가 브랜드의 가치를 결정하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역으로 유통 계열사 브랜드들은 비교적 쉽게 주요 점포에 입점하여 이러한 후광효과를 누리며 빠르게 성장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역으로 백화점에 들어온 콘텐츠는 오히려 고루하다고 느낍니다. 힙한 브랜드, 콘텐츠로 인식되려면 이제는 오히려 성수나 홍대 등으로 대표되는 로컬에서 인정받아야 하고요.
반대로 유통사 입장에선 콘텐츠가 더욱 간절해지게 되었습니다. 편의성 측면에선 이커머스가 압도적이라 과거와 달리 입지가 큰 가치를 주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고객이 찾아오게 하려면, 색다른 경험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그래서 집객력이 뛰어난 콘텐츠라면 경쟁 업체 계열사라도 어떻게든 데려오려 애쓰게 되었습니다.
특히 최근 오픈하는 신규 점포들은 아예 성수나 홍대를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꾸미는 일도 많습니다. 얼마 전 오픈한 스타필드 수원이 대표적으로, 성수에서 이름을 날린 매장들을 대거 입점시켰다고 하고요. 방문한 고객들 역시 가까이서 핫플레이스의 힙함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파이브가이즈나 바샤커피가 백화점 밖으로 나간 건, 로컬에서 먼저 인정받고 돌아오란 뜻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요? 마치 대형 기획사 아이돌이 인디 무대에서 먼저 데뷔하여, 신선한 이미지를 더하듯이 말입니다.
크게 성공하려면 독립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브랜드 콘텐츠가 하나의 독자적인 사업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점 역시 이러한 변화를 이끈 요인 중 하나입니다. 스타벅스만 해도 2022년 기준 2.6조 원에 달하는 매출을 낸 대형 사업체로 성장하였는데요. 스타벅스만 단독으로 놓고 보면, 안정적인 매출이 기대되는 대형 유통 점포 입점을 경쟁사라는 이유로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유통사가 들여온 건 아니지만, 버거 프랜차이즈 쉐이크쉑 역시 법인을 분리할 정도로 독자적인 사업성을 인정받은 바 있는데요. 이처럼 잘만 키우면 훌륭한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브랜드 콘텐츠를 우선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더욱이 브랜드 론칭 초기라면 폐쇄적인 출점 정책으로는 빠른 성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고요.
그런 면에서 파이브가이즈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경쟁사 점포에 입점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전략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문: 기묘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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