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화든, 그 문화가 시작된 이유와 발전의 흐름에 대해 안다면 더 폭넓게 즐길 수 있다. 힙합도 마찬가지다. 일반 대중에게도 힙합에 대한 상식이 넓게 퍼져 있다. 하지만 정작 해답을 아는 이는 적은 편이다.
- 왜 스트릿 댄스는 힙합에 춤을 출까?
- 왜 댄서들은 크루를 결성하고 사이퍼를 할까?
- 어떻게 래퍼가 힙합을 대표하게 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들은 힙합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알아야 비로소 대답할 수 있다.
다행히 힙합에는 큰 장점이 있다. 힙합을 만든 DJ, 댄서, 뮤지션이 여전히 살아있고(!) 그들의 목소리가 담긴 양질의 자료가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OTT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힙합을 즐기는 것을 넘어 제대로 탐구하고 싶다면, 아래 영상 등을 시청해 보자. 손쉽게 해답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 심지어 모두 넷플릭스에서 제공하고 있어 접근성도 좋다.
1. 힙합 에볼루션(Hip-Hop Evolution, 2016)
때로는 잘 만든 영상 자료 한 편이 책보다 낫다.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는 HBO의 다큐멘터리 〈힙합 에볼루션〉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 작품은 힙합의 탄생과 발전 양상을 순차적으로 돌아보는 구성으로 진행된다. 그 과정 속에서 힙합과 대중문화가 교차점을 갖게 되는 지점을 이해하기 쉽게 짚어낸다.
특히 가장 큰 장점은 힙합의 역사에 위치한 중요한 사건들을 미국 동부에서 시작해서 서부와 중부, 남부를 골고루 조명하며 당사자 OG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풀어 놓는다는 것이다.
또한 말로만 듣던 턴테이블 기술의 탄생 히스토리나 브레이크 댄스의 시작, 서부와 동부의 음악적 차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눈과 귀를 통해 확인할 수도 있다. 힙합이라는 문화의 전반적인 역사에 대해 가장 알기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2. 더 겟다운 (The Get Down, 2016)
〈힙합 에볼루션〉이 힙합의 역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라면, 〈더 겟다운〉은 드라마로 접근한다. 힙합 문화와 래퍼의 탄생을 가상의 주인공을 통해 드라마의 형태로 조망한 것이다.
드라마 〈더 겟다운〉은 주인공 북스의 시선에서 힙합 문화 초기의 블록파티를 보여준다. 그 안에서 일개 파티의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던 ‘MC’가 ‘래퍼’로 진화해 나가는 과정을 진정성 있게 보여준다. 당시만 해도 힙합 문화의 주류였던 댄스와 음악 사이에서 어떻게 래퍼가 존재감을 확보하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제작에는 전설적인 래퍼이자 힙합의 태동을 직접 목격했던 ‘나스NAS’가 참여했으니, 내용에 관해서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3. 랩처: 래퍼로 살다 (Rapture, 2018)
현시대에서 힙합을 대표하는 파트는 단연 ‘랩’이라 할 수 있다. 〈랩처: 래퍼로 살다〉는 세대와 성별, 지역을 뛰어넘은 미국 최고의 래퍼 8명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
여기에는 명실상부 동부 힙합을 상징하는 아이콘인 나스(Nas), 남부 힙합의 왕이라 불렸던 티아이(T.I), 10년 이상의 베테랑인 투체인즈(2 Chainz), 신예 로직(Logic) 등 미국 힙합계의 걸출한 인물들이 초대된다.
다큐멘터리는 그들의 태도와 마인드를 진솔하게 조명한다. 힙합 음악이 어떻게 메인스트림의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는지, 왜 수많은 뮤지션이 힙합이라는 장르를 택해는지, 힙합이 한 장르의 음악을 넘어 문화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또한 래퍼들의 무대 퍼포먼스를 생생하게 살려낸 것은 이 다큐멘터리의 백미다. 좌중과 함께 호흡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는 무대를 직접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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