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댄서들이 모이는 올장르 대회 ‘댄스 유어 스타일’
한국인 최초의 우승자, 왁씨
홍텐(Hong 10)의 레드불 BC One 우승에 이어 또 다른 레드불 스트릿 댄스 대회의 우승자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바로 왁씨(Waackxxxy). 지난 2023년 11월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레드불 댄스 유어 스타일(Red Bull Dance Your Style)’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
왁씨의 우승 소식이 전해지자 SNS에는 우승 축하 메세지가 넘쳐났다. 새로운 월드챔피언의 탄생을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축하했다. 그런데, 레드불 댄스 유어 스타일은 도대체 어떤 대회이기에 왁씨의 우승에 그 많은 사람들이 기뻐한 걸까?
모든 스트릿 장르가 모이는, 모두의 장소
레드불 댄스 유어 스타일 (이하 레드불 DYS)은 올장르 1:1 배틀이다. 스트릿 댄스를 기반으로 춤을 추는 댄서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출전하는 댄서의 이름 아래에는 장르명이 크게 기재되어 있지만, 레드불 DYS 대회에서 댄서들이 보여주는 춤은 한 가지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힙합에 팝핀을 섞기도하고, 락킹과 팝핀을 수시로 오가기도 한다. 목표는 하나다. 사람들 앞에서 말 그대로 ‘자신의 댄스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다.
올 장르 배틀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조금은 낯선 풍경이다. 이는 레드불 DYS가 채택하고 있는 독특한 시스템이 만든 장면이기도 하다.
레드불 DYS에는 배틀이라면 당연히 있을 법한 심사위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신 현장에 참여한 관객들이 무대 위 댄서의 모습을 보고 더 마음에 들었던 댄서를 선택한다. 음악도 대중에게 잘 알려진 글로벌 히트곡들이 주를 이룬다. 장르 음악을 주로 들으며 연습하고, 배틀 때 관객보다는 저지를 보며 춤추는 게 익숙한 스트릿 댄서들에게 레드불 DYS는 새로운 도전이자, 어려운 과제와도 같은 배틀이다.
어쩌면 배틀 보다 ‘파티’에 가까운 대회
미국과 유럽의 주요 스트릿 배틀 대회에 비해, 레드불 DYS의 역사는 짧다. 대신 성장세가 빠르다. 2018년 즈음 첫 선을 보인 이후 매년 규모를 확장하더니, 2023년 배틀은 1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페스트할레 공연장에서 열렸다. 레드불 DYS의 독특한 시스템과 큰 규모는 댄스 대회를 조금 더 관객과 함께하는 파티의 분위기로 재편해 보자는 레드불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레드불은 최근 스트릿 댄스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일례로, 레드불을 대표하는 대회인 레드불 BC One의 2023년 대회는 세계적인 테니스 경기장인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을 빌려 성대하게 치뤘다. 레드불 DYS의 스케일도 상당하다.
전 세계에서 예선을 펼치고, 미국에서는 지역별로 예선을 열어 승자를 추리고 또 추린다. 한 해를 통틀어 예선과 본선, 월드파이널을 진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규모로 열리는 라인업이다 보니 댄서 라인업의 면면이 화려하고, 파이널 무대에서는 누가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배틀이 속출한다.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 왁씨의 댄싱
2023년 레드불 DYS 월드파이널의 라인업도 화려했다. 마지드(Majid)와 킹 다빈치(King DaVinci), 더 크라운(The Crown)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댄서를 비롯해 전 세계 30개 이상의 국가에서 펼쳐진 치열한 예선과 월드파이널 직전에 열린 최종 예선을 뚫고 올라온 실력자가 한가득이었다.
이 자리에 왁씨는 와일드 카드로 초청받았다. 쟁쟁한 댄서들 앞에서 음악을 놓치지 않고 주 장르인 왁킹에 다양한 스트릿 댄스의 요소를 적재 적소에 섞으며 춤을 이어갔다. 그리고 관객과 호흡하며 매 라운드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대회 우승 직후 왁씨가 구사한 왁킹이라는 장르, 여성이라는 성별에 많은 주목이 쏠렸다. 그 점을 감동 포인트로 짚으며 진심으로 감동받았다는 반응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 만큼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왁씨의 배틀과 댄싱이 현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DYS가 의도적으로 유명한 트랙만 골라 트는 이유는, 관객들이 음악을 듣고 춤을 이해할 수 있는 대회를 만들자는 목표에서 비롯됐다.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춤은 DYS에서 정상에 오를 수 없다. 관객이 왁씨의 춤에 공감하고, 즐기고, 끝내는 환호했다는 것이다. 왁씨는 더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배틀에 임했습니다.
진심으로 배틀에 몰입해 매 순간을 하이라이트로 만들어낸 왁씨. 치열한 결승전을 뚫고 월드챔피언에 오르기에 그 누구보다도 자격이 있는 댄서이지 않을까.
원문: DIRT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