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3, 4-6-3. 혹은 두산 베어스 팬들에겐 기억하기 싫은 추억인 1-2-3 등등.
야구팬이 아닌 일반인들에겐 갑자기 뺄셈이 왜 나오나 싶겠지만 야구팬들에게 있어선 우리 팀이 수비하고 있을 땐 정말 봤으면 하는 장면, 공격하고 있을 땐 술과 담배를 불러 안 그래도 해로운 취미인 야구시청을 더 해롭게 만들어주는 바로 그 병살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상대 팀이 치는 병살이 아니고서야 그 누가 병살을 좋아하겠느냐만 유독 국내에선 병살타에 대한 알러지가 있는 느낌입니다.
병살타가 많은 팀이 오히려 득점이 많다?
병살이라는 최악의 수를 피하면서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으로 가져다 놓기 위해 아웃카운트 하나를 그냥 바치는 희생번트를 남발하는 경기 운영은 인제 그만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잦으며, 심지어는 평소에 감독을 ‘번트 성애자’라면서 비난하던 팬들도 종종 희생번트가 없이 병살타가 나왔을 경우 왜 희생번트를 대지 않았느냐는 투덜거림을 합니다.
우리 팀의 공격에서 병살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야구에서 공격을 하는 이유는 ‘득점’을 창출하기 위해서인데, 나가 있던 주자마저 사라지게 하는 병살타가 나왔을 경우 ‘득점’을 올릴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런 데. 2001~2013년의 메이저리그 팀별 득점과 팀별 병살타 기록의 상관관계를 구한다면 오히려 0.15라는 양의 상관계수가 나옵니다. 물론 0.15라는 값은 딱히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며 무시해도 별 상관 없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음’의 값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딱히 병살타와 득점이 서로 관계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병살타가 많다고 해서 득점이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미국에 비해 희생번트 등으로 병살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더 하는 경향이 있는 KBO리그도 별반 다를게 없었습니다. 2009~2013년의 KBO리그 팀별 득점과 팀별 병살타 기록의 상관관계는 0.13으로 메이저리그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왜 그런걸까요? 우리는 병살타가 언제 나오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병살타가 나오려면 선행 주자가 있어야 합니다. 선행 주자가 없더라면 아무리 유격수나 2루수 정면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타구를 치더라도 병살타가 나올 수 없습니다.
타점을 많이 올리려면 앞에 나가있는 주자가 많아야 하듯이, 병살타를 많이 치려면 마찬가지로 주자가 나가 있는 경우에 타석에 많이 들어서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러니까 팀 병살타가 많은 팀은 그만큼 주자가 나가 있는 경우에서 타격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며, 주자가 많이 나가 있다는 것은 출루율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출루율이 높은 팀은 더 많은 득점을 하기 마련입니다.
병살타를 칠 수 있는 팀은 행복한 타자다: 주자가 있으니까
분명 ‘병살타’라는 이벤트는 기대 득점을 낮춰줍니다. 1993~2010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노아웃 주자 1루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득점은 0.941점이지만 투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선 0.112점으로 현저히 줄어듭니다.
그러나 병살타가 나오려면 출루해있는 주자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기에 출루로 인한 득점 창출 효과가 병살로 인한 손해를 상쇄하기에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죠.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출루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개인 병살타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병살이 나오려면 선행 주자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자기 앞타석에 들어서는 타자가 출루를 많이 한다면 병살타를 많이 칠 확률도 높아집니다. 감독이 어이없는 타선을 짜지 않는 이상, 잘 치는 타자 앞에 더 많이 출루를 하는 선수를 배치하기 마련이기에 당연히 강타자들은 더 많은 병살타를 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팀에 ‘병살머신’이 있다는 것이 그렇게까지 나쁜 일은 아니라는겁니다.
크게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지만 재미로 한 번 볼까요? 최근 3년동안 내셔널리그, 아메리칸리그에서 병살왕을 배출한 6팀 중 4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 3팀이 월드시리즈에 나갔으며 한 팀이 우승을 거뒀습니다.
홈런왕의 경우는 7팀(작년 내셔널리그 홈런왕이 2명) 중 포스트시즌에 나간 팀은 단 2팀,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한 투수를 배출한 6팀 중엔 3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갔으며 우승을 거둔 팀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재미로 봤던 것이기에 홈런왕이나, 평균자책점 1위보다 병살 1위가 더 명예롭다고 해석하거나, 팀에서 병살왕이 나오길 기도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팀에 병살왕이 있다 하더라도 그게 딱히 나쁜 일은 아니라는거죠.
병살을 ‘무조건’ 줄이는 두 가지 방법
얼마 전 LG 트윈스의 양상문 감독과 김무관 코치는 공개적으로 ‘병살을 개선’ 하겠다 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과연 병살이 ‘개선’해야 하는 부분일까요? 글쎄요. 저는 병살을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예 출루를 하지 않으면 병살은 나올 수 없습니다.
혹은 주자나 나가면 무조건 소극적으로 희생번트를 지시하면 되겠죠. 그러나 두 방법은 모두 팀의 득점을 ‘현저히’ 줄여줄겁니다. 당연히 택도 없는 소리입니다.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빠른 주자와 빠른 타자가 동시에 있는 경우 병살타가 나올 확률은 줄어들겁니다.
다 잘 하면서 발까지 빠르면 금상첨화지만 그런 선수들로만 라인업을 채울 수 없습니다. 다른걸 포기하고 단순히 병살 방지를 목적으로 발 빠른 선수들만 기용하는 것은 정신나간 행동입니다. LG팬들 중에서 병살타를 줄이기 위해 이대형의 컴백을 바라는 팬이 얼마나 있을까요?
물론 저도 야구를 보면서 응원하는 팀이 중요한 상황에서 병살타를 치면 조건반사처럼 욕이 튀어나오며 아마도 그건 앞으로도 변함없을겁니다. 그렇지만 응원팀에 병살이 많다고 병살을 개선하라는 요구를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네요.
돈을 많이 벌면 세금을 더 많이 내듯이, 주자가 많이 나가니 병살도 그만큼 많은 법입니다. 세금을 많이 낸다 해서 돈 많이 버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원문: MLB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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