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돼지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습니다.
돼지는 학교가 참 싫었습니다. 학교에 가면 살이 쪘다고 괴롭히는 급우들이, 엄마가 왜 인사를 안오냐고 묻는 선생님이, 영문을 모를 이상한 것들을 가르쳐주고 그걸 못하면 무작정 때리고 보는 선생님들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는 그렇게 좋아해주던 아버지도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는 이상한 것들을 잘 못한다고 윽박지르고 화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돼지는 알고 싶은 것들을 가르쳐 주는 책들이, 이상한 수식과 꼬부랑 글씨 보다는 멋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만화가 좋았습니다.
돼지에게는 그래도 엄마가 있었어요. 항상 맛있는 걸 해주고 무슨 일이 있어도 감싸주던 엄마입니다. 생각나던 일은, 어렵사리 살던 살림이지만, 아버지 일을 돕고 돌아오는 길에 돼지와 동생들을 버스 정류장에 불러서 분식점의 싸구려 햄버거라도 사주던 일입니다. 돼지는 내일 학교에 가면 공부를 못한다고 냉대를 할 선생님이 무서웠지만 그 순간 만큼은 마냥 행복했더랬습니다.
하지만, 돼지가 중학교를 다닐때 엄마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침밥을 차려주고 공부 열심히 하라던 엄마가, 저녁에는 싸늘하게 식어서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심근경색이니 하는 병 이름은 낯설어서 귀에도 잘 안들어왔습니다.
돼지는 하지만 겉으로 의젓한 척 했습니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계속 피워대던 아버지에게 힘내라고 그러고 동생들에게도 냉정하게 우리가 잘하자고 그랬죠.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제 엄마가 없는 삶은 어떨지 상상도 되지 않았습니다.
변함없이 학교는 돼지에게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엄마가 세상을 갑자기 떠났는데, 담임선생님은 공부도 잘못하는 가난한 집 학생에게는 와 보지도 않았습니다. 엄마를 땅에 묻고 학교에 등교한 날 음악 선생님은 음악시험 준비가 안되었다는 이유로 돼지의 뺨을 때렸죠.
그 날 돼지는 생각했습니다. 왜 난 공부를 못할까.
공부를 못하는 난 세상에서 난 아무것도 아닌 걸까. 아무것도 아닌 내가 사는 건 의미가 없는 걸지도 몰라.
돼지는 죽을 용기도 없었지만, 세상은 크게 어두운 곳으로 보였습니다. 무서웠어요. 무서웠어요.
그런 돼지에게 다른 친구 한 명이 카셋트 테잎이 들어가는 워크맨을 건냈드랬습니다.
친구가 해 준 그 말이 아직 귀에 쟁쟁합니다.
“한 번 들어봐, 이거 진짜 좋다.”
이어폰에서는 낯설지만 감미로운 선율과 함께 영문모를 일본어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가사는 이랬다고 합니다.
저 지평선이 빛나 보이는 건
어디엔가 너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지
많은 등불이 반가운 것은
저 등불중 한곳에 네가 있는 까닭이야.
자 떠나자. 한조각의 빵, 칼과 램프 가방에 채워 넣고.
아버지가 남기신 애틋한 마음.
어머니가 주셨던 그 눈빛.
지구는 돌고있어. 너를 숨기고.
빛나는 눈동자. 반짝이는 등불.
지구는 돌고있어. 너를 숨기고.
언젠가 반드시 만날 우리들을 태우고.
아버지가 남기신 애틋한 마음.
어머니가 주셨던 그 눈빛.
지구는 돌고있어. 너를 숨기고.
빛나는 눈동자. 반짝이는 등불.
지구는 돌고있어. 너를 숨기고.
언젠가 반드시 만날 우리들을 태우고.
돼지는 음악을 테잎에 복사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들었습니다. 밤에 집 구석에 앉아서 웅크리고 참 많이 울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가슴을 울려대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돼지는 이게 일본의 애니메이션 주제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돼지는 미친듯이 애니메이션들을, 만화를 보고 또 봤습니다. 돼지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어느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푸른 옷을 입은 소녀는, 세상에 사랑을 베풀고 희생하는 것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가르쳐 주었습니다. 거기에는 낭만과 생명, 사람이 표현해낼수 있는 수많은 역동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돼지는 삶의 목표를 찾은 것 같았습니다.
” 나도 이런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물론 돼지를 둘러싼 여러가지가 바뀌진 않았습니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에게, 내세울게 없는 가난한 집 아이에게세상은 잔인했습니다.
하지만 돼지는 견딜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에게는 만화가, 애니메이션이 있었으니까요. 그것을 위해서 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요. 도달해야할 목표가 저기 있었으니까요.
내 친구 돼지가 그걸 찾았던 순간 웃던 모습이 아직 제 가슴 한켠에 그렇게 남아 있습니다. 이제 마흔이 된 지금도 가끔 그를 만나곤 합니다.
돼지는 만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언젠가 하고 싶었던, 만화를 하게 된 이유입니다.
네. 돼지에게는 만화는 살아갈 의미를 주었던 고마운 존재입니다.
삶에 희망이라는게 있음을 가르쳐 존재 입니다.
돼지에게 꿈과 살아갈 용기를 준 모든 만화가/애니메이션 관계자 분들께.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이 절망에 떠는 어떤 사람의 손에 쥐어준 희망의 메세지를요.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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