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중계동에선 메가커피가 무한 증식 중
요즘 중계동 은행사거리 인근의 커피숍을 비롯해 소호 커피숍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중계동 은행사거리에 올해 초에 오픈한 소규모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오늘부로 영업을 종료한 듯 보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운영하던 가게가 오늘 보니 모든 짐을 다 빼고 공사 중이었다. 1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메가커피가 생겨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요즘 은행사거리에서 장사를 하던 가게가 문을 닫으면 거기에 어떤 점포가 들어서는지 예의주시하고 살펴본다. 내 나름의 상권분석을 해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운영하던 가게가 아니다 보니 세부 매출 관련 데이터를 살펴볼 순 없지만, 해당 점포의 상권에 어떤 종류의 점포가 흥하고 어떤 류가 망하는지 내 나름대로의 데이터 경험(Data eXperience)을 구축할 수 있어서다.
최근 문을 닫은 카페 자리에 들어선 매장을 보고 트렌드를 알 수 있었다. 기존에 중계동 은행사거리에 있던 이디야 매장 자리엔 ‘샐러디’가 오픈했고, 하계동 이디야 커피 자리엔 메가커피의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중계점 은행사거리 신규 오픈 첫날 샐러디 출입문에는 사과문이 크게 걸렸다. 사장님이 가맹점 사업이 처음이다 보니 재료를 조금만 준비했고, 결국 오후 일찍 재료가 소진돼 찾아주신 손님들께 헛걸음하게 해드려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샐러디로 바뀌면서 핫플이 된 듯 보였다.
내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있어 매일 매일 출퇴근 길에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사이에 길 건너로 메가커피와 마주 보며 상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매장 규모는 둘 다 비슷비슷한데 출퇴근 길 내 눈에 보이는 광경은 너무나도 상반된 풍경이다. 오전 8시~9시 사이 메가커피에는 사람들이 아침 커피를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하지만 해당 커피숍에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현수막으로 크게 라지 사이즈 2,500원이라고 걸어놓았음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은 메가커피 앞에만 머물러 있다.
커피숍 운영이 쉬워 보여도 수익을 내려면 절대 만만하지 않다. 대중적으로 꽤 인지도가 높은 프랜차이즈 커피숍마저 이러할진대, 브랜드 인지도가 더 낮은 커피숍, 또는 개인 커피숍을 운영하기란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일 것이라 짐작했다.
실제로 중계동 은행사거리 커피 지도를 그려봤다. 한 번 걸을 때마다 보이는 게 커피숍이어서다. 여기에는 1,500원 저가 커피 브랜드부터 4,500원 이상 하는 고가 스타벅스 매장까지. 그야말로 가격대별, 브랜드별로 ‘커피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었다. 내가 표시하지 않고 빠뜨린 커피숍이 있을 수도 있어 혹여라도 빠졌다면 미리 양해를 구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꼭 커피숍을 차려야겠다는 의사결정을 내렸는가? 그렇다면 중계동 은행사거리에서 커피숍 운영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데이터로 살펴보자.
서울시 공공데이터로 살펴본 중계동 은행사거리 상권 분석
- 유동인구 늘며 가게 매출 증가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은행사거리 업종 전체 점포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업종 전체 매출액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인구 역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풀어 설명하면, 점포 수는 줄고 있지만 유동인구가 늘고 있어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 지역적 특성, 10대들 은행사거리 선호
은행사거리는 중대형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인근에 초·중·고교 14개가 밀집되어 있고, 주간 유동 인구 대부분이 학생층과 주부다. 또 젊은 부부와 유아, 아동 등이 거주 인구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가 KT AI데이터융합지원단, 고려대 디지털혁신추진단과 손잡고 도시 여가-상권을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노원구 내 연령대별 선호 지역 조사에서 10대가 은행사거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노원역, 40대 이상은 수락산 디자인 거리로 파악됐다.
- 은행사거리 유동인구 하루 평균 5,400여 명
유동인구는 하루 평균 5,400여 명으로 나타났다. 유동인구 측면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인 상권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은행사거리의 주요 매출을 일으키는 인구는 40대 여성이었다. 그리고 월요일에 매출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집중되는 시간대는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나와 학원으로 향하는 시간대인 오후 5시부터 학원이 끝나는 시간대인 저녁 9시까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유동인구를 살펴보면 10대가 52%로 나타났으며, 토요일에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시간대는 역시 오후 5시부터 9시였다.
중계동 은행사거리에 오후 9시에 서 있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학원에서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란 걸 온몸으로 느낄 테니 말이다.
- 은행사거리 생존 점포, 770개 유지 中
은행사거리의 점포 수는 770개를 유지하고 있다.
교육 소비가 30.1%이고 음식 소비가 30%로 가장 높다. 말 그대로 교육과 음식 업종이 대세인 상권이란 얘기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외식업종의 경우 변동 폭이 크다는 것이다. 변동 폭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오랜 기간 장사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커피를 얼마나 팔아야 커피숍 운영이 가능해질까?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아주 후려쳐서 계산해 보겠다.
- 최소한의 카페 유지비
카페를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최소한의 비용이란 게 있다. 이것은 유지비용으로서 고정비 항목으로 구분될 수 있다.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세금, 기타 등이다.
- 임대료 150만 원
은행사거리에서 임대료는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2023년 9월 3일 기준으로 은행사거리 상가 월세로 올라온 부동산 시세를 살펴보면 약 100만 원~200만 원 정도다. 커피숍이니 소규모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도 할 수 있겠으나, 다른 커피숍과의 차별화를 두려면 커피숍 안에 테이블 한두 개 정도는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하여 월세는 중간값인 150만 원으로 가정하고자 한다.
- 인건비 600만 원
가장 좋은 경우는 직접 커피숍을 운영하는 경우다. 이 경우 인건비는 0원이다.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면, 이때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일단 평일에 아르바이트생 2명이 필요하다. 오전과 오후타임이다. 풀타임으로 구해도 되지만 아르바이트로 풀타임을 구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다고 한다면 평일 최소 2명(오전, 오후), 주말 2명(오전, 오후)이 필요하다. 풀타임으로 하게 된다 해도 비용은 어차피 동일하다. 다만 풀타임 1명으로 고용할 경우 해당 아르바이트생의 개인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쉬어야 할 때, 또는 정기 휴가 기간 동안에 단기 대체 인력을 별도로 구해야 하는 리스크는 존재한다. 아니면 그날 직접 해야 한다.
커피숍의 특성상 출근길 고객과 은행사거리 피크시간대 유동인구를 모두 잡기 위한 점포 운영 시간은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다. 하루 15시간 동안 운영하는 데 따른 비용은 최저시급 1만 원으로 계산하면 총 15만 원이다.
2023년 8월 4일 고용노동부는 2024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시간급 9,860원으로 결정·고시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 740원(1주 소정 근로 40시간 근무, 월 209시간 기준)이다. 사업의 종류별 구분 없이 전 사업장에 동일한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 출처: 고용노동부 2024년 적용 최저임금 시간급 9,860원 보도자료(2023.08.04) –
쉬는 요일 없이 월 운영을 지속한다고 한다면, 30일 기준으로 해서 인건비만 450만 원이 책정된다. 물론 이것은 단순 셈법이다. 실제로는 인건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 그 이유는 주 15시간 이상 근무 시 주휴수당이 추가돼서다.
그런 측면에서 아르바이트 생을 고용할 경우 최소 인건비로 600만 원가량은 책정해야 한다. 여기에는 아르바이트생이 신메뉴 쿠폰, 자사 음료, 인센티브, 근무복, 명절선물 등 복리후생 비용도 포함해서다.
매니저를 고용해도 비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래는 메가커피 직영점 운영 카페 점장 구인 글에 올라온 글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 맛있는 커피 유지비 월 300만 원
에스프레소 머신 구입비용 3,000만 원/30개월 = 월 100만 원
스타벅스에서 사용한다는 블랙이글은 110년 전통의 이탈리아 ‘빅토리아 아르두이노(Victoria Arduino)’사에서 제작하는 최상급 핸드 메이드 에스프레소 머신이다. 무려 대당 3,000만 원대의 제품이다. 스타벅스는 리저브 일부 매장에 한해 이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내린 커피를 7,000~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저가형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는 것은 선택일 수 있지만, 경쟁력 있는 커피숍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이 글의 목표이니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머신 기준으로 고정비를 산출하고자 한다.
3,000만 원을 계산의 편의를 위해 30개월 할부로 나누면 월 100만 원의 고정비가 지불되는 셈이다. 정확히는 2년 6개월이지만, 3년으로 계산한 이유는 은행사거리의 평균 영업 기간이 3.3년이어서다.
- 매력적인 가게 유지비 월 500만 원
인테리어 비용 약 2억 원/40개월 = 월 500만 원
고정비 항목에는 초기 투자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보통 프랜차이즈의 경우 인테리어 비용으로 평균 2억 원 정도를 받고 있어 기준으로 삼았다. 평균 영업 기간이 3.3년(39개월)이니 계산 편의를 위해 40개월로 나누면, 월 500만 원이 된다.
여기까지만 정리해도 총 1350만 원이다.
150만 원(임대료)
600만 원(인건비)
100만 원(맛있는 커피 유지비)
+ 500만 원(매력적인 가계 유지비)
= 총 1350만 원
여기에 재료비, 세금 등이 추가 된다.
- 중계동 은행사거리의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 1,635만 원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서 제공된 은행사거리에서 영업 중인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1,635만 원이다. 결국 은행사거리에 신규 카페를 내서 평타만 쳐도 본전이라는 얘기가 된다.
커피숍에서 월 1,635만 원을 벌려면?
그렇다면, 여기서 1,635만 원을 벌려면 커피를 몇 잔을 팔아야 하는지 분석해 보자. 단순 계산으로 1,635만 원/30일 = 일 54.5만 원이다. 하루 54.5만 원을 벌려면 커피 값이 3,000원이라고 하면, 182잔을 팔아야 벌 수 있다. 하루 15시간 근무하니 시간당 평균 12잔을 팔아야 한다.
문제는 시간당 평균 12잔을 팔면 본전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여기에 재료비와 세금 등도 추가된다. 그리고 운영하는 게 자선사업 하는 것이 아니니 운영하는 당신에게도 당신이 원하는 수준의 수익이 나야 한다.
그러려면 이제 원하는 금액을 추가해서 계산해 보길 바란다. 만약 당신이 커피숍 운영으로 월 5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재료비 30%, 세금 10%에 전기세·수도세·가스비 등 유지관리비 5%를 더해야 한다.
중계동 은행사거리에서 신생기업생존율은 약 66%다. 쉽게 말하면 절반은 망한다는 얘기다. 그것도 3년 차에 말이다.
커피값 3,000원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중계동 은행사거리에는 저가 커피 테이크아웃 매장도 많다. 스타벅스를 제외한 일반적인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형성하고 있는 아메리카노 커피 가격이 3,000원 정도라서 3,000원으로 잡았을 뿐이다. 커피값을 저가형으로 가져가면, 커피를 더 많이 팔아야 한다.
커피값을 저가형으로 가져가고, 샌드위치나 조각 케이크 또는 마카롱, 쿠키 등을 팔아서 수익을 보전한다고 해도 역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 신선한 샌드위치를 수급하거나 직접 만들어서 팔았을 때 재고 처리에 대한 문제 등이 또 발생한다.
그리고 내가 팔겠다는 것과 손님이 와서 사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아무리 내가 가성비 좋게 만들었다해도 손님이 오지 않으면 모두 재고 손실로 처리될 뿐이다. 판매량을 정확히 예측해서 버려지는 비용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것도 만만찮은 부분임을 고려해야 한다.
중계동 은행사거리 주변 주거 인구의 소득 수준은 월 300만 원~ 400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한 데이터를 참고해서 가격을 3,000원 이하로 할지 이상으로 할지는 직접 고민하면 될 듯하다. 실제로 은행사거리 수많은 커피숍에 대한 시장조사를 직접 해보면서 장단점을 파악해 보는 것도 중요하디다.
고정비를 줄여야 한다
일단 후려쳐서 계산한 고정비용이 여기 있다. 여기서 내가 직접 하면 인건비 600만 원 부분이 내 것이 될 수 있다. 빡세게 일한 만큼 받는 대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임대료 150만 원 + 인건비 600만 원 + 에스프레소 머신 100만 원 + 인테리어 500만 원 = 총 1350만 원
내가 실제로 커피숍을 운영해볼까 해서 주변에 조언을 구했던 때가 있다. 그때 커피전문점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내게 조언했다. “커피숍은 무조건 직접 운영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쉽지 않아”라고.
뿐만 아니다. 커피숍이라도 주변 상권을 분석해서 메뉴를 소비자에게 제안해야 한다. 아침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샌드위치와 커피세트를 판다고 해보자. 주변 식사 가격이 형성된 것이 있으니 아침 시간에는 가볍게 맥머핀 수준의 가격으로, 점심에는 주변 식당 한 끼 식사 이하로, 저녁에는 커피 마시길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으니 커피 대신 마실 수 있는 세트 메뉴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왜 지역 주민들이 스타벅스도 아닌 메가커피도 아닌 내가 운영하는 커피숍을 이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차별화 포인트도 필요하다. 서울시 상권분석 데이터에서 봤듯이 평일 오후 5시부터 9시 사이에 40대 여성 고객들이 굳이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찾아와 내 커피숍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킬러 콘텐츠(여기서는 메뉴나 해당 커피숍만의 차별화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 것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다면 중계동 은행사거리에서 신규 개업한 절반이 망하는데 그 절반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건 꼭 중계동 은행사거리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프랜차이즈를 고민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런 부분을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알아서 고민하고 지원해 주니 말이다.
이번 글은 이 말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예전에 ‘퇴직하면 치킨집 하나 차리지’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회사 그만두고 커피숍이나 차리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니 데이터를 찾아 살펴보자. 이미 공공데이터는 너무도 많은 부분에서 오픈돼 있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게 시각화해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문: 광화문덕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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