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시절 수십억을 잃고 벌며 깨달은 올바른 투자법: 월가아재 최한철 인터뷰 1」에서 이어집니다.
큰 도전을 할 마지막 기회
이승환: 근데 그 개고생을 하고 갑자기 창업하려니 좀 그렇지 않았나요? 켄쇼에 불만이라도…
최한철: 전혀 없었습니다. 급여도 6억씩 받았고, 워라벨도 주 40시간이 보장되서 유튜브 채널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좋았죠. 또 동료들도 너무 똑똑했고 영주권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고…
이승환: 그러면 창업의 계기는 무엇인가요?
최한철: 아무리 커리어를 잘 쌓아도, 월급 받는 직원은 몇십억이 한계라는 것이 제 눈에 명확해졌어요. 제가 고등학교 시절 원했던 꿈을 이루려면 이걸로는 안 되겠다. 그리고 솔직히 내가 그냥 혼자서 잘 살 수준으로 벌 거면, 지금까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 개삽질을 왜 했나;;; 하는 매몰 비용에 대한 집착도 있었습니다. 30대 초반이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듯, 30대 중반이 제가 큰 도전을 할 마지막 기회 같았어요.
이승환: 그렇게 해서 1천 명 모집을 했는데 5천 명이 모였고 매출도 발생하고… 사무실은 좋은데 잡았습니까?
최한철: 아닙니다. 돈 아껴야죠. 판교역 근처 공유오피스에서 따닥따닥 붙어 4명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개발일정이 촉박했지만, 저희 CTO님이 카카오톡을 개발한 주역인 데다 두나무 CTO 출신이고, 리드개발자분도 구름이라는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CTO 출신입니다. 거기에 기적적으로 좋은 타이밍에 우수한 인재들이 하나둘 조인하고 … 덕분에 팀빌딩한 지 4개월 만인 지난 9월에 최소한의 구색을 갖춘 플랫폼을 런칭할 수 있었습니다.
이승환: 그런데 당장 1천 명은 모았지만 매출은 어떻게 내나요? 지금 인력들 스펙만 봐도 인건비가 어마어마할 텐데;;;
최한철: 인건비뿐만 아니라 플랫폼에 들어가는 데이터와 인프라 비용을 합치면, 매달 억대 돈이 나갑니다. 참가자들에게 장학금도 반년마다 1억씩 뿌리고 있고요. 그럼에도 지금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건 기존 참가자들의 만족이에요. 받은 비용에 대해 제값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가 매출을 올리려 하는 건 과욕이라 생각해요. 제 전 재산을 여기 다 부을 생각이기 때문에 아직 여유는 좀 있습니다.
그렇다고 생각 없이 지르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가장 귀중하게 생각하는 건 매출보다 데이터예요. 강의를 판매해 매출을 올리는 정도의 비전으로는, 골드만삭스 퀀트, MIT출신 하이프리퀸시 트레이더, 시티그룹 뱅커, 두나무 CTO 등을 스타트업 멤버로 모시지 못했겠죠. 참가자들과 함께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계량화한 데이터’를 얻고 싶어요. 대안데이터 시장은 요 몇 년 폭발적으로 커졌고, 수십 년간 그 추세를 이어갈 겁니다. 제가 그 시장에 5년간 있었기 때문에, 지금 시도가 성공해 양질의 데이터를 얻으면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닐 거란 사실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돈 벌 수 있다고 약 파는 책이 아닌, 제대로 공부하기 위한 투자입문서
이승환: 최근에 책을 내셨는데, 책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지요.
최한철: 우연한 계기였어요. 유튜브를 하면서 제20대 이야기를 담은 썰 영상들을 올렸었는데 그게 반응이 정말 좋아서, 더 상세한 인생 썰을 담은 책을 써서 구독자분들에게 선물로 나눠드리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제 채널을 구독하고 계신다며 선뜻 도와주신 분이 에프엔미디어의 김기호 대표님이셨습니다. 덕분에 무려 1,000권의 책을 무료로 구독자들에게 선물할 수 있었죠. 그게 인연이 되어 보답하고자 투자입문서를 쓰기로 약속했습니다.
이승환: 보통 모든 투자입문서는 돈 잘 벌게 해 준다고 하잖아요? 아재님 책도 그런가요?
최한철: 아닙니다. 제 책은 오히려 ‘돈 버는 건 본질적으로 어렵다’는 내용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하면 주식시장에서 무조건 이긴다는 말은 대부분 거짓입니다. 어릴 때 알바하면 정말 쥐꼬리만 한 돈이 들어오잖아요? 그렇게 여러 일을 경험하며, 내가 잘하는 일을 택해 열심히 숙련도를 높여야 월급이 올라갑니다. 그런데도 월급이 만족스러운 분은 없을 거예요. 노동도 그런데, 주식 시장에서 손쉽게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을 리는 만무하죠.
이승환: 그런데 대개의 투자서는 이미 돈 번 사람이 하는 이야기잖아요? 귀 기울일 만하지 않나요?
최한철: 물론 모든 투자서가 가치 없다는 건 아닙니다. 저도 좋아하는 투자서와 고수들이 많고요. 다만 과한 기대를 불러일으켜서는 안 됩니다. 실력이 없어도 돈을 벌 수 있는 게 주식시장의 특징입니다. 변동성 때문이죠. 누구나 특정 시기에 코인 떡상으로 부자 된 사람이 주변에 있을 거예요. 반대로 실력 있는 사람도 특정 시기에는 잃을 수 있어요. 하지만 시중의 많은 책은 이를 무시하고 나는 이렇게 벌었다고 하죠. 생존자 편향에 빠진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누군가에게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무게와 책임을 동반해야 한다 생각해요.
이승환: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잘하는 사람이 벌지 않겠습니까?
최한철: 맞습니다. 동전을 몇 번만 던지면 죄다 앞면이 나올 수도, 죄다 뒷면이 나올 수도 있지만, 수백, 수천 번 던지면 결과가 50%에 점점 수렴하죠. 제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확률적 사고에 익숙해져라’는 겁니다. 주식이 동전과 다른 점은, 여러 각도에서 리서치를 하고 분석을 해서 그 확률을 50대 50에서 55대 45 정도로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그렇게 꾸준히 확률적 우위가 있는 선택을 반복하는 게 투자의 본질입니다.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도 알려주는 책
이승환: 확률적 우위… 중요한 감은 오는데 원론적인 느낌이네요.
최한철: 네, 그래서 첫 번째 ‘확률적 사고’에 익숙해졌다면, 두 번째로 공부할 부분은 다양한 투자 철학과 투자 전략을 접해보는 것입니다. 지수 추종 전략, 가치투자 전략, 차트 매매 전략, 알고리즘 매매, 퀀트 투자를 비롯해 여러 전략들을 접하고, 본인의 능력과 시간 여유를 살폈을 때 알맞은 전략이 무엇인지를 아는 게 우선이에요. 그런 다음 그 전략에서 확률적 우위를 확보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더 공부해야 하는지 따지는 거죠.
이승환: 5가지 전략을 다뤘다고는 하나… 솔직히 저 전략 하나하나마다, 한 권의 책으로 절대 못 담을 것 같은데요;;;
최한철: 투자입문서다 보니, 각 전략을 마스터할 만큼 상세히 쓰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주식에 입문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각각의 투자 전략의 허와 실을 이해할 수 있게 썼습니다. 그러고 나면 자신에게 맞는 하나를 선택해서 공부를 해야겠죠. 그래서 저는 주식을 잘하려면,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 생각해요. 내가 주식을 왜 하고, 시간을 얼마나 투입할 수 있고, 장점은 무엇인가… 코딩을 잘하는 사람과 거시 뉴스를 많이 보는 사람의 투자법은 달라야 한다는 거죠.
이승환: 그러면 내 책을 읽은 뒤에 어떤 테크트리로 공부했으면 좋겠나요?
최한철: 완전한 투자 초보라면 2~3년은 욕심내지 말고, 다양한 투자 철학과 뷰를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본인에게 맞는 투자 철학과 투자 전략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우선 그걸 찾아야, 그다음 무엇을 공부할지가 명확해집니다. 그 과정 없이 투자 대가들이나 유튜버들의 말만 좇다 보면, 몇 년이 지나도 허송세월일 거예요. 교양서적 집적거린다고 한 과정을 마스터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승환: 근데 제대로 공부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만만한 펀드라도 소개해주실 수 없을까요?
최한철: 저는 절대로 투자 추천이나 권유를 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처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타인에게 투자 자문을 해주는 건 고도로 전문화된 영역이에요. 상대의 자산 규모부터 시작해서, 리스크 성향, 수익 목표, 유동성에 대한 니즈는 기본이고, 그 사람의 인내심이나 성격까지도 알아야 하죠. 모두가 장기 투자할 수 있는 무던함을 가진 것도 아니고, 모두가 단타를 할 수 있는 절제를 가진 것도 아니니까요.
이승환: 그래도 정말 괜찮은 전략이나 자산배분형 펀드나 그런 거 없을까요?
최한철: 제가 진심으로 뭔가를 10명에게 추천한다고 해요. 1년 지나 그대로 들고 있는 분은 1명 정도일 겁니다. 본인이 공부하지 않으면 어딘가 홀려요. 예를 들어 지수추종 ETF에 투자하는 패시브 전략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고들 하는 데 아닙니다. 지수 추종 전략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취하자는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대체 리스크 프리미엄이 무엇인지? 또 주가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가정을 깔고 있는데 과연 ‘장기’의 정의는 어떻게 되는지? 지추추종 전략이 대다수의 펀드를 이긴다는데 그건 왜곡되지 않은 사실이 맞는지? 아무리 패시브 투자라 할지라도 이런 부분에 대한 공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80년대 말에 목돈을 일본 닛케이 지수추종에 넣었다면, 30년이 넘은 지금도 마이너스 30% 상태예요. 무패로 불리는 나스닥도 15년씩 원래 고점을 탈환하지 못한 시기들이 있죠.
반드시 경계해야 할 생각들
이승환: 그렇게 따지면 왠만하면 투자를 안 하는 게 이익 아닐까요;;;
최한철: 전 항상 시장에서 회의론과 낙관론을 둘 다 경계하라고 합니다. 이것만 알면 주식으로 대박칠 수 있다는 과도한 낙관론도 멀리해야 하지만, 투자는 천재들이 잘하니 공부해봐야 소용없다는 회의론도 멀리해야 합니다. 이미 다들 알겠지만 재테크를 하지 않고 사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적어도 초과수익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초과손실을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투자에 대한 건강한 중심을 확립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최한철: 대부분의 사람들이 투자 공부라 부르는 건, 그저 유튜브나 경제 방송을 보는 정도입니다. 깊이도 문제지만 방향도 문제예요. 그 말은, 올바른 방향으로 조금만 제대로 공부해도 90% 이상의 개인 투자자들보다는 나을 수 있다는 거죠. 우리가 수능 볼 때 공부했던 것의 10분의 1만 해도, 주위 지인들 중 가장 뛰어난 투자자가 될 수 있어요.
이승환: 그러면 잘못된 지식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최한철: 두 가지입니다. 책에서도 계속 강조하는 게 ‘확률적 사고’입니다.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확률로 바라보는 것이죠. 아무리 뛰어난 투자 거장도, 투자 판단의 승률이 60%를 넘기는 힘듭니다. ‘무조건’이 들어간 단정적인 어조를 경계해야 합니다. 물론 그런 게 편하고 시원하죠. 이걸 사라, 저걸 사라, 짚어주면 내가 머리 아프게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투자는 50대 50의 확률을 기준으로 어느 쪽이 1%라도 더 확률적 우위가 있는지, 부단한 리서치와 노력으로 추정하고,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면서 얻어가는 고단한 여정입니다.
이승환: 잘못된 지식을 가려내는 나머지 하나는 뭘까요?
최한철: 결과를 강조하는 사람을 조심하세요. 화려한 집, 스포츠카, 계좌 자랑하는 사람들… 그 결과가 진실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강원랜드에서 룰렛을 하거나 슬롯머신을 수십만 명이 하면, 그중 수백 명은 대박이 나요. 그 수백 명이 계좌인증을 하고, 강원랜드 슬롯머신 당기는 법을 강의하면 돈을 지불하시겠어요? 아니겠죠. 정말 실력을 갖춘 사람은 말하는 내용에 본질을 담지, 내용과 관련없는 스포츠카와 은행 계좌로 사람들을 현혹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노동소득에 대한 가스라이팅을 조심하세요. 저는 요즘 자본소득에 관한 찬양이 도를 넘었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승환: 투자는 곧 자본소득인데, 자본소득 찬양을 하지 말자고요?
최한철: 과도한 자본소득 찬양을 하지 말자는 거죠. 부의 추월차선, 서행차선이라는 표현으로 노동 소득을 경시하고, 직장 생활하는 것을 노예로 표현하면서 가스라이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이게 과도해진 것 같아서, 책에서도 밸런스를 잡고 본질을 다루려고 했어요. 노동소득과 자본소득도 결국은 자본의 수급 사이클에 따라 순환하거든요.
말도 안 되게 짱짱한 창업 멤버진, 데카콘을 꿈꾼 첫걸음을 내딛다
이승환: 근데 왜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하는 거죠?
최한철: 개인적으로는 제가 올해 둘째를 낳아서(…) 첫째 키울 때도 힘들었는데, 도저히 코로나 시기에 와이프와 둘이 외지에서 육아를 하며 스타트업을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귀국 후 처가집 옆 아파트로 이사 와서, 육아 도움을 많이 받고 있죠. 아니었으면 스타트업을 꿈도 꾸지 못했을 거에요. 하지만 그 외에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도 한국 시장은 매력적입니다. 아시아에서 기술적으로 뉴로퓨전보다 뛰어난 핀테크 회사는 몇 안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 진출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승환: 멤버 구성이 너무 빵빵하던데 다들 어떻게 뽑으셨습니까.
최한철: 운이 너무 좋았습니다. 창업할 때 인재운에 모든 운이 몰빵된 것 같아요. COO는 제가 시카고에서 일할 때부터 알던, MIT 출신 하이프리퀀시 트레이더입니다. 제가 이제 방탕하게 살 동안 되게 많이 도와줬어요. 그래서 워낙 끈끈해졌죠. 또 CTO님은 카카오 창립 멤버이자 두나무 CTO 출신입니다. 원래 서울 근교에 전원주택 짓고 쉬려던 분을, 김단테 님이 소개를 해줬어요.
이승환: 오… 단테님 공이 컸군요.
최한철: 네. 말 그대로 삼고초려를 했어요. 그분만을 위해서 만든 PPT 108페이지짜리로 몇 시간을 프레젠테이션을 했어요. 골드만 뉴욕 본사 11년 차 퀀트 리서쳐인 CIO는, 제가 유튜브에 올린 퀀트 관련 영상을 보고 커피 마시자 연락이 와서 만났습니다. 저는 트레이더 쪽이라서, 중장기 퀀트, 자산 배분, 이쪽으로는 좀 부족했는데 이 친구가 이걸 채워줄 수 있었어요. 맨하탄에서 커피를 4시간 동안 마시며 끈질기게 설득을 했죠. 몇 명의 뛰어난 인재들이 모이니까, 그 멤버들을 보고서 시티그룹 8년 차 뱅커, 워싱턴대 경영학 박사, 텍사스 수학 박사를 비롯한 최고급 인력들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이승환: 회사를 운영하는 것에서는 어떤 생각입니까?
최한철: 스타트업이 실패 확률이 굉장히 높잖아요. 인생은 장기전이니까 혹여나 스타트업이 실패하더라도 부끄러운 방식으로 실패하지는 말자, 1차적으로는 임직원들한테 부끄럽지 말자… 연봉 많이 주는 건 기본이고, 주니어가 온다면 많이 배워가게 하고 커리어의 디딤돌이 되게 하자. 프로젝트 참가자들에게도 시간 낭비하지 않게 제대로 된 훈련 과정과 플랫폼을 제공해 주고, 정말로 그들의 삶에 변화가 있도록 노력하자…
이승환: 그러면 그 이상으로 정말 잘 된다면?
최한철: 목표는 유니콘이고 데카콘이지만, 첫 시작은 지금 프로젝트 참가자들을 감동시키는 겁니다. 제가 망해도 보고 사기꾼도 많이 만나보고 하니, 거짓말하고 주변을 착취하는 걸로도 적당한 부자는 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걸 넘어 큰 꿈을 이룰 만큼의 부를 만들려면 주변이랑 다 같이 올라가야 되더라고요. 한 사람이 원하면 꿈이지만, 만인이 원하면 현실이 된다는 구절을 고3 때 읽은 적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하고, 또 올해부터 시장 환경이 어렵지만, 그래도 후회 없이 노력해 보려 합니다.
인세 100%를 장학금에 쓰기로 한 책
이승환: 책의 핵심은 3부 같습니다. 행복과 투자를 함께 영위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최한철: 저는 부를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사는 게 아니라, 행복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은 행복에 필수적이지만, 행복의 구성 요소 중 일부에 불과해요. 저는 독자들에게 버킷 리스트가 아니라, 페인 리스트를 만들어 보라고 말합니다. 현재 나의 괴로움, 채워지지 않는 갈증, 불만족, 욕구 등을 적어 보는 거죠. 그 리스트를 만들어본 후, 이 중 몇 가지가 돈 때문에 일어난 건지 표시해 봅니다.
이승환: 사람 따라 다르겠죠?
최한철: 네. 보통 반반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만약 페인 리스트 중에 돈 없이도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괴로움이 있다면, 저는 그것부터 하라고 조언합니다. 돈을 벌어야 행복하기도 하지만, 행복해야 돈도 더 잘 벌려요. 인간은 지극히 감정적인 동물이고, 주식 시장만큼 온갖 감정에 휘둘리는 곳은 없기 때문이죠. 행복의 중심이 잡혀 있지 않으면 반드시 길을 잃게 됩니다.
이승환: 그러면 돈은 무엇이라 생각하고 돈을 어떻게 대해야 한다 생각하시나요?
최한철: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가 돈에 대한 정확한 비유라는 생각이 들어요. 모두가 갈구하고, 엄청난 힘을 지녔지만, 소유자를 쉽게 타락시키는 요물이죠. 저는 이미 10년 전, 20대 중후반에 저라는 인간이 돈 때문에 얼마나 못나질 수 있는지를 체험했습니다. 만일 성공한다면 그것을 내가 내려놓아야하는 시기에 미련 없이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이승환: 그렇다면 아이에게 정말 정말 유무형으로 물려주고 싶은 게 있다면?
최한철: 물론 집사람의 동의가 필요하겠지만, 유형으로는 학비 정도만 물려주고 싶어요. 제가 고상한 사람이라서는 아닙니다. 삶이란 본인이 써가는 한 권의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20대와 30대 때 제가 자초해서 어리석은 판단을 했고 힘든 일들을 많이 겪었어요. 한 권의 책이라고 생각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평탄하고 행복한 책은 아무 재미도, 의미도 없잖아요.
이승환: 음… 그래도 유산이 많으면 더 풍성한 책을 쓸 수도 있잖아요?
최한철: 저는 많은 유산을 물려주는 것은 자식의 삶의 책 대부분을 부모가 써 버리는 거라 생각해요. 저는 제 아이들이 힘든 일을 겪어도, 그 일을 겪어내고 있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 딱 그것만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되도록이면 저처럼 방황하지 않고 깨달았으면 좋겠는데… 말하면서도 그게 너무 큰 욕심이란 걸 느끼네요. 그냥 사랑 많이 해주고, 뽀뽀 많이 해 줘서, 무엇이 없어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안온하게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이승환: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은?
최한철: 이번에 출판하는 투자입문서 많이 사주시라고 뻔뻔하게 부탁드릴게요. 제 인세 100%는 전부 인증하고 대학생들이나 취준생들을 위한 장학금에 쓰이기로 했으니 좀 뻔뻔한 건 봐주시고요… 출판사 대표님이 도와주신 인연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쓰다 보니 욕심이 나서 반년 이상 심혈을 기울이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스타트업에 실패하면, 이 기사에서 부린 허세는 잊어 주세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