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나도 모른다
스티브 잡스는 “사용자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모른다. 따라서 시장조사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 고 말했고, 실제로 시장조사를 별로 하지 않았다.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기 전 애플의 야심작이었던 뉴턴 PDA는 철저한 시장조사에 근거하여 개발된 제품이었다. 그러나 잡스는 복귀하자마자 뉴턴을 포기했다. 그것은 마케팅 이론과 경영학 교과서를 완전히 뒤집는 황당한 방식이었으나, 그는 승승장구 했다.
사실 많은 기업이 신제품 개발을 할 때는 철저한 시장조사를 한다. 코카콜라가 ‘뉴코크’를 개발할 때도 당시에는 파격적인 금액인 400 만 달러를 들여 철저히 소비자 조사를 한 결과를 토대로 시행한 것이었다. 조사 결과 기존 제품보다 뉴코크를 훨씬 좋아한다는 결과를 믿고 제품을 출시했지만 철저하게 실패했다.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 자신이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른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래서 차라리 자신의 경험과 직관에 의지한 것이다. 설문조사는 응답자가 자신의 실제 느낌에 충실하기 보다는 그럴듯한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뉴로마케팅까지 등장했다. 말보다는 뇌에서의 반응이 훨씬 정직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선호를 표출하는 과정에서 뇌의 각 부위에서 어떻게 반응이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코카콜라와 펩시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뇌 반응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로 촬영해 보았다. 처음에는 본인이 마신콜라가 어떤 회사 제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두 회사 제품을 마신 소비자 모두 동일하게 뇌의 전두엽이 활성화되었다. 이어서 어느 회사 제품인지를 알려준 다음에는 코카콜라를 마시는 소비자는 전두엽 외에도 전전두엽과 해마가 활성화되었지만, 펩시콜라인줄 알고 마시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코카콜라인 줄 알고 마시는 소비자의 뇌가 펩시콜라인줄 알고 마시는 소비자와 다르게 반응한 것이다. 맛은 종합적인 경험이고, 제품의 이미지가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맛을 만을 평가 할 수 있다는 사람도 있으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고 제대로 된 평가도 아니다.
소비자가 구입하는 것은 종합적인 감정과 체험이지 내용물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포장까지 완성되어 상품진열대에 진열되기 전까지는 그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다. 더구나 내용물만 가지고 상품의 가치를 판단하려는 것은 사업 측면에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시도다.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식품도 브랜드와 포장이 다 갖추어진 최종 결과물로만 평가할 수 있다. 그러고도 곧잘 틀린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가 발휘한 것과 같은 통찰력이 통할 수 있는 것이다. 조사로 알 수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말하면 달라진다
사실 조사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행위이고, 언어가 사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우리의 감각과 체험은 언어 능력을 뛰어넘기 때문에, 언어로 묘사하면 오히려 인식을 방해하고 왜곡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를 ‘언어의 장막’ 현상이라고 하며, 이 현상은 영상, 색채, 음악 등 다양한 현태의 자극에서 두루 나타난다.
예를 들어 사람은 뇌에 안면인식 부위가 따로 있어서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데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말로써 묘사하게 하면 매우 서툴다. 그래서 억지로 묘사하게 하면 오히려 그 얼굴을 알아보는 데 중요한 시각적 정보를 잃어버린다.
이 현상은 당연히 냄새나 맛에서도 일어난다. 냄새와 맛은 말로 표현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서, 말로 냄새와 맛을 표현할 경우 중요한 감각 정보를 놓칠 경우가 많다. 와인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한 가지 와인을 마시게 하고 5분 쯤 지나서 다시 여러 와인을 마셔 보면서 아까 마셨던 와인을 찾게 하면 쉽게 잘 한다.
그런데 시음했던 와인을 다시 찾기 전에 말로서 그 와인을 묘사하게 하면, 오히려 여러 와인 중에 그 와인을 다시 찾아낼 확률이 극히 낮아져 버린다. 언어 묘사로 묘사하는 과정에서 그 와인의 향미를 특징을 제대로 언어로 묘사하지 못하고, 그 묘사로 인하여 자신의 기억이 왜곡되기 때문이다.
이런 언어의 장막을 극복하려면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많은 훈련을 거친 전문가들은 언어를 통한 재현력이 매우 뛰어나다. 다시 시음을 하기 전에 방금 마신 와인을 말로 묘사하도록 해도 이들의 식별 능력은 전혀 손상되지 않는다. 소믈리에와 같은 전문가의 언어 묘사는 와인의 향미를 결정하는 성분들을 알고 있기에, 자신의 언어로 그것을 묘사할 수 있고 자신의 묘사로부터 느낌을 재구성할 수 있다. 자신만의 언어에 기반한 지속적인 훈련과 탄탄한 배경 지식이 그 장막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소비자 조사를 통해 일반인에게 자신의 느낌을 정확히 기술해 주기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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