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같은 설득 방식은 우버 지지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번 글을 쓰고 나서 많은 의견을 받았다. 그 중에는 우버 옹호자들이 여럿 계셨는데, 이 분들은 별로 동의를 못 하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공유경제 모델은 서울시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 도움이 못 될 것이다.’ 라는 부분이 특히 논란이 됐다.
우버의 가치를 지나치게 폄하하는 게 아니냐, 공유 경제 모델이 공공복리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함부로 단언할 수 있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나는 우버가 가치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그런데 그 전에 한 번 물어 보자: 지금 서울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우버’가 공유 경제 모델이라서 인기를 끌고 있는 거 맞나?
귤과 탱자
우버는 공유경제 모델로 유명해진 회사다. 샌프란시스코처럼 차 없이는 움직이기도 힘든 곳에서 잡기도 힘든 비싼 택시비 낼 필요 없이 남의 차를 얻어탈 수 있다는데 눈 돌아가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서울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우버도 그러한가? 우버의 서울 서비스는 렌트카 업체들과 계약을 맺어서 진행중[1]이다.
가격도 비싸다. 일반택시는 물론이고 모범택시보다도 비싸다. 그러니까 우버의 서울 서비스는 ‘사거나 비싼 가격으로 렌트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던 물건을 싼 값으로 빌려 쓴다.’는 공유경제 모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런데 왜 굳이 우버를 쓰는 것일까? 실제로 내 주위에는 우버 사용자들이 몇 있다. 나같은 뚜벅이로서는 도저히 이해를 못 할 일이라, 왜 우버를 쓰느냐고 물어봤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사람들이 흡사 미리 짜기라도 한 것처럼 답변이 똑같다는 점이었다:
“언제나 편하게 잡을 수 있다. 반복해서 택시를 잡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2]” “운전자가 누구인지, 어느 루트로 가서 어디서 내려주는지 100% 알 수 있다.” “요금을 미리 예상할 수 있고, 아주 편리하게 결제된다.” “놀라울 정도로 친절하다.”[3]
정리하자면, 나는 한국에서의 우버는 공유경제 모델이 효과를 발휘해서 쓰는 게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서울시의 택시 서비스에서 짜증을 느낀 사용자들이 렌트카 업체로 옮겨가는 걸 우버의 실시간 중계 시스템이 거들어 준 쪽에 가깝지 않을까? 흡사 귤이 탱자가 되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한테 이 귤은 정말 맛있는데 왜 금지하려 드냐고 항변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차라리 이 쪽이 낫지 않을까? “네, 이 귤은 서울 와서 탱자가 됐습니다. 그런데 오죽 서울 귤이 맛이 없으면 돈 더내고 탱자를 먹겠다고 하겠어요?”
진로를 돌려라
우버 관련해서 또하나 인상깊었던 것은, ‘콜뛰기랑 다를 게 뭐야?’ 던 사람들이 위에서 나열한 장점을 전해 줄 때마다 보이는 태도 변화였다:
“훨씬 신뢰성있고 편리해 보이네.” “여자친구 택시 태워줄 때 차량번호 기억할 필요 없겠는데?” “모범택시보다 더 비싸긴 한데, 돈 값을 하는군.” 아무도 ‘공유경제’ 같은 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지금의 택시 서비스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말이다.[4]
그런 점에서 나는 우버의 지지자, 옹호자들이 공공 대중을 설득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주 명백하게 말이다. 한국에서의 우버는 공유경제 서비스와도 거리가 멀 뿐더러, 지난번 글에서 설명했듯이 공유경제 모델은 서울의 대중교통을 개선하는 데 그리 적절하지도 않다.
물론 제도보다 기술이 빠른 법이니 문제의 소지가 없을 수야 없겠지만, 여기다 대고 시대에 뒤쳐진다는 둥 이해를 못한다는 둥 징징거리는 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듣자 하니 우버 쪽도 아예 할 말이 없는 건 아닌 모양이던데[5] 이런 식으로 어그로를 끌면 당신들만 손해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 눈에는 그냥 듣도보도 못한 이상한 거 들고 들어와서 우리에 맞춰 법을 고쳐달라고 떼쓰는 놈들, 딱 그 정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사람들의 이해와 지지를 받고 싶으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짜증유발자에 가까운 현재의 택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라. 그리고 우버의 존재가 이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점을 강조해라. 우버가 결과적으로 공공 복리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현재 서울시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 우선 서울시는 만족스러운 택시 서비스를 운영할 책임이 있는데, 위에서 설명했듯이 이 부분은 결코 잘했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사용자들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우버로 몰려가는 데는 자기 책임도 있는데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으니 차단하겠다고 윽박지르기만 하면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6] 이런 점을 지적하지 않고서는 우버를 합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건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현재의 인터넷 결제 시스템은 택시같은 건 대지도 못할 정도의 짜증유발자이지만 아직도 개선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솔직히 지금 같아서는 내일 당장 우버가 차단되어도 이상할 일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넣어둬, 넣어둬
공유 경제라는 희한한 개념은 일단 접어두기 바란다. 나야 몇년째 봐서 이미 익숙하지만, 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은 우버가 화제가 되면서 조금 들어본 정도다. 이걸로는 도저히 설득이 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공유경제 개념에 대해 오해와 부정적인 인상만을 확산시킬 우려마저 있다. 우버 옹호자 중에는 공유경제 지지자가 많은 모양이던데, 아마 이런 사태는 그들 입장에서도 별로 달가운 게 아닐 게다.
뭐, 공공 서비스 개선 같은 데는 관심없이 진기한 해외 서비스와 생소한 개념 가지고 아는 척, 잘난 척 하는 게 목적이라면… 나로서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
원문 : gorekun.log
- 일본도 비슷하다. 다만 서울과는 달리 택시업체들과 직접 계약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거의 없다고. ↩
- 방 안에서 치킨을 시킬 때도 이 정도 편의성 차이는 문제가 된다. 양 좀 적게 주는 게 문제가 안 될 정도로 말이다. 하물며 당장 택시 타고 집에 가는 게 문제가 되는 늦은 밤중에는… ↩
- 특히 여성 사용자의 경우 이러한 장점들은 배가되는 모양이었다. 그게 뭔지 모르겠다면, 주위의 20대 여성에게 혼자 택시에 탔을 때 불쾌했던 적은 없는지 물어 보라. ↩
- 나는 지난번 글에서 “서울의 기존 대중교통 시스템에서 방치되고 있는 영역이 별로 없다.”고 했다. 아마 ‘방치되고 있는 영역이 별로 없다.’ 를 ‘만족스럽다’ 로 바꾸면, 명백하게 틀린 말이 될 것이다. ↩
- 렌트카를 빌릴 때 기사를 함께 계약하는 건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한다. 우버 CEO가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는 합법적으로 렌트카 중계 하고 있는데요” 하고 비빌 구석은 있다고. ↩
- 시민들이 택시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우버 비슷한 앱을 개발하겠다고 하는데, 나는 이게 애시당초 정부가 잘 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택시 운행 정보를 서비스하는 api를 구축하고, 이 api의 사용 허가를 받은 사기업들이 서비스를 개발해 서로 경쟁하는 게 나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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