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유 버블(DearU bubble)의 Growth Point
이번에는 ‘디어유 버블’이라는 산업을 낱낱이 살펴볼 예정이다. 팬더스트리 산업은 특정한 타겟 고객층이 있다는 점이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직업과 나이보다는, 아티스트에 대한 팬심이 산업을 돌아가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소위 말하는 ‘팬질’이 하나의 취미가 된 지금, 그 취미를 더 편리하고 더 불타오르게 만드는 것이 팬더스트리 산업의 가장 큰 지상과제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디어유 버블이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일까?
디어유 버블은 지금 효자 산업
디어유 버블은 이미 상장이 완료된 회사라서 매출이 공개된 상태다. 이미 흑자 전환을 한 지는 오래되었고, 매출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루고 있다. 2021년의 매출은 400억 원이었고 영업이익은 132억 원, 영업이익률은 33.1%를 달성했다. 현재 공개된 22년 1분기 매출도 117억 원, 영업이익 45억 원으로 작년 매출보다 무난하게 성장할 예정이다. 꾸준히 흑자를 달성하는 아주 알짜배기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매출만 본다면 Growth Point를 아주 잘 달성했다고 확신해서 말할 수 있다. 사업 시작 2년 만에 흑자 전환에다 꾸준한 매출 상승, 거기에 30%가 넘는 영업이익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확실한 J커브를 그리는 매출 그래프까지, 디어유 버블의 성장을 완벽하게 방증한다.
디어유 버블은 어떻게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성장할 수 있었을까? 짧은 발자취를 살펴보면서 Growth Point를 알아보자.
혹시 에브리싱이라고 아세요?
‘에브리싱’이라는 어플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노래방 어플로, 어플 내에서 MR을 깔아줘서 방구석에서도 노래를 부르면서 즐길 수 있었다. 흔한 노래방 어플이었지만, 특이한 강점이 있었다. SM.ent의 자회사에서 만든 어플이다 보니 이 어플로 SM오디션(!)을 지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어플이 바로 디어유 버블의 전신이다(충격). 2017년에 야심 차게 출시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노래방 어플에서는 적절한 BM이 발굴되지 못했다. 운영하면 할수록 계속해서 적자만 쌓여가는 상황이었다고. 실제로 2018년 디어유의 영업이익 적자는 -55억 원이었다. 망하기 직전이었다는 뜻이다.
발 빠른 피봇팅의 성공
안 되겠다 싶었던 디어유, 바로 피봇팅을 시도한다. 그게 바로 아티스트와 1:1로 소통하는 ‘버블(bubble)’이라는 일종의 메신저 아이템이었다. 잠시간의 준비를 거쳐 2020년 상반기에 런칭한 버블 시스템은, 첫 번째로 SM ent. 아티스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오픈하였다.
그리고 결과는 아시다시피, 열자마자 급격한 J커브를 그리며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발 빠른 피봇팅이 성공을 이끌어낸 케이스인 것이다. (추억의 ‘에브리싱’은 2021년에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한다. 가끔 켜놓고 노래 부르던 추억이 있는데요… 아쉽)
그렇다면 버블은 어떻게 엄청난 매출과 사업 성장을 이끌어낸 것일까? 그 전략에 대해서 살펴보자.
디어유 버블의 성장 전략
1) 수익 대비 낮은 지출
세상에 돈 쓸 곳이 없는 사업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오늘의 특강에서는 유통 산업이 사실상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물건을 떼 오는 매입 금액과 판매 금액이 거의 비슷해서, 매출을 내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콘텐츠 산업도 비슷하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든 수입해오든, 콘텐츠 공급 비용이 높아지면 사용자가 구독하는 구독료로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이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디어유 버블의 ‘프라이빗 메시지’ 산업도 결이 비슷하다. 사용자는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 움직이니, 콘텐츠를 공급하는 아티스트를 확보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아티스트 확보(콘텐츠 공급 비용)에 많은 지출이 생긴다면 영업이익을 보기 힘들다.
하지만… 디어유 버블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바로 국내 최대 연예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이기 때문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에 속한 아이돌그룹만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엔시티 등등, 이미 전 세계 각지에서 엄청나게 많은 팬덤을 소유하고 있는 아티스트 풀이 확보되어 있었다. 덕분에 빠르게 런칭할 수 있었다. 이 팬덤은 바로 버블의 초기 사용자로 전환된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급자와 사용자가 일치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공급해주는 공급자가 있어야 하고, 공급자는 자신의 콘텐츠를 소비해줄 사용자가 있어야 한다. 디어유 버블은 사용자와 공급자가 이미 확보된 안정적인 상태에서 런칭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 오픈하는 서비스들이 겪는, 초기 사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눈물 나는 전쟁도 패스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서비스는 곧바로 안정적인 성공 궤도로 안착했고, 별다른 노력 없이 다른 소속사 아티스트까지 풀을 늘릴 수 있었다. 사실상 다른 아티스트 소속사 입장에서는 해도 나쁠 게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잘하면 팬덤도 더 모을 수 있고, 또 다른 수익도 생기는 셈이니 너도나도 이득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디어유 버블은 이미 확보한 몇십 명의 아티스트뿐 아니라 배우, 유튜버, 운동선수 등 장르까지 확장하고 있다.
돈 쓸 일이 없다는 건 콘텐츠 확보 비용뿐만을 뜻하지 않는다. 디어유의 재무재표를 보면 놀라운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마케팅 비용을 한 푼도 쓰지 않는다는 것.
다른 플랫폼 비즈니스는 매일같이 쿠폰을 뿌리고, 광고를 올려 대면서 사용자와 점유율을 확보하려고 하는데, 그것에 비하면 정말 놀랄 노자가 아닐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팬덤이 확보된 아티스트를 이용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디어유 버블 자체는 홍보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티스트의 인기에 디어유 버블은 살짝 숟가락만 ‘얹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디어유 버블을 홍보한다 해도,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입점해있지 않다면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니 버블은 자신들의 플랫폼을 홍보하는 마케팅보다, 버블 내에 더 많은 아티스트를 입점시켜 그 아티스트의 팬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게 맞다. 그래서 아티스트 확장을 시도하고 있고, 더 많은 장르의 셀럽들로 다각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팬덤의 인기에 힘입어 갈 수 있다는 것이 팬더스트리 산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그것도 팬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렇게 디어유 버블은 구독료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어마어마한 대신, 딱히 돈을 쓸 곳은 없다는 전략으로 엄청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매출도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주 똑똑하고, 누군가에게는 꽤 얄미워 보이는 전략으로 말이다.
2) 앞으로 디어유 버블의 성장 전략은? 바로 다각화 소통
그렇다면 버블은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성장할 계획일까? 사실상 디어유 버블은 아직까지는 ‘유료 소통’이라는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성공에 자극받은 NC 소프트가 팬더스트리 산업에 뛰어들어 ‘유니버스’라는 경쟁 플랫폼을 내놓았지만, 영업이익이나 입점 아티스트 풀 같은 방면에서 디어유 버블이 승리를 거두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1위 자리를 유지할 거란 보장은 없는 법. 앞으로도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수성하기 위해서, 디어유 버블은 여러 가지 서비스 다각화를 노리고 있다.
현재 디어유 버블의 수익 모델은 단 하나이다. 아티스트의 메세지를 구독할 수 있는 구독권이다. 그러므로 월마다 결제하는 유료 구독자의 사용자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사업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현재도 300개가 넘는 아티스트가 디어유 버블에 입점해있지만, 국내에서는 운동선수, 유튜버, 배우, 댄서, 인플루언서 등 장르를 넘나드는 더욱 다양한 셀럽 풀을 계속해서 확장해나가고 있다. 앞으로는 해외 아티스트까지 확장해서 더 많은 구독자들을 끌어모을 예정이다.
또한 더 다양한 소통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얼마 전에는 ‘버블 라이브’를 출시하여 아티스트와 구독자만 공유할 수 있는 라이브 영상 시스템을 오픈했다. 앞으로는 이 영상 서비스를 비롯해 디지털 굿즈 등 다양한 다각화 소통 시스템과 그에 따른 수익모델을 구축할 예정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디어유 버블의 목표는 무엇일까? 버블 내에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 버블 월드’를 만들어서 사용자들이 그 안에서 활동하고, 아티스트들과 만날 수도 있는 소통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다만 생각보다 디어유 버블의 서비스 업데이트 주기에 상당한 텀이 있다. 디어유 버블이 2년 동안 버블 라이브 하나 오픈할 때 경쟁사인 유니버스는 ‘AI보이스콜’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오픈했다. 성장을 위해서라면 다양한 서비스를 좀 더 빠르게 오픈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디어유 버블의 퍼널 분석
1) 제품 구매 프로세스
간단하게 디어유 버블의 제품 구매 프로세스에 대해 적어보았다. 디어유 버블은 오로지 유료 가입자만을 위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우연이 어플을 다운받아 진입한 사용자도 유료 구매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디어유 버블의 어플 다운로드까지 유입된 사람은 인터넷상에서 바이럴된 자료를 보았거나, 주변 지인의 추천을 받아 어떤 서비스인지 알고 진입했을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하다.
디어유 버블의 AARRR 퍼널을 간단하게 정의한 표이다.
수집(Acquisition)
- 온라인상에서 자체 바이럴이 되는 자료들을 통해 버블 서비스에 관심을 가진 신규 회원들이 유입된다.
-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셀럽)가 버블에 입점했을 경우, 그들의 팬덤이 자연스럽게 버블의 유입된다.
활동(Activation)
- 자신이 구독할 만한 아티스트를 탐색, 만약 구독을 원하는 아티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탈
- 첫 구독 이후 n개월 동안 구독 유지 시 충성 유저로 판단
매출(Revenue)
- 유료 구독권 결제 (1인당 4,500원/월)
- 여러 명의 셀럽을 동시에 구독 가능 (각 그룹별로 여러 명을 구독할 경우 약간의 할인 존재)
유지(Retention)
- 매월 갱신되는 월 구독권을 이탈 없이 유지 (n개월 동안 유지 시 충성 유저)
- 아티스트가 프라이빗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사용자가 버블 서비스에 접속
- 만약 한 달 동안 사용한 서비스가 만족스러웠을 경우 구독 유지할 가능성 상승 / 다만 버블이 잘 오지 않는다면 만족도 하락으로 인해 이탈 가능성 존재(한 달 동안 메시지가 한 번도 오지 않을 경우 구독권 환불)
추천(Referral)
- 사용자 SNS을 통한 자체적인 공유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음
- ‘망한 버블 자랑 대회’ 처럼 SNS상에서 자체적으로 버블 서비스가 밈(meme)화→ 바이럴 마케팅 효과로 인해 신규 구독자 상승
위 퍼널 분석에서 디어유 버블이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은 유지(Retention) 부분이다. ‘고객 수집→ 활동’으로 이어지는 영역은 사실상 많은 아티스트를 유치하게 된다면, 그들의 팬덤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부분이다. 다만 처음에 제공되었던 서비스를 통해, 유저가 만족스럽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된다면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편적인 예로 프라이빗 메시지는 아티스트의 자율성에 100% 의지하고 있다. 이 점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사용자는 분명 돈을 내고 구독을 시작했는데, 아티스트 쪽에서 메시지를 전혀 보내지 않는다거나 매우 적은 숫자로 메시지를 보낸다면 사용자 측에서는 불만이 폭주하고 사용자 이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콘텐츠 공급자가 만들어내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질이 오로지 개개인의 자율성에 맡겨지다 보니, 콘텐츠 빈도가 들쭉날쭉이라는 점이 사용자 입장의 위험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 요소를 푸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언제나 질 좋은 콘텐츠를 받고 싶어 하는 법이다. 그러니 프라이빗 메시지를 확보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거나, 메시지가 오지 않더라도 돈을 주고 유료 구독을 유지하게 할 락인 요소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사용자가 떠나지 못하게 붙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디어유 버블의 미래는?
디어유 버블은 2020년, 2021년 사이에 매출이 2배 이상 상승했다. 이들의 성공은 ‘유료 소통’이 시장을 창출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이제는 성공 궤도에 안착하는 것을 벗어나, 더 고도화된 수익 전략을 만들어 낼 때다.
경쟁자도 속속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NC소프트는 ‘유니버스’로 경쟁 사업에 뛰어들었다.하이브의 자체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는 디어유 버블의 2배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유니버스’는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AI보이스콜이나 유료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더 다양한 수익화를 시도하려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라이빗 메시지에만 의존한다다면, 언젠가는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디어유 버블이 성장하려면?
아이돌 팬들이 본인들에 대해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나는 감정이 있는 ATM이라고 말했을 텐데?
팬더스트리 산업은 얼핏 보면 팬덤에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쉬운 사업으로 보인다. 하지만 팬들은 빈정이 상하면 절대 지갑을 열지 않는다. 아티스트와 관련된 굿즈나 활동에 돈을 쓰는 것은 맞지만, 팬덤의 구매력에만 기대어 성의 없는 물건이나 필요 없는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냉정하기 그지없게 잘라낸다는 뜻이다.
디어유 버블은 ‘소통’이라는 핵심 가치를 갖고 가되, 다양한 소통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게 어떤 형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프라이빗 콘텐츠 업데이트, 프라이빗 편지(게시물) 서비스, 이모티콘 답장, 메타버스 팬미팅 등을 상상할 수 있다.
어찌 됐든 버블은 팬덤 사이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도 팬과 아티스트 사이의 ‘건전한 양방향 소통’을 잘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글의 제목이 ‘NEXT LEVEL’이니, 에스파의 카리나가 직접 유출을 허락한 버블 사진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디어유 버블 화이팅!
원문: 이정의 브런치
참고
- 「이름은 버블이지만 실적은 거품이 아니야」 2022년 5월, 음악파는 김루씨
- 「디어유, 4분기부터 성장 본격화…팬 플랫폼 입지↑-유안타」 2022년 9월 1일,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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