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이 육식에 비해 도덕적으로 우월할 이유는 없다
육류의 소비가 늘면서 문제는 늘어나고 있다. 엄청난 양의 사료를 확보해야 하고, 가축이 쏟아내는 분뇨와 같은 축산 폐기물을 처리하기도 쉽지 않다. 쇠고기 1kg을 얻으려면 16kg의 사료를 먹여야 하기에 자원의 낭비도 심하다. 성장 호르몬과 항생제에 대한 걱정도 크고 육식이 잔인하다는 이야기도 많다.
공장식 축산의 실체를 알면 충격적이다. 닭의 자연수명은 약 25년. 육계는 부화 후 약 35~49일, 암컷인 산란계는 생후 15개월까지 좁은 공간에서 알만 낳다가 폐사된다. 돼지의 자연 수명은 약 15년이지만 수퇘지는 6개월 이후, 암퇘지는 4년간 새끼를 낳다가 생식능력이 사라지면 도축된다. 소의 경우 자연 수명은 약 20년. 수소는 3년, 암소도 4년을 넘기지 못하고 도축장으로 향한다. 제 수명도 못 누리며 과정도 혹독하다.
에너지 낭비를 줄이도록 움직이지 않게 좁은 공간에서 제철의 풀 대신에 최적화된 사료를 먹고 자란다. 젖소는 매일 최대 58kg의 우유를 생산한다. 원래 1년에 몇 번, 12개 정도만 알을 낳는 닭은 1년 동안 자기 체중의 8배에 달하는 달걀을 거의 매일 생산한다. 육계는 불과 사료 3kg으로 고기 1kg이 될 개량종이고 1974년 289kg이던 한우 수소의 평균 체중은 2004년 542kg으로 늘었다. 가히 공산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양학적으로 문제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먹는 것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라는 성분일 뿐이고 이것 자체가 변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육식이 채식보다 더 잔인하고 나쁘다는 주장도 언제나 옳다고 할 수는 없다.
현대 생명과학에서는 식물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생명이다. 식물은 동물보다 나중에 광합성 세균과 내부공생을 통해 진화한 고등 생명이다. 이산화탄소와 물 그리고 최소한의 미네랄만으로 자신이 필요한 모든 유기화합물을 만들어 자급자족의 독립적 생활을 하는 고귀한 생명이다.
스스로 모든 물질을 만들기에 식물에 의존해 사는 동물보다 유전자 수도 많다. 감자는 약 3만 9,000개, 쌀은 약 5-6만 개로 약 2만 3,000개인 인간보다 훨씬 많다. 식물은 비명을 지르거나 움직이지 않을 뿐 똑같이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식물을 먹는 것은 잔인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은 식물을 생명으로 여기지 않았던 과거의 잘못된 편견 때문이다.
자연에서 홀로 모든 것을 해결하며 살아가는 생명은 없다. 식물의 80% 이상은 뿌리에 얽힌 미생물에 의존해 영양을 얻고, 초식동물은 식물에,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에 의존해 살아간다. 육식동물이 없었다면 초식동물에 의해 초본류가 남아나지 못했을 것이다. 식물에게 가장 중요한 영양성분은 동물이 내뱉은 이산화탄소다.
동물과 식물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고 잔인하게 경쟁하기도 한다. 식물은 독성물질과 피톤치드로 초식동물과 곤충을 공격하고 식물끼리도 치열하게 경쟁한다. 양치류는 침엽수에게, 침엽수는 활엽수에게, 활엽수는 다시 초본류에 밀리는 치열한 경쟁 과정을 보면 자연이 서로 도와가면서 평화롭게 산다는 인식은 우리의 착각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육식도 긍정적인 면이 많다. 소는 우리가 소화할 수 없는 셀룰로스를 활용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소의 위에 기생하는 박테리아는 단단하게 결합한 셀룰로스를 분해해서 소의 소화기관을 통해 흡수할 수 있는 포도당으로 만들어 준다. 결국 소는 우리 인간에게는 쓸모가 없는 풀을 최고급의 단백질로 만들어주는 귀중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육식을 포기한다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식량의 양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흔히 육식은 몸에 나쁘고 채식은 무조건 몸에 좋다고 인식한다. 그런데 채식주의자가 고기를 먹으면 몸이 좋아진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근력 향상에는 별 도움 되진 않지만 병원에 가도 원인을 찾을 수 없던 피곤과 통증이 거짓말처럼 없어지고 컨디션이 좋아지며 채식만 할 때보다 적게 먹고도 배가 부르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채식의 부작용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채식장려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친 육식으로 지방이 총칼로리 중 40~5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세계인의 1/15에 해당하는 미국인이 세계 고기생산량의 1/3을 먹는다. 평균의 5배를 먹는 셈이다.
그런 미국인에게 지금보다 고기를 적게 먹고 채소를 더 먹는 것은 당연히 몸에 좋다. 하지만 한국인은 총칼로리 중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19% 정도다. 적정선이다. 한국에도 채식 열풍이 부는 이유는 미국인에게 맞는 지식이 너무 많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지나친 채식의 문제점은 섬유소가 위장 벽을 상하게 하고, 소화를 방해하고, 장 내에서 무기질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소에 많은 아질산 과잉 섭취, 빈혈, 결석의 발생 가능성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때 채소즙을 마시는 것이 대유행이었는데 부작용도 많았다. 매일 자몽 주스 240mL를 마시면 신장결석을 일으킬 확률이 44% 정도 증가한다.
동물성 식품에만 존재하는 영양소가 콜레스테롤과 비타민 B12다. 칼슘·철분·아연은 채식만으로는 충분히 섭취하기 힘든 미네랄이다. 따라서 채식을 고집하려면 ‘잘 짜인’ 식단을 준비해야 한다. 식물성 단백질에는 대개 한 가지 이상의 아미노산이 빠져 있고, 무기질 함량도 채소마다 다르다.
육류·우유·달걀 등은 한 가지 식품만 섭취해도 필요한 단백질이나 무기질을 얻을 수 있다. 엄격한 채식을 고집하려면 메뉴를 신중히 짜야 한다. 그래도 임신 여성, 모유를 먹이는 산모,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 식사량이 부족한 노인은 채식주의가 적절하지 못하다.
대개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날씬한 사람을 떠올리는데 뚱뚱한 채식주의자도 있다. 문제는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 먹느냐이다. 채식도 많이 먹으면 비만이 될 수 있다. 채식주의자 중 날씬한 사람이 많은 것은 이들이 즐겨 먹는 채소·과일 등이 저열량 식품이기 때문이라기보다 건강에 관심 두고 적당히 운동하는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닌 덕분이 더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채식에 맞는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다. 누구나 채식에 맞는 것은 아니다. 안 맞는 사람도 많다. 만약 채식에 안 맞는 사람이 고기를 전혀 먹지 않고 채식만 하면 오히려 병을 얻기 쉽다. 참고로 한국인의 절반 이상은 체질상 고기를 먹는 것이 좋다. 채식이 맞지 않는 사람의 고통 체험담도 많다.
“채식 열풍이 불었을 때 6개월 동안 고기를 먹지 않았는데,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하고 힘이 빠졌습니다. 채식을 포기했더니 오히려 기운이 나고 몸이 좋아졌어요.”
“요가 수련을 할 때 권유받아 채식했는데 후유증으로 식물 독에 과민해졌어요.”
“힘도 없고, 체온이 35.5도까지 떨어지고 아토피가 심해져 고생한 후 쇠고기를 소량 매일 먹으니 체온도 올라가고 아토피가 나아졌어요. 그런데 아무도 제 말을 믿어주지 않아 너무 답답했어요.”
채식만 하는 사람이 오히려 혈전이나 동맥경화증이 발병할 위험이 높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1년 4월 미 연구팀 발표에 의하면 과거 30년 동안 진행된 연구 결과 12종을 분석한 결과 채식하는 사람들이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유발하는 혈전증과 동맥경화증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식주의자들은 철분과 아연, 비타민 B12, 오메가-3-지방산 등의 일부 주 영양소가 부족한 경향이 강하며 혈중 호모시스테인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은 낮아 심장질환이 발병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장량만큼 섬유소를 섭취한 여성은 에스트로젠이 낮아 섬유소를 덜 섭취하는 여성보다 배란이 잘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5월 소아 건강&인체발달연구소 연구팀이 18~44세 여성 25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권장 기준만큼 섬유소를 섭취한 여성이 혈중 에스트로겐 및 기타 수태능과 연관된 호르몬이 낮았다. 특히 과일 등의 고섬유소를 섭취할 경우 난소가 난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무배란 생리주기가 발병할 위험이 커진다.
채식이 육식보다 안전한 것도 아니다
채소나 과일처럼 몸에 좋은 음식도 잘못 관리하면 가장 위험한 식품이 된다. 미국 공익과학센터(CSPI)는 2009년 10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의 자료를 토대로 1990년 이후 미국에서 가장 빈번하게 질병을 불러일으킨 위험한 식품 10가지를 소개했다.
그중 압도적 1위는 상추, 양상추, 양배추, 꽃상추, 시금치, 캐비지, 케일 등을 포함하는 녹색 채소(Leafy Green)였다. 식중독 발생 363건이며 환자는 1만 3,568명에 달했다.
결국 채식이 무조건 좋다는 것은 과장이다. 영양은 적당한 양을 먹어야 좋은 것이지 출처에 따라 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공장식 농장에서 물건 찍듯 ‘만들어 내는’ 육류와 실상을 알면 충격적이겠지만 영양과는 무관하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이 좋은 일인지, 채식이 지구 환경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 성찰해 보는 것은 매우 좋은 자세다. 인간과 지구상 모든 생명과 평화롭게 공존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고집하는 것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채식에 빠져들어 육식의 나쁜 장면만 연상하면 육식은 물컹한 살덩어리에 이상한 냄새가 나는 아주 고약한 물건이 되고 만다. 점점 먹기 싫은 음식이 되어 버린다.
채식이든 육식이든 중요한 것은 양이지 종류가 아니다. 채식이 좋고 몸에 맞는다면 채식 위주로 하면서 최소한의 육식을 하면 영양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극단적으로 채식을 고집하려면 많은 공부와 준비를 한 후 신중히 하는 것이 좋다. 육식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만큼 채식에 집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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