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상 기업 미팅을 하다 보면 VC들의 부정적 피드백에 굉장히 날선 반응을 하시는 대표님들이 계신다. 그럴 때마다 정말 안타깝다.
물론 자신이 인생을 건 사업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속상하신 마음이야 오죽하시겠나 싶다. 하지만 심사역들도 잠재 고객이다. 아무 영혼 없이 “오 좋네요, 제품 나오면 쓸게요”라고 말하는 고객 설문보다 훨씬 많은 고민 끝에 드리는 의견임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실제로도 그런 대표님들이 계신다. VC들의 피드백을 부정하면서 고객 설문조사 결과를 보여주시는 분들. 대개 “이런 제품이 나오면 쓰실 건가요?”라는 질문으로 구성된 설문조사에서 “쓰겠다”라는 대답이 많이 나왔으니 제품이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 생각하시는 것이다. 하지만 단편적인 설문조사 결과로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VC는 수백 개의 회사를 이리저리 분석하며 고민한 뒤, 그중 몇 개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일 년에 수백 개의 기업을 검토하여 3~4개의 기업에만 투자한다. 당연히 기업 선택에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 포트폴리오는 커리어 내내 수익률로서 나를 따라다닌다. 그래서 함께하자는 말보다는 거절의 말을 훨씬 더 많이 입에 올릴 수밖에 없다.
사실 거절할 때 “회사는 너무 좋은데 우리 상황이 이러이러해서~” 같은 말로 둘러대며 좋은 말만 해주는 게 심사역도 편하다. 투자 못 하는 이유를 솔직하게 설명하다 보면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업의 개선점이나, 투자받기 어려운 이유를 말해주는 것은 기업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일종의 고객 피드백이라고 생각해줄 수는 없는 걸까?
아, 물론 이 글의 전제는 피드백하는 심사역의 태도가 정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무례한 태도를 하는 심사역이 있다면 욕먹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VC들의 피드백을 적대적으로 대하지는 말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문: 유지윤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