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외부은하 사진을 처음 찍은, 대중에게도 유명한 허블 딥 필드 사진은 사실 찍으려고 찍은 게 아니었습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에 예약 잡으려던 천문학자가 ‘아무것도 없는 좌표’를 찍어보겠다고 신청서를 넣은 덕에 얻을 수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지금은 인류가 알던 세상의 지평을 수천 배 늘린 대사건으로 평가받지만, 당시에는 이게 무슨 쓰레기 같은 요청이냐고 제지당할 뻔했습니다.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망원경이 어딘가를 계속 보게 하는 건 매우 고도의 기술인데, 할 일 많은 우주망원경으로 그런 허공을 쳐다보는 시간과 인력의 낭비는 못 할 짓이라고들 생각했으니까요.
그렇게 인류 최초의 딥 필드 사진이 나왔고, 인류는 깨달았습니다. 그 빈 공간은 전혀 비어 있지 않았다는걸.
이전까지 그 어떤 생물도, 아무리 위대한 천재도, 그제껏 있던 최고의 장비도 모두 보지도 추측하지도 못했던, 수억이나 수십억 광년 너머의 외부 은하 수천 개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던 그 공간에 가득 들어차 있었습니다.
이 허블 딥 필드의 경험이 워낙 인류 과학사에서도 손꼽을 만큼 충격적인 일이었기에,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아예 작정하고 올라가자마자 딥 필드를 찍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저 노골적으로 자신의 무게감을 드러내는 중력렌즈에 왜곡된 상을 보세요!
한편 항성이나 덜렁 남은 은하핵처럼, 망원경 분해능을 넘어 면으로서 인지되지 않는 점광원 천체들은 반짝이는 모양의 회절 가시를 남깁니다. 이 가시가 별답게 예뻐 보이긴 해도 실은 상을 가리는 달갑잖은 존재입니다.
가령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 사진에서 그 푸른 점은 희미한 빛의 띠 위에 있는데, 그 빛의 띠는 사실 햇빛의 회절가시 일부분입니다. 그게 없었다면 검은 우주에 홀로 남은 정말 외로운 푸른 점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내행성이라는 한계로 아쉽게도 햇빛에 먹힌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회절 가시는 망원경의 지지대나 핀홀을 지나며 회절된 빛에 의한 것이므로, 우리는 이 회절 가시의 모양을 변환해 JWST 지지대 모양 같은 것도 추측해 볼 수 있겠네요.
한 가지 애닳게 아쉬운 점은, 우리는 저렇게 밤의 어두운 허공을 찍어 얻은 머나먼 은하 그 어딘가에도 평생토록 가보지 못하리라는 것입니다. 태양과 질량이 별다르지 않은 가장 가까운 별과, 우리은하와 비슷한 부류의 제일 가까운 은하까지의 거리는 백만 배 규모로 차이 납니다. 설령 우리가 기계 몸 같은 걸 만들어내 오랜 수명을 얻고 광속의 몇백 배로 움직이는 워프 드라이브를 개발한들, 그래서 다른 별까지 해외여행을 가듯 갈 수 있다 한들, 가장 가까운 은하까지는 닿지 못할 것입니다.
딥 필드 사진에 찍히는 은하들은 멀면 수십억 광년 너머의 것들입니다. 태양보다 몇 배나 큰 시직경을 가진 안드로메다 같은 이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머나먼 곳이니, 우리는 그 은하 내부에 있는 별과 행성과 외계인의 모습을 영영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기적적인 은하 간 항해법이 발견되어 어떻게든 세월과 공간의 벽을 뚫고 정말로 가보게 되더라도, 그렇게 가본 은하는 우주망원경으로 보았던 그 시절 그 은하도 아닐 테니까요.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올베르스의 역설을 생각해 봅니다.
밤은 왜 어두운가?
이제 우리는 이 문제의 답이 ‘관측가능한 우주는 유한한 크기를 지녔기에 무한한 거리까지 별이 균등히 퍼져있지 않아 어딘가엔 틈이 있으며, 그에 더해 머나먼 은하에서 온 빛은 공간팽창에 의해 적색편이하므로 우리 눈에서 감지하지 못한다.’임을 압니다.
우주가 팽창하기 때문에 밤이 어둡다는 대답을 할 수 있게 해 준 건 에드윈 허블이었습니다. 그 허블의 이름을 딴 우주망원경이 그 결론을 뒤집고 올베르스가 그래도 반쯤은 맞았다며 무덤 속의 그를 달래주었습니다.
우리가 어둡고 텅 빈 밤하늘이라고 생각했던 곳 어디에든 수십억 광년 바깥의 은하가 무수히 깔려 있고, 그래서 밤이 그렇게 완벽하게 어둡지는 않다고. 당신이 던진 질문은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것이었다고.
원문: Angela AI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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