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선, 외교와 안보를 말하다: 익명의 밀덕 인터뷰 1/2」에서 이어집니다.
문재인 정부는 정말 ‘중국몽’에 빠진 정부였나?
임예인: 국민의힘 지지층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중국몽’ 때문에 친중 정책을 편 정부로 보기도 했는데요.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익명의 밀덕: 지나친 인식이지만 근거가 없지는 않다… 정도로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에 친중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이 더 많다는 건,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경험적으로는 통감한 바입니다. 중국 관계자들로부터도 그런 이야기를 사석에서 거리낌 없이 들은 경험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확연한 대국이니 소국인 한국은 그걸 인정해야 하지 않겠냐, 이미 너네 나라 누구누구 같은 분들도 다 동의하더라’라는 식으로 말을 하더군요.
임예인: 그런 얘기가 공공연히 나올 정도면, 확실히 친중이니 중국몽이니 하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지 않나요?
익명의 밀덕: 이게 꼭 친중사대에 빠져서의 문제는 아닙니다. 정치판을 보면 ‘내가 누구누구랑 잘 알고, 당장 연결해줄 수 있다’ 운운하며 허세 떠는 분들이 많죠. 국제정치판도 마찬가지입니다. 별로 실력도 없고 그닥 관계도 깊지 않은데, 자기가 키맨인 것처럼 허세를 부리고 친한 척하고 다니는 분들이 제법 있습니다. 미국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그런 분들이 많았죠. 지난 문재인 정부에 가까운 분들은, 자신이 대중 관계의 키맨이라고 허세를 부리는 경향이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은 자신이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중국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습니다.
임예인: 이건 뭔가 외교가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생존 경쟁을 보는 것 같아요.
익명의 밀덕: 하지만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우리가 느슨하게 ‘친미’ 또는 ‘친중’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스펙트럼이 매우 넓습니다. 본인의 허위의식이나 입신양명을 그 나라들과 엮은 분들도 있지만, 합리적인 이유에서 정말 그게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는 겁니다. 실제로 외교안보 라인에 계신 분들은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떠오르는 패권국임은 분명하므로 적당히 비위는 맞춰줘야 한다’ 정도의 고육책을 택하는 분들이 훨씬 많았을 겁니다. 이건 한미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임예인: 정부 차원의 외교 정책에 있어서, 문재인 정부의 대중 외교 정책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익명의 밀덕: 남북 평화를 위해 미국과 중국을 모두 이용하려다가 마지막 스텝이 꼬였지요. 문재인 정부의 대중 관계 기조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중국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으니 최소한의 비위는 맞춰주자’는 쪽이었다고 봅니다. 거기에는 큰 불만이 없습니다. 사실 한미동맹에 좀 더 경사되든, 중국 입장도 더 배려하든 그건 국제정세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스탠스입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북한 문제에 너무 발목이 잡힌 게 아닌가 합니다.
임예인: 정말 아쉬움이 많은 게, 정권 초기만 해도 굉장히 분위기가 좋았잖아요. 북한 측에서도 유화적인 메시지가 쏟아져 나왔고, 남북 정상회담도 이루어졌고, 거기에 사상 최초의 미국-북한 정상회담까지 진행됐고요.
익명의 밀덕: 그렇습니다. 초반에 평창올림픽 호재와 김여정 방문 등이 엮이고, 파격적인 미국-북한간 정상회담까지 벌어지며 기대감이 엄청 올라갔죠. 그런데 문제는 그러다 보니 의욕이 너무 앞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과의 관계나 중국과의 관계까지도, 어떻게든 남북 관계를 잘 끌어가는 방향으로 맞춰가려고 한 거죠.
임예인: 미국이나 중국과의 외교관계는 그 자체만으로 굉장히 어려운 과업인데, 그걸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이용한다는 것이 정말 가능했을까요?
익명의 밀덕: 그래서, 돌이켜보면 이건 한편으로는 너무 원대한, 혹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순진한 목표가 아니었나 합니다. 그걸 억지로 달성하려고 하다보니 주변국들 입장에서는 점점 곤란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던 거겠죠.
임예인: 결국 대북 외교 얘기도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우리 입장에선 그래도 뭐라도 도와주려고 하는데, 북한도 참 계속 협력이 안 된다는 느낌이었어요.
익명의 밀덕: 북한 입장에서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한국이 능력 이상으로 ‘척’만 하고 제재 해결 등 실질적인 측면에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존재로 낙인 찍혔죠. 그래도 대화의 불씨는 이어가겠다고 북한에 한 마디 제대로 못 하고 한미 연합훈련이나 사드 배치 완결에도 소극적이었으니, 미국 입장에서도 점점 속으로 부글부글 끓었고요.
중국 쪽에서도 사드 뺄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요리조리 현상유지만 하고 도와 달라고 보채는 게 가소롭게 보였을 겁니다. 그렇게 노력을 기울여도 시진핑 답방 한 번 언질 안 주지 않았습니까? 남북 관계를 중심으로 외교 정책을 이끌어가는 게 얼마나 진만 빼고 영양가가 없는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임예인: 하지만, 남북 관계가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인 건 사실이잖아요. 우리 입장에선 어떻게 해야 했던 걸까요?
익명의 밀덕: 사실 미국과 중국의 대결구도가 분명해지는 상황에서, 남북 화해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심지어 북한도 원하지 않는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미국이나 중국은 한국과 북한이 어떻게든 자기네 편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했으면 싶지, 애매하게 중립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북한 지배층 입장에서도 핵이빨 빼고 한국에 무기력하게 잠식당해 먹혀가는 모습을 원하지 않죠. 더군다나 이제는 핵포기를 한 이후 비극적 사례로 우크라이나가 추가됐습니다.
결국 여기에는 딱 부러지는 묘수가 없습니다. 한국 외교 또한 글로벌한 안목에서 역량을 펼쳐나갈 때, 더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임예인: 아무래도 5년간 외교 관계를 이끌어 온 전임 정부다 보니 쓴소리를 할 부분도 많았던 것 같은데요. 혹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은 없을까요?
익명의 밀덕: 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선의는 별로 의심하지 않습니다. 또 그 밑에 외교적 브레인 역할을 한 분들의 뜻도 긍정적으로 봅니다. 좀 억지스러운 분들이 몇몇 있긴 했어도, 국제정치 측면의 ‘제3의 길’을 진지하게 모색해본 분들이에요. 결과적으로 의도대로 안 흘러갔다고 해서 폄하할 일은 아닙니다.
어쨌건 남북이 파격적으로 접근해보고 북미 정상회담도 성사시켜봤다는 전례가 쌓인 점은 우리가 ‘가보지 못한 길’에 발자취를 남긴 것 아니겠어요? 개인이건 국가이건 초지일관 일편단심 민들레로 사는건 좋지 않다고 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성장을 해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대응능력이 그나마 올라가는 거죠. 그리고 세월이 지나 미-중 대결구도의 거센 흐름도 바뀌는 날이 오면 이 전례가 요긴하게 다시 쓰일 날이 오지 않을까요.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 거리를 두게 될까
임예인: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이미 ‘중국 편향 정책’ ‘한국 청년 중국 싫어해’ ‘사드 추가 배치’ 등의 발언 및 공약으로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런 거리두기가 외교에서 영향을 미칠까요?
익명의 밀덕: 우호보다는 ‘할 말은 하는’ 관계를 지향하긴 하겠죠. 그런데, 여기에서는 ‘국가간 우호’란게 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 반에 일진이 설치면서 다들 할 말도 못하고 주눅들어 있는데 ‘우리 반은 참 우호적인 분위기야’라고 할 수는 없겠죠.
중국이 시진핑 등장 이후 얼마나 무례한 언사를 해대는지는 겪어 보면 섬뜩할 정도입니다. 그 고질적인 대국병을 상대하려면 적절한 관계 설정이 필요한 시기라 보입니다. 특히 청년층에서 들끓고 있는 반중 여론이 요구하는 바도 그러한 것일 거고요.
임예인: 그래도 괜찮을까요? 어쨌든 현실적으로, 한국이 중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일텐데요.
익명의 밀덕: 마침 분위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들 중국에 납작 엎드리는데 한국만 빳빳하면 두들겨 맞겠지만, 시진핑 시대의 무례한 중국에 대한 반감은 전 세계적인 현상 아니겠습니까? 한국도 이럴 때 같이 대들어야 중국도 함부로 못 하죠. 만약 중국이 이런 걸 빌미로 우리를 후려치면, 맞상대 여론전을 펼 준비까지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임예인: 그럼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대중 관계는 어떻게 될 거라고 예상하세요?
익명의 밀덕: 이것과 관련된 의미 있는 신호가 최근 윤석열 당선인과 시진핑 주석의 통화입니다. 당선인 신분으로 통화하는 게 이례적이라 하죠? 중국도 앞으로의 한중관계가 껄끄러울 걸 예상하고 미리 경고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중국도 한중관계의 악화를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사드 추가 배치 문제만 어떻게 잘 피해간다면, 어차피 중국의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그냥 냉랭하지만 무난한 관계가 이어지지 않을까도 예상해봅니다. 어차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야 한한령, 금한령으로 고생할만큼 다 겪었고, 더 나빠질 것도 없겠죠.
미국과 중국 사이, 윤석열 정부의 균형추는
임예인: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차기 정부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는데요. 윤석열 정부는 이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익명의 밀덕: 해결 못 하겠죠. 인간 관계도 여러 사람과 두루 원만하게 가져가는 게 어렵습니다. 국가 간 관계는 하물며 어떻겠습니까. 저도 겪어보니 천부적인 감각에 산전수전 겪으며 단련한 재능이 있어야지, 그냥 서생들이 방구석에서 책 보고 읊는 걸로는 안 되더군요.
임예인: 문재인 정부는 전략성 모호성이나 균형 외교를 내세워 이 문제를 돌파하려 했죠.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익명의 밀덕: 사실 문재인 정부가 균형을 논했지만 솔직히 그 정도 역량이 되었는가 생각해보면 의문입니다. 때로는 미움 받을 용기도 있고, 윽박지르며 밀어붙이는 강단도 있으면서도 자신을 철저히 숨기는 교활함까지 겸비해야 하는데, 체계적인 외교와 정치 수련을 받지 못한 한국의 대권주자들에게 그것까지 요구하기 쉽지 않죠. 참모들도 한 분 한 분 보면 능력 있는 분들이 많지만, 결국 참모가 리더를 대신할 수는 없으니.
임예인: 사람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우려하는 점 중 하나가, 그가 검찰총장 출신으로 ‘범죄자’와 ‘피해자’의 구도에 익숙한 인물이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정치 경험도 없고, 당연히 국제 외교에 대한 이해도 높지 않아 보이고요.
익명의 밀덕: 그런데 상황에 맞춰 감각적인 복잡한 전략, 전술을 쓰기 어려울 때는, 차라리 좀 거칠지만 우직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는 누가 뭐래도 중국이 국제적인 인심을 크게 잃은 상황입니다. 시진핑의 섣부른 중국몽과 대국굴기 드라이브로 그에 대한 반작용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미국 쪽으로 더 기우는 것은 편한 선택일 겁니다. 단, 이 경우 대북 관계, 북핵 문제에 대해선 훨씬 현실적일 필요가 있겠지요.
임예인: 언젠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당할 일도 생기지 않을까요?
익명의 밀덕: 양자택일 문제는 다행히도 발생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양자택일을 강요할 핵심 이벤트는 역시 ‘전쟁’이죠. 중국의 대만 침공이 그냥 공수표가 아니라, 시진핑이 진지하게 시도해볼 카드였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도리어 김이 빠졌어요. 시진핑도 푸틴이 고전하는 걸 보면서 정신이 바짝 들었을 겁니다.
대북 관계, 강경 대립이 이어지게 될까
임예인: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성향을 볼 때, 대북정책은 강경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종전협정 논의 등 대북 외교는 이대로 올스톱될 가능성이 높을까요?
익명의 밀덕: 냉랭한 남북 관계, 혼자 열 받아서 방방 뛰는 김정은을 계속 봐야겠죠. 종전협정은 아무 의미가 없는, 그냥 이도저도 안 되니 추진해 본 이벤트고요. 지금 와서 거기에 에너지를 쏟을 필요는 없습니다.
임예인: 혹시 북한에 강경한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가, 북한의 무력 도발을 더 강화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익명의 밀덕: 어차피 북한의 무력 도발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지금 누가 북한을 신경 쓰고 있겠어요? 우크라이나에서 확인되는 러시아의 야욕, 전 세계 산업을 뒤흔들 혹시 모를 대만 침공 이슈 등등… 거기에 앞으로 식량 대란에 유가 대란, 아직도 꺼지지 않는 코로나 팬데믹, 싫어도 해야만 하는 기후변화 대응 등등,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가 산적해 있는데요.
미국은 북한에 관심을 주고 싶어도 줄 손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핵강국 러시아가 핵무기를 쓰네 마네 만지작대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투정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그러니 관심에 목마른 북한은 무력도발 수위를 높이겠죠. 최소한 새 정부 출범 1년 동안은 고삐를 놓지 않고 긴장 확대 드라이브를 걸 것 같습니다. 핵실험도 당연히 하겠고요.
임예인: 결국 한반도 긴장 고조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수인 걸까요.
익명의 밀덕: 뾰족한 수가 있나요?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또 한번 비핵화한 국가의 설움을 보았으니, 북한은 비핵화는 꿈도 안 꿀 겁니다. 핵무력에 걸맞은 국제적 지위 보장과 제재 해결만 요구하겠죠. 남한이 중재자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희망도 없어졌고요. 중국의 압박 또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중국은 이미 북한을 억지로 비핵화시키느니, 적당히 연명을 시켜주며 계속 미국의 골칫거리로 남겨 두어 미-중 대결의 카드로 써먹겠다는 스탠스입니다.
임예인: 그럼 앞으로 우리는 북한을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할까요?
익명의 밀덕: 어차피 과거의 방식으로 북한을 상대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문재인 정부와 같은 호재를 안고서도, 평화 노력이 결국 엎어지고 불신만 깊어졌어요. 안타깝지만 다시 정책의 추를 반대로 조여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정부에서는 북한과는 영원히 남남으로 살 각오를 하고, 좀 더 냉정한 자세로 임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북제재 유지 및 강화, 대북억지수단 강화 등 남북한 국민 모두에게 내키지 않는, 그리고 더 큰 부담이 지워지는 길 밖에 없을 것입니다.
임예인: 그래도 그 결과 긴장이 심해지면, 안보 위험과 경제적 리스크, 또 실제 무력 도발과 생명권 위협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많은 문제가 일어날 텐데요. 그래도 최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방법이 없을까요?
익명의 밀덕: 저도 당연히 전쟁을 바라는건 아니고요. 그런 최악을 막으려면 상호간의 ‘오해’를 해결할 막후 채널이 항상 필요하죠. 냉전 시대 쿠바 미사일 위기 등 핵전쟁 일보직전 상황을 겪어보고 인류가 뼈저리게 깨달은 건 상호간 피해망상의 회로에 빠져드는 걸 막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윤 정부도 국방부와 외교부를 통한 단호한 조치를 취하면서도, 이런 소통을 보완할 통일부와 국정원 라인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기를 바랍니다.
임예인: 실제 북한의 무력 도발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무력 도발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혹 진짜 무력 도발이 일어났을 때,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까요? 혹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익명의 밀덕: 북한의 무력도발 수위가 문제일텐데… 팃 포 탯(Tit for Tat), 눈에는 눈, 이에는 눈 전략으로 딱 당한 만큼만 갚아 준다는 원칙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미 수십년간 이어진 남북관계는 그 정도에서 균형을 찾아왔죠. 상대가 1만큼 도발하면 백배천배 갚아준다는 것은 그냥 레토릭일 뿐이고요. 코로나19로 이래저래 흉흉해지고 중국이건 러시아건 뒷배를 봐주기 힘든 상황에 어차피 크게 사고치긴 어려울 겁니다.
임예인: 뭔가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인데요…
익명의 밀덕: 그렇다고 너무 비관하지 마세요, 역설적으로 이게 남북간 관계를 새로운 국면으로 진전시킬 중대한 계기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세상은 꼭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실낱 같은 평화의 기회가 찾아오고 우리가 그걸 잡을 수 있기를 기원해 봅시다.
임예인: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전임 정부에 대한 평가나 격려, 윤석열 정부를 향한 조언과 전망 등을 자유롭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익명의 밀덕: 제가 주제넘게 정부에 이래라저래라 할 처지는 아니고요, 다만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같은 처지의 시민들께 한 말씀드리고 싶네요. 우리 사회가 진영논리가 횡행하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다 보니, 뭐만 하면 친북친중 아니면 친일친미라고 관성적으로 비난부터 하죠. 이런 반응은 결국 정부의 결단과 선택의 폭을 줄일 뿐입니다. 외교안보 문제만이라도 대통령이 우리 편이냐 상대 편이냐를 좀 내려놓고 냉철하게 보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미-중 대결의 소용돌이와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진 속에서 윤 정부 임기는 편할 날이 별로 없을 겁니다. 남 탓에 골몰할 에너지를 보다 생산적인 고민으로 돌려서, 국가나 개인 모두 현명한 선택을 더 많이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