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OTT를 다섯 개나 보고 있다. 애플TV, 왓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까지. 어제 릴리가 세어 보더니 대단하다고 하더라. 각 플랫폼의 특징을 식당에 비유해 봤다. 손님 관점에서 철저하게 주관적으로 평가했다.
애플TV+ (APPLE TV+)
처음에 애플에서 OTT를 만든다고 했을 때 “굳이?”라는 의문이 들었다. 다른 것도 잘하고, 돈도 많이 벌면서 뭘 또. 처음에는 콘텐츠가 너무 없어서, 손님 불러놓고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정말 차린 게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런데 요새는 다른 의미로 놀랍다. 애플TV는 콘텐츠도 애플처럼 만든다. 요리의 가짓수는 많지 않아도, 뛰어난 셰프가 오마카세를 준비해 둔 느낌이랄까. 코미디 드라마 〈테드 래소〉에 이어 〈인베이션〉을 봤는데 와우, 탄성이 절로 나왔다. 물론 느린 말들과는 아직 화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넷플릭스 (Netflix)
그야말로 “차린 게 많으니 많이 드세요“라는 콘셉트의 요릿집이다. 문제는 차린 게 너무 많아서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예전에는 특별한 요리들이 골고루 있었는데 요즘에는 맛과 질도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음식값까지 올린다고 하니 애정이 더 떨어지는 느낌.

왓챠 (WATCHA)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서 “이번에는 이게 새로워 보이니 먹어 볼까?”라는 재미를 제공한다. 게다가 내가 특히 좋아하는 일본 콘텐츠를 풍성하게 제공한다. 덕분에 절대 끊을 수 없는 음식점 같다. 그러고 보니 영국 콘텐츠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정이 든 단골 요릿집 같다고 해야 하나.

디즈니플러스 (Disney+)
그야말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양꼬치 집 같은 곳이다. 디즈니를 사랑하면 이곳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디즈니라는 요리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굳이 들어가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기존 요리에서 파생된 퓨전 요리는, 그야말로 매니아에게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티빙 (TVING)
한국 요리 분야에서 새 음식이 나올 때마다 맛보기 좋은 요릿집이다. 가서 한두 번 먹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음부터 안 먹으면 된다. 무엇보다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의 중독자인 릴리가 열광하기 때문에 도저히 끊지 못한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도저히 끊을 수 없는 불량식품’ 같은 이미지인 곳.

원문: 박산호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