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타벅스가 그럴 리 없어!
최근 스타벅스의 행보를 두고 잡음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부터 진행 중인 ‘좋아하는 걸 좋아해’ 캠페인의 슬로건이나 이미지가 그간 스타벅스가 쌓아온 이미지와 맞지 않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고요, 매년 고객들을 줄 세우던 굿즈마저도 디자인이 별로라는 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5월 12일 강남역 2호선과 신분당선 사이에 새롭게 문을 연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은 이러한 논란에 기름을 부었는데요. 스타벅스를 상징하던 것이 분위기 있는 공간 그 자체였던 만큼, 좌석 없는 매장이 주는 상징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스타벅스답지 않은 변화가 이마트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이마트화되어 쓱타버스가 되었다는 건데요. 실제로 이마트 출신 인력이 주요 포스트에 배치되었다고 알려졌는데, 수익성 확보를 목적으로 출점 전략이 변화한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미국도 공간 말고 커피’만’ 팔아요
그런데 정작 스타벅스 관계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마트의 지분 인수와는 관계가 없다는 건데요. 심지어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의 테이크아웃 전문점 매장을 보면 실망했을 거라는 기사가 등장했을 정도지만, 알고 보면 이러한 시도는 미국의 스타벅스 본사가 먼저 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2020년에 스타벅스는 본토 미국에서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픽업 전용 매장을 늘린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당시 자체 조사 결과, 스타벅스 미국 내 매출의 80%가 테이크아웃에서 나온다고 하고요. 팬데믹 기간 이후에도 배달 및 픽업을 선호하는 경향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테이크아웃 전용 스타벅스 매장은 더욱 많아질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국내 스타벅스가 딜리버리 서비스를 확대하거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늘린 것도 같은 맥락의 일이었던 거고요.
심지어 최근 CEO로 복귀한 하워드 슐츠는 지금까지 스타벅스의 성공을 이끈 제3의 공간을 디지털로 확장시키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이전과 같은 대형 매장은 앞으로는 필요 없을 거라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NFT 기반의 커뮤니티로 공간이 주던 역할을 대체한다는 건데요. 이는 곧 스타벅스의 본질인 커피 맛만 지킨다면 공간 전략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하는 건
더욱이 스타벅스의 테이크아웃 중심 매장의 출점 확대는 생각보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우선 스타벅스는 더 이상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이라 부르기 어렵습니다. 더 고가의 브랜드도 많이 등장했고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들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장점은 편한 공간도 있지만, 어느 매장에서나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가진 커피를 제공해준다는 점도 있습니다. 이러한 역량은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에서는 큰 차별화 요소로 작용 가능하고요. 특히 오피스 상권에서는 잘 먹힐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에스프레소 바가 커피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도, 적절한 변화이기도 합니다. 카페에 오래 앉아 머물기보다는, 커피를 빠르게 맛보고 떠나는 형태의 문화가 새로운 조류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스타벅스의 이른바 쓱타버스화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딩 관점에서는 스타벅스는 분명 긴장해야 합니다. 그간 스타벅스가 경쟁자를 압도해올 수 있었던 건 디지털 전환 등의 여러 요소가 있기도 했지만, 역시나 스타벅스가 무엇을 하든 지지해주던 팬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회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라도, 고객의 반발이 있다면 다시 재검토해봐야 합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스타벅스는 현지화를 위해 다채로운 실험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이 중에는 사이렌 오더처럼 글로벌 전체로 역수출된 것도 있고요. 때문에 다소 비판이 쏟아지더라도, 새로운 변화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건 유지해야 합니다.
다만 확실히 고객이 스타벅스에 가진 피로도가 점차 쌓이고 있는 건 맞는 것 같고요. 더욱 오래 롱런하기 위해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해 보이긴 합니다.
원문: 기묘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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