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회사 가치 3조 원을 인정받으며 1,789억 원을 투자받은 당근마켓. 이마트 시가총액이 3.2조, 롯데쇼핑이 2.7조인데 저 가치가 말이 되냐는 얘기도 있죠.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평가가 가능합니다. 긍정파는 지역광고, 상거래(특판, 마감세일, 공구, 한정판 등), 결제(당근페이)뿐만 아니라 지역 구인구직, 배달대행, 부동산, 중고차, 지역 서비스 중개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확보하리라 기대하죠.
‘넥스트도어’의 사정
당근은 ‘로컬슈퍼앱’이 목표인데요. 미국의 로컬슈퍼앱 ‘넥스트도어(Nextdoor)’를 참고해볼게요. 2011년에 론칭한 넥스트도어는 당근과 달리 커뮤니티로 시작했어요. 초기엔 실거주간 소통이 핵심이라 생각해 가입 인증을 무려 ‘우편’으로 했답니다. 가입 시 적은 주소로 코드번호를 담은 우편물을 보내고, 그걸 입력해야 가입 완료. 당연히 초기 성장 속도는 더뎠으나 찐 사용자를 모으며 커왔고, 이후 몇 차례 진화하며 코시국에 급성장! (가입절차는 쉬워졌어요) 지금은 미국 가구 1/3이 사용합니다.
작년 미국 텍사스주에 뜬금없는 폭설로 430만 가구가 정전이 되었는데, 이때 넥스트도어를 통해 안전한 피난길과 생필품을 어디서 구할지 알 수 있었죠. 소외된 여학생들에게 무료 생리대를 지원하는 중학교 교사의 글을 보고 대량의 생리대 기부가 몰린 일도 있구요.
반대로 인종차별적 글들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요. 이를테면 ‘수상해 보이는 흑인 남성이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다’류의 글이 올라와 논쟁이 일어나기도 한데요. 이런 생활밀착형 커뮤니티 기반에 중고 거래, 부동산, 지역 상권 홍보, 지역 행사, 분실물 찾기 등이 붙으며 성장했습니다.
넥스트도어의 주간 방문자 수는 3,600만 명, 작년 매출은 2,440억 원입니다. 매출은 대부분 지역광고에서 나오는데요. 아직 해외 확장에 돈을 쓰고 있어 수익은 분기 흑자와 적자를 넘나드는 수준이에요. 그에 반해 당근마켓은 월간 방문자 수 1,900만 명에 작년 매출 257억 원입니다. 물론 직접 비교는 어려워요. 수익 모델의 적용단계, 국가별 광고단가 차이와 커뮤니티와 중고 거래라는 주 방문 목적의 차이를 감안해야 하는데요. 그럼에도 당근마켓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긴 해요.
‘당근마켓’의 사정
중고 거래가 시작이었던 당근은 동네 생활을 키워 유저들이 더 자주 앱을 들락거리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엔 더 많은 스타트업 서비스들을 당근에 입점시키고, 온·오프라인에서 행사를 주최-관리하는 ‘페스타’라는 스타트업도 인수했어요. (당근클래스, 당근게임, 당근라이브, 당근예약, 당근여행 등의 새 상표도 출원) 지역 생활과 서비스에서도 유저들의 ‘당근 의존도(?)’를 높여 광고사업 등 수익모델을 강화하기 위한 빌드업이겠죠.
그리고 TV광고 중인 당근페이를 본격 밀고 있고, 테스트했던 당근 쇼핑도 본격화할 것 같습니다. 중고 거래 시 돈거래를 당근페이로 유도해 당근에서도 ‘결제’라는 행위가 익숙하고 편하게 만드는 게 1차 목표. 그리고 개인 간 거래를 넘어 다양한 동네가게 상품과 서비스도 당근에서 결제하게 만드는 게 진짜 목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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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한 지역광고 매출 성장과 페이 거래액이 올해 당근의 성적을 결정할 건데요. 둘 중 하나는 터져줘야 당근에 대한 긍정적인 목소리가 계속 힘을 받을 수 있겠죠. 사실 캐나다, 미국, 영국, 일본에서 전개 중인 해외사업에서 뭐가 터진다면 올해도 수익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은데요. 아직 이에 대한 소식은 찾을 수가 없네요.
여기까지 업계에서 가장 많은 기대-관심을 받는 스타트업인 당근마켓의 현황을 넥스트도어와 비교하며 살펴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 빈센트의 아카이브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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