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많이 들어가는 앱을 꼽으라고 하면, 당근(!) 이 앱을 꼽을 것 같습니다. 바로 당신 근처의 마켓, ‘당근마켓’ 서비스입니다.
새해 들어 물건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이사한 지 1년 반 정도가 되어가니, 처음 모습과는 달리 물건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제 방이 아닌 점점 ‘물건의 방’이 되어가는 상황. 그래서 불필요한 물건을 추리고, 이 중 상품 가치가 있는 것들은 당근마켓에 올려 필요한 분께 드립니다. 이렇게 당근마켓을 매일 이용하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중고 거래를 어떻게 했지? 하고 말이죠.
과거에는 중고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네이버 카페의 ‘중고나라’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곳에서만 독점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다 보니 ‘중고 거래는 원래 이렇게 하는 건가 보다’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번호를 교환해서 문자해야 하고, 믿을 만한 판매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거래 내역을 봤어야 했고, 가격 협상을 하다가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이곳이 아니면 거래가 안 됐기 때문입니다.
당근마켓을 이용하면서 중고나라에서 했던 거래들이 얼마나 불편했는지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간혹 당근마켓에 원하는 물건이 없어 중고나라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한없이 불편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는 불편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불편함’으로 느끼게 된 것이죠. 그래서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당근마켓의 어떤 기능이 과거에는 차마 몰랐던 중고나라의 불편함을 깨닫게 해줬는지 말이죠.
판매자와의 연락
중고나라를 이용할 때 판매자와 연락할 방법은 ‘문자’가 주였습니다. 그래서 판매자는 게시글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두었고, 개인정보 보호에 조금 더 민감한 판매자는 ‘010-일이삼사-오67팔’과 같이 검색이 되지 않는, 숫자와 문자가 합쳐진 번호를 남겨두기도 했습니다. 나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고 싶지 않았지만, 문자가 아니면 실시간으로 연락할 방법이 없었기에, 판매자도 구매자도 번호를 교환해서 연락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여러 판매자에게 동시에 연락한 경우, 번호가 문자함에서 뒤섞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상품을 보고 어떤 판매자에게 연락한 것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처음 문자를 보낼 때 상품 페이지 URL을 함께 보내면서, 이 판매자가 판매하는 상품이 어떤 것인지 박제해두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요즘은 중고나라에서도 문자를 공개하지 않고, 안심번호로 연락을 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안심번호로 연락을 했다가, 판매자가 다시 회신을 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번호로 연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안심번호로 보낸 문자와 판매자 번호로 보낸 문자가 매칭되지 않아, 어느 안심번호로 보낸 문자에 어느 판매자가 답장을 준 것인지 헷갈립니다.
당근마켓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물건을 중심으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1:1 채팅이 가능합니다. 번호 교환 없이, 그리고 어떤 상품으로 연락드린다는 걸 설명할 필요 없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합니다. 이를 경험하고 난 뒤, 중고나라를 이용하자 문자나 카톡으로 이야기 나누는 것이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거래 약속 정하기
저는 중고거래를 할 때 웬만한 것들은 모두 ‘직거래’하는 편입니다. 이는 물건을 판매할 때도, 구입할 때도 그렇습니다. 택배 거래는 판매와 구매 모 찝찝함을 남깁니다. 판매할 때는 물건을 어떻게 잘 포장하지, 파손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구매할 때는 벽돌이 오지 않을까, 상품이 판매자 설명 상태 그대로일까, 파손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직거래를 선호하는 편인데, 그동안은 거래 일정 및 장소를 정한 뒤 각자가 이를 기억해야 했습니다. 약속을 정한 뒤 약속 하루 전 또는 몇 시간 전에 상대방에게 리마인드를 해드려야 했습니다. 이 또한 중고거래를 위한 ‘당연한’ 절차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당근마켓에서는 1:1로 채팅을 하다가 거래 약속이 조정되면, 채팅방에서 바로 이를 일정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월 ○일 몇 시에 거래하기로 했다는 것을 채팅방 공지사항으로 남길 수 있죠. 또한 약속 30분 전에 알람이 오기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약속을 잊지 않고 준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기능을 사용하면서 추가되면 좋겠는 기능도 있었습니다. 바로 약속 장소를 추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디서 만나기로 했는지도 함께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 거래를 하다 보면 어디서 만나기로 했는지 대화 내용을 스크롤 올려서 봐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이름은 같지만 서로가 다른 곳으로 알아서 거래가 불발된 적도 있었습니다. 지도를 통해, 약속 장소도 함께 일정에 등록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내 휴대폰 일정으로 입력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내 일정은 휴대폰 일정으로 관리하는데, 그곳에 별도로 또 입력해둬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밴드에서 누군가 일정을 올리면 ‘아이폰 캘린더로 저장하기’ 기능과 같이 휴대폰 캘린더로 일정을 바로 저장할 수 있는 기능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맘에 드는 상품 추적하기
중고나라에서 맘에 드는 상품이 있다면 ‘북마크’를 했습니다. 하지만 상품이 예약 중이거나 거래 완료가 되었어도 북마크한 곳에서는 보이지 않기에, 게시글에 들어가서 확인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 뒤 예약 중이거나 거래 완료가 되었으면 북마크를 삭제해야 했죠. 그리고 가격이 변동 있는지 수시로 들어가서 확인하기도 했고요. 이 역시 중고 거래를 위해서는 제가 감내해야 하는 ‘당연한’ 불편함인 줄 알았습니다.
당근마켓에서는 맘에 드는 상품을 ‘찜’해두면 ‘찜’한 상품을 ‘관심상품’에서 한 번에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찜했을 때보다 판매 가격이 내려가면 알람이 와서 다시 한번 구매를 생각해보죠. 예약 중이거나, 거래 완료가 되면 라벨링 표시도 되기에 “지금도 판매 중인가요?” “예약 중입니다”라든지 “지금도 판매 중인가요?” “판매완료되었습니다”와 같은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 사라집니다. 내가 찜한 상품의 현재 상태, 현재 가격을 1:1 대화 없이 손쉽게 알 수 있도록 해준 겁니다.
가격 제안하기
중고 거래의 핵심은 ‘에누리’입니다. 판매자는 최대한 감가상각이 덜 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싶고, 구매자는 최대한 저렴하게 사고 싶어 합니다. 이런 밀당이 필수적으로 따른 거래다 보니 판매자와 구매자가 기분이 서로 기분이 상하는 경우도 흔치 않게 발생합니다.
중고나라에서는 가격 협상을 위해서는 대화를 무조건 시작해야 했습니다. 문자를 드린 뒤, 구매 가능한지 확인하고, 상품 구매 의사를 밝힌, 혹시 에누리가 되는지 최대한 조심스럽게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판매자의 답변을 기다려야 했죠. 이 과정에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습니다. 심지어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많았죠.
당근마켓에서는 어떨까요. 당근마켓에서 판매자가 ‘가격 제안하기’를 허용해놓을 경우, 구매 희망자는 ‘가격 제안하기’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가격을 적은 뒤 제안을 하면, 판매자가 수락을 했을 때만 채팅방이 개설됩니다. 즉, 판매자가 희망하지 않는 가격이라면 불필요하게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안녕하세요 판매 중이신가요, 혹시 에누리가 가능한가요, 이 가격에 괜찮나요, ‘같이 불필요한 대화를 할 필요 없이 원하는 가격만 찍어서 바로 가격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판매자도 ‘네, 안녕하세요, 얼마 원하세요, 그 가격으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 같은 불필요한 대화를 할 필요 없이 수락하지 않으면 제안은 끝납니다. 서로 번호를 교환할 필요도 없고, 감정적인 소모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상품 카테고리 자동 추천
중고나라에서 판매 글을 올릴 때 늘 망설인 건 어느 카테고리 게시판을 올려야 하는지였습니다. 카테고리 게시판이 너무 많다 보니, 내 물건이 어느 카테고리 게시판에 속하는지 한참을 살펴봐야 했습니다. 그래서 터득한 방법은, 같은 상품명을 검색한 뒤 게시글 하나를 열고, 그 상태에서 ‘글쓰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그 게시글과 같은 카테고리로 글쓰기 설정이 되어 카테고리 고민을 덜 수 있었죠.
당근마켓에서는 제품명에 이름을 검색하면 자동으로 카테고리를 추천해줍니다. 자전거를 검색하면 ‘자전거’가 카테고리 추천으로 뜨고, ‘아이폰’을 검색하면 ‘휴대폰’이 카테고리 추천으로 뜹니다. 어느 카테고리로 글을 올려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당근마켓만 믿고 상품명을 제목에 검색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 역시 과거에는 몰랐지만, 이제 깨달은 불편이었습니다.
마치며
당근마켓을 이용하면서, 중고나라를 이용할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불편함에 대해 확실히 체감했습니다. 중고 거래를 위해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불편함이라 생각했는데 앱 서비스를 통해 꺼내지고 개선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중고나라 거래를 아예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데이터베이스 차이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특정 상품 A를 구매하려고 하면 당근마켓에는 나오지 않아도, 중고나라에는 나올 수 있습니다. 전국을 커버리지 삼아 거래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우선순위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우선은 당근마켓에서 검색을 해본 뒤, 그곳에 없으면 중고나라로 가는 패턴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급한 건이 아니라면 키워드 알림을 걸어서, 그 상품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고자 합니다. 판매할 때도 우선순위는 당근마켓이 1순위입니다. 직거래해보니, 택배 거래를 위해 포장하고 물건을 보내는 일이 얼마나 귀찮은지를 체감하게 됐습니다. 데이터베이스 이슈는 당근마켓이 ‘국민앱’이 되어가면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마지막으로, 거래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혁신을 이어나가는 당근마켓 팀에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물론 이 글은 당근마켓으로부터 그 어떤 부탁도 받지 않은 순수 리뷰 글입니다. 사용자가 당연하게 여기고 따라 하던 것을 ‘불편함’으로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한 흔적이 서비스 곳곳에 묻어납니다.
몇 가지 당근마켓에 희망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우선은 결제입니다. 여전히 직거래를 할 때 계좌번호와 이름을 불러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빠르게 물건을 건네고 가고 싶은데, 결제 때문에 늦어지는 경우도 의외로 많았습니다. 은행 앱을 열어야 하고, 페이스 아이디를 인증해야 하고, 어디 은행인지 물어야 하고, 계좌번호를 받아 적어야 하고, 예금주가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 등이 생각보다 귀찮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당근마켓 캐시를 충전해두고 사용하는 것입니다. 현금으로 당근마켓 캐시를 충전하고, 거래할 때는 계좌이체가 아닌, 당근마켓 캐시를 이용해 결제하는 것이죠. 그리고 캐시는 언제든지 내 계좌로 뺄 수가 있고요. 그렇다면 거래를 완료할 때 서로의 이름, 계좌번호를 불러줘야 하는 불편함,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로컬 업체와의 결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로컬 화폐’로도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고요.
다른 기능으로는 ‘무료 나눔 모아보기’입니다.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내게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구하는 것인데요. 무료 나눔을 모아볼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더 자주 당근마켓에 들어와서 좋은 물건을 ‘득템’할 것 같습니다.
또한 더 적극적인 무료 나눔 흐름이 발생한다면, 불필요한 물건을 무료로 나눠주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많아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갈 수 있는 확률 역시 높아지겠죠. 자연스럽게 쓰레기로 버려지는 물건도 줄일 수 있을 테고요. 무료 나눔으로 올렸으나 발견성이 떨어져 연락이 오지 않으면, 그냥 버리는 게 낫겠다, 쪽으로 마음이 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오늘도 당근마켓으로 거래 한 건을 성사시키고 이 글을 씁니다. 내게는 불필요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되어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중고 거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당근마켓의 중고 거래 혁신 쌓기를 기대해봅니다.
원문: 생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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