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대선, 지역구도를 묻다: 조귀동 인터뷰 1/3」에서 이어집니다.
민주당의 호남 조직은 건재한가?
임예인: 이제부터는 반대로, 각 정당의 강세 지역에 대해 살펴보죠. 민주당의 호남 지역 조직은 강력하기로 유명하잖아요. 이번 선거에서는 어떠했나요?
조귀동: 무등일보의 3월 14일자 기사 <정책 어젠다 망각 ‘묻지마’ 민주만 호소>가 상당히 많은 걸 보여줍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출범한 광주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는 선거기간 내내 ‘유명무실’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10명으로 구성된 공동선대위원장은 당연직인 송갑석 시당위원장과 고등학생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2030으로 채워졌다.”
임예인: 2030을 주축으로 내세웠다는 게 나쁜 일은 아니지 않나요?
조귀동: 파격적이죠. 하지만 결국 ‘아무 것도 안 하고’ 2030을 얼굴 마담으로만 썼다는 게 문제예요. 기사를 계속 볼까요. “’출범이 곧 활동의 시작과 끝’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역할이 미진했다. 시당위원장과 지역위원장, 일부 영향력이 큰 출마자들의 사적 인연으로 구성된 ‘얼굴 마담’ 조직에 불과했다. 지난해 11월말 이재명 후보까지 모시고 대대적인 출범식을 가졌으나 이후 선대위원장 중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이는 4~5명이 다였다.”
임예인: 민주당은 왜 2030을 앞에 내세웠던 걸까요?
조귀동: 2030 지지율이 안 나오니까, 일종의 보여주기식 전략을 쓴 거죠. 그런데 실제로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을 받았냐 하면 그건 미지수인 거죠. 민주당은, 호남 2030 세대에게는 그냥 기득권 정당일 뿐이에요.
임예인: 2030 청년들이 정치권에서 들러리 역할에 그치는 게, 호남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양당 모두 특정 세대가 계속 해 먹고 있다는 지적이 많아요. 청년 국회의원들도 기성 정치인들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역할밖에 못 하고 있고요.
조귀동: 그건 2030 세대가 특정한 세력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표집단으로서 정체성이 없었으니까요. 다만 청년 정치를 내세우는 건 저는 좀 허상이라고 생각해요. 정치인이라는 것도 정당에서 경력과 지식을 쌓아야 하는 거고, 청년을 그냥 내세우기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기성 정치 세력의 들러리가 될 위험성이 높죠.
광주 복합쇼핑몰 논쟁, 지역 내 이해관계 갈등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임예인: 국민의힘 윤석열 캠프의 광주 복합쇼핑몰 공약이 표심을 꽤 흔들었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조귀동: 사실 광주 복합쇼핑몰은 윤석열 캠프에서 처음 제기한 어젠다가 아닙니다. 지난해부터 쭉 비민주당계 시민단체에서 제기하던 어젠다예요.
임예인: 그렇게 오래된 어젠다를, 왜 민주당에서는 내놓지 못했던 걸까요?
조귀동: 대형쇼핑몰 유치는 모두가 반기는 정책은 아닙니다. 복합쇼핑몰을 원하는 계층도 있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계층도 있죠. 화이트칼라, 공무원, 서울과의 소비격차에 예민한 젊은 계층에 어필하는 어젠다에요. 반면 근방 상인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어요.
임예인: 민주당에서는 소상공인 보호라는 가치를 더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
조귀동: 그런 면도 없지 않겠지만, 지역 정치와 지역 조직의 특성이 큽니다. 지역 정치인들은 지역 조직을 만들면서 시민사회에 침투하게 되는데, 이때 지역 조직의 상당수가 소상공인 계층으로 이루어지게 돼요. 월급쟁이들은 사실 별로 지역 정치에 관심을 기울일 이유가 없거든요. 반면 소상공인들은 복합쇼핑몰도 그렇고, 하다못해 도로 포장 하나에도 굉장히 예민할 수밖에 없죠. 복합쇼핑몰이 어젠다로 떠올랐다는 건, 저성장 상황에서 지역주민 사이의 이해관계 대립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임예인: 사실 과거에도 소상공인과 화이트칼라 간의 이해관계는 불일치하는 게 많았을 것 같은데요. 왜 이제야 갈등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걸까요?
조귀동: 기존에는 그 갈등이 민주당 하나만으로 조정이 되고 봉합이 됐던 거예요. 그런데 이제 그런 내부적인 이해관계 다툼을 조정할 역량이 없다고 봐야 하겠죠. 이건 민주당과 호남만의 문제는 아니고, 모든 지역이 다 마찬가지라고 봐야 할 거예요.
임예인: 왜 그럴까요?
조귀동: 지역 정당이 그 지역민 모두의 정당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이 정당이 전국 단위에서 중앙 권력 쟁탈전을 통해 개발 사업을 따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 경제가 고도화되면서, 철도나 도로를 깐다고 해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중앙정치에서도 지역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어요. 그러면서 지역민 공통의 이해관계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한 거예요.
임예인: 호남이 산업적으로 낙후되어가고 있다는 얘기는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관광지로서 각광받고 있지 않나요?
조귀동: 아닙니다. 광주의 경우 국내 주요 도시 중 내국인 관광객 수가 가장 적은, 관광이 활성화되지 못한 지역입니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 구장인 기아 챔피언스 필드 근처에 4성급 이상 호텔이 없을 정도예요. 원정팀들의 지정숙소로 벤틀리 호텔이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도 3성급이에요. 관광자원조차 저개발이 심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특히 청년 세대에서 소비 격차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호남 전체로 보아도 전주 등 관광지로 각광받는 곳이 있지만, 뚜렷한 관광자원이 부족하죠. 다른 지역과 비교해 발전되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2020년 시도별 여행객 지출액을 보면 전북(1406억원)과 전남(2082억원)은 경북(1562억원), 경남(1984억원)과 엇비슷한 수준입니다.
임예인: 이런 문제는 민주당이, 지역 정치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네요.
조귀동: 그 지역 조직이 유명무실하게 굴러가면서 어젠다에 있어서의 대안도 내놓지 못한 거죠. 특히 개발 사업 쪽이 잘 안 굴러갔는데, 반성은 없고 자화자찬만 존재했어요. 심지어 이용섭 광주시장 쪽, 지선에 대비하고 수성해야 할 쪽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전북도민일보는 2월 8일자 사설에서 “지난 30여년간 민주당 일당 독주체제로 인한 정치력 부재와 지역발전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민주당의 안일함이 결과적으로 전북 낙후의 악순환을 가져왔다는 평가”라고 대놓고 저격하기도 했습니다. 지역지배정당이 어떻게 무능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죠.
가덕도에서 메가시티까지, 영남 지역발전 비전의 미래는
임예인: 반대로, 영남 지역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조귀동: 경남의 경우, 제조업 침체에 따른 지역 내 불만이 크다고 봐야 할 겁니다. 다만 그 불만만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고요. 이주민 수가 많은 부산-울산의 인구적 특성을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여기가 특히 호남 출신 이주민이 많은데요, 한때는 영도구 인구 1/4가 호남 출신일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대기업 상용직 내지 화이트칼라의 이해관계가 민주당의 방향성과 서로 맞아떨어졌죠.
임예인: 그래도 그나마 영남은 지역발전 비전이 있는 편이잖아요. 가덕도라든가, 메가시티라든가…
조귀동: 하지만 그 비전에 실체가 있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그런 거대한 지역발전 비전이 성공한 케이스는 70년대, 80년대에나 찾아볼 수 있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구미 같은 거죠. 당시 구미는 아무 것도 없던 동네였는데, 거기에 공장을 많이 세우면서 급격하게 성장했습니다. 무슨 공업 개발, 산업 육성, 산업단지 건설, 산업복합체 건설, 이런 제조업 중심의 지역 개발이 다 그런 것들인데요. 90년대, 00년대 들어서면서 거의 없어졌다고 봐야 합니다.
임예인: 지역 개발이 왜 70, 80년대에는 성공했고, 00년대, 10년대에는 실패했던 걸까요? 박정희 대통령의 특별한 능력 때문에?
조귀동: 중앙에서 자원을 잘 배분했다기보다, 사업이 안 되고 외환을 못 벌어오면 그냥 접었어요. 이게 소련 방식인데, 승리하는 쪽에만 보급을 해 주고 지는 쪽은 가차없이 잘라 버리는 거죠. 실제로 당시 경제개발계획을 보면 원래는 기간산업 위주로 짜여져 있었는데, 점점 ‘수출 많이 하는 산업이 장땡’이란 식으로 바뀌어 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가발 산업 같은 게 크게 성장한 거죠.
임예인: 그래도 00년대에도 혁신도시 같은 모델이 있지 않았나요?
조귀동: 사실 혁신도시가 그나마 지역에 신도시 건설을 하려던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잘 돌아가고 있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실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고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전통적인 지역개발 모델 자체가 작동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봐야 할 겁니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죠.
임예인: 최근 이야기되고 있는 메가시티 같은 경우는 어떤가요? 김경수 경남지사가 내놓았고, 최근엔 실제로 계획이 가시화되고 있는 단계인 걸로 아는데요.
조귀동: 그나마 대안으로 돌아가고 있는 게 메가시티입니다. 다만 여기에도 문제점은 있어요. 첫번째는 거버넌스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부산, 울산, 창원이 메가시티로 묶인다고 해도, 실제로는 지역간에 이해관계가 갈립니다. A라는 시설을 창원에 지을 거냐, 부산에 지을 거냐가 굉장히 예민한 문제인 거죠.
임예인: 하긴 그렇죠, 마산-창원-진해 통합만 해도 엄청난 난리였으니까요. 또다른 문제는요?
조귀동: 산업 전략도 사실 잘 작동하지 않거나, 아니면 중앙정부에서 시혜적으로 내려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산 국제금융도시 육성 계획만 해도, 결국 금융 공기업을 내려보내는 식이죠. 실제로 어떤 금융 산업을 육성할 것인가, 자산운용으로 갈 건지, 지원사업이나 IT 서비스를 키울 건지, 사실 떠오르는 내용이 별로 없습니다.
가덕도 같은 경우에도 국제 물류 허브 같은 얘기를 했지만, 지형상 사실 곤란한 점이 많습니다. 실제 사업에 들어간 후에는, 작은 조정도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시행 과정에서 어느 정도 유연하게 바뀌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보이지 못하고 있지요.
충청에서 ‘조직’의 중요성을 엿보다
임예인: 충청권 같은 경우 영호남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지역 낙후, 몰락 같은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는 편인데요.
조귀동: 충청권은 경기도 배후 지역이니까요. 충청에서 경기도로 출퇴근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장들이 점점 충청권으로 내려온다는 의미입니다. 수도권 규제가 빡빡해지는 상황에서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 곳이 이제 그나마 충청권이니까요. 세종시 아파트가 비싸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임예인: 충청권의 표심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며, 일종의 캐스팅보트로 여겨졌잖아요.
조귀동: 그렇긴 합니다만, 실질적으로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계속 우위를 점해왔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국민의힘이 가지고 있던 풀뿌리조직이 어떻게 약화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데요. 당비를 몇 달 이상 납부한 당원을 민주당에서는 권리당원, 국민의힘에서는 책임당원이라고 하는데, 국민의힘이 상당히 많이 떨어집니다.
임예인: 그렇게나 많이 떨어지나요? 우리 탄핵 사태로 풍비박산이 났다지만, 국민의힘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지배 정당이었잖아요.
조귀동: 실제 수치를 보면 2021년 7월 기준 민주당 권리당원이 70만5000명이었던 데 비해 같은해, 8월 국민의힘 책임당원이 38만명에 불과했어요. 이준석 대표 취임 이후 책임당원 요건을 1개월 이상 당비납부로 바꾸고 입당 열풍이 불었음에도, 10월 기준 57만3000명으로 여전히 민주당보다 적었죠. 민주당의 권리당원 요건이 1년간 6회 이상 당비 납부로 더 엄격하고, 최근 권리당원 수가 많이 줄기까지 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갈 길이 멉니다.
충청권 같은 경우 더욱 충격적입니다. 충남의 민주당 권리당원이 4만명 정도인데, 국민의힘의 책임당원은 1만2500만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임예인: 그럼 오히려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의 지역정치 조직력이 더 약하다는 말씀이실까요?
조귀동: 원래 자발적인 형태의 조직은 민주당이 더 강력한 편입니다. 민주당은 일찍부터 인터넷 기반이나 당 외곽의 다양한 조직을 통해 인력을 충원해왔습니다. 이들이 기초의원부터 시작해 정치적 경력을 쌓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국민의힘은 오히려 그런 경로가 거의 없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원래 ‘대통령을 배출하는’ 정당이었기 때문에, 자발적인 참여보다는 관변의 힘이 강합니다. 그런데 정권 교체가 빈번해지며 정관계와 지방행정기구를 장악할 수가 없게 됐고, 여기에 정치자금법이 바뀌며 돈 선거가 어려워진 것도 국민의힘의 조직력을 약화시켰죠.
임예인: 돈 선거는 엄청나게 옛날 얘기 아닌가요?
조귀동: 2000년대 초만 해도 선거에 조직 동원을 위해 현금을 뿌리는 일이 공공연히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젠 이런 식의 조직 관리는 불가능합니다. 지역구 민원을 해결해주거나, 지자체가 발주하는 각종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정도가 그나마 방법이죠.
임예인: 조직력이 지방 정치에서 그렇게나 중요한가요?
조귀동: 중요합니다. 지역 조직은 대부분 지역 기반의 정치인들이, 본인의 조직을 만들고 확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지역 선거는 결국 권리당원 싸움인데, 당원 수도 더블, 당비를 내는 당원 수는 더 큰 차이가 나고 있죠. 특히 민주당이 좋은 성적을 거둔 2014년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의 풀뿌리조직 약화가 눈에 띄는 편입니다. 이러니 경합지역에서 민주당이 우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SNS를 통한 동원 기제도 민주당이 훨씬 더 앞서고요.
임예인: 그래도 이번 대선에서, 세종을 제외한 충청권은 전반적으로 윤석열에 더 많은 표를 던졌는데요.
조귀동: 강력한 정권 교체 여론과 더불어, 안희정 지사가 그렇게 몰락한 후폭풍도 크다고 봐야 하겠죠.
지역 정치의 성격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임예인: 말씀을 들으면 지역정치에서의 무력감이 느껴지는데요. 혹시 지역 정치 자체가 쇠락하게 될 우려는 없을까요?
조귀동: 그렇다기보다는, 중앙 정치와 따로 움직이게 되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일종의 ‘현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앙 정치와 독립적인 인물과 구조, 이해관계가 형성되는 중이죠.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대구와 광주 의원의 출신 대학 변화입니다. 2020년 총선에서 두 지역 모두 서울대 졸업자가 전멸했습니다.
임예인: 예전에는 서울대 출신이 많았나요?
조귀동: 그렇습니다. 대구 지역구의 경우, 2000년 총선(제16대)까지만 해도 경북고-서울대 출신이 국회의원 주류(55%·6명)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 총선(제21대)에는 서울대 출신이 한 명도 없습니다. 대신 경북대·영남대 출신이 58%(7명)로 늘었죠. 이는 광주도 마찬가지입니다. 2010년대만 해도 절반(4명)을 차지하던 서울대 출신이 사라지고, 대신 전남대·조선대 출신(6명)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임예인: 이제 ‘호남 출신’, ‘영남 출신’이란 이름표가 ‘민주당’, ‘국민의힘’이란 이름표보다 중요해지는 것일까요?
조귀동: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역 명문고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출세한 사람이 아니라, 지역에서 기반을 닦아왔던 사람이 유리하다는 이야기지요. 지역 정치 조직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고 봐야합니다.
임예인: 그럼 지역 정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조귀동: 예전에는 중앙권력의 장악에, 중앙 정치 엘리트와 지역 정치 엘리트가 모두 사활을 걸었습니다. 지역의 유권자들도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가 컸지요. 하지만 중앙 정치와 지역 정치의 분리가 점차 일어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한때 호남과 호남 출신 이주민의 당이었지만, 이젠 수도권 기반 정당으로 변모했습니다.
이러면서 지역정치는 독립적인 인물, 구조, 이해관계를 갖게 됩니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이제 더 이상 전국적인 지명도나 영향력을 갖춘 분들이 아닙니다. 대구와 광주 의원의 출신 대학을 쭉 살펴보면 이게 분명해집니다. 대구는 원래 경북고-서울대 출신으로 서울에서 출세한 사람이 주였는데, 2020년 되면 경북대나 영남대 출신이 주류가 됩니다. 광주 역시 과거에는 이름과 영향력이 큰 이들이었지만, 지금은 서울대 출신이 한 명도 없고 전남대나 조선대 출신이 주죠.
임예인: 여전히 지역에서 오래 정치해온 이들의 영향력은 강하지 않나요? 과거에는 ‘맹주’ 같은 표현도 자주 봤는데…
조귀동: 지역에서의 영향력은 여전하겠지만, 중앙 정계에서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10년 이상 국회의원을 하지만 중앙 정계에서는 별 영향력이 없는, 그런 정치인이 늘어나겠죠.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커져가면서, 이들은 점차 하위파트너의 역할을 맡게 될 겁니다.
임예인: 지역구 의원의 전국적인 영향력이 약해진다면, 지역 측면에서는 나쁜 것 아닌가요? 중앙정치에서 발언력이 좀 있어야, 지역 차원 어젠다를 밀어붙일 힘도 생길 것 같은데요.
조귀동: 지역 정치는 중앙정치에서 지역의 발언권과 상관없이 잘 돌아갑니다. 아이러니한 점이, 오히려 낙후된 구도심일수록, 고령자가 많을수록 지역 수준 정치는 잘 돌아간다는 점인데요. 민원을 넣는데도 더 적극적이고, 민원을 넣어서 할 수 있는 일도 더 많기 때문이죠. 하다 못해 맨홀 뚜껑이라도 바꿀 게 더 많습니다.
임예인: 그럼에도 지역 정치인들은 ‘내가 중앙과 친하니 예산 잘 따올게’라고 하잖아요. 지역 낙후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지역만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조귀동: 대형 개발 사업의 정치적 파급력이 줄었다고 봐야겠죠. 부산의 가덕도 공항 사업이 선거를 앞두고 허겁지겁 기획되었지만, 별다른 힘을 못쓴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근본적으로 보면, 지역이 점차 주변부화되고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앞으로 갈등의 전선은 호남 대 영남이 아니라, 수도권 대 지역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2020 대선, 지역구도를 묻다: 조귀동 인터뷰 3/3」으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