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직하면서 이전 직장 퇴직 처리 후 퇴직금이 IRP 계좌로 들어왔다. 출금 신청을 해도 되지만, 당장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 과세이연효과도 누리면서 IRP 계좌에서 연금으로 쭉 굴리기로 했다. IRP의 경우 연금저축펀드와 달리 포트폴리오 내 위험자산 비중을 최대 70%까지만 가져갈 수 있다. 나머지 30%는 RP나 MMF와 같이 안전한 자산으로 구성해야 한다.
연금은 20대 중후반인 내 입장에서는 30년 후에나 받아볼 수 있는 아주 먼 미래의 돈이다. 그리고 나의 노후 생활비를 책임져 줄 돈이기 때문에,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렇게 소중한 연금, 내가 직접 운용하자니 안정적으로 굴릴 자신이 없다. 바쁜 현생 때문에 연금 자산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기 어렵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사람들에게 딱 적합한 상품이 바로 TDF이다.
TDF란?
TDF는 Target Date Fund의 약자로, ‘생애주기형펀드’라는 뜻이다. 투자자가 설정한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의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펀드이다. 은퇴시기가 많이 남은 시점에는 주식 관련 비중을 높게 유지해서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은퇴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는 채권 비중을 높게 유지해서 보다 안정적으로 투자한다.
TDF는 투자자가 계속해서 신경쓰지 않더라도, 생애주기에 맞춰 알아서 리밸런싱을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반드시 본인의 남은 은퇴 시점에 맞춰 상품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은퇴 시기가 많이 남았지만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싶다면, 은퇴 잔여 기간이 적은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TDF 상품을 보면 뒤에 2030, 2040과 같은 숫자가 붙어 있다. 은퇴 예상 도를 뜻한다. TDF2025는 은퇴시점이 3년 뒤인 2025년을 가정하기 때문에 채권 비중이 높은 반면, TDF2050은 은퇴 시점이 28년 뒤인 2050년이기 때문에 주식 비중이 높다.
1월 말 기준 TDF 설정액은 7조 4491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배나 늘었다. 그리고 올해 7월부터 연금 시장에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영제도)이 도입될 예정이라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폴트 옵션이 시행되면 투자자가 별도로 운영 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 자동으로 TDF, MMF, 부동산인프라펀드, 원리금 보장형 상품 중 미리 지정한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게 된다.
현재 TDF 상품은 미래에셋 자산운용이 점유율 43.5%로 가장 높으며 그 다음으로는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자산운용, KB, 신한 순이다.
TDF의 장점과 단점
일단 가장 큰 장점은 알아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해준다는 점, 그리고 자동으로 분산 투자가 된다는 점이다. 주식, 채권, 리츠, 금 등 다양한 자산에 배분할 뿐 아니라 주식도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등 국내외 자산별 투자비중도 조절한다. 투자자가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올웨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
다만 단점은 지금처럼 주식 시장이 좋지 않거나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하락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건 리스크가 있는 투자를 한다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1개월, 3개월의 수익은 마이너스가 될 지라도 10년 뒤, 20년 뒤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앞에서 본 것처럼 TDF 상품들의 단기수익률은 최근 주식 시장과 채권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좋지 않았지만, 장기수익률을 보면 3년간 무려 30~40% 상당의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TDF를 고를 때 주의할 점
가장 크게 고려할 점은 자산 배분 구성이다. 기왕이면 글로벌 자산에 배분하는 TDF를 고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국내 자산에만 투자한다면 글로벌 우량 자산에 투자할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그리고 다들 알겠지만 코스피의 과거 차트를 보면 긴 세월 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장기 투자 관점에서 그리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S&P500이나 나스닥과 같은 미국 지수에 투자하거나 그 외 선진국 시장 등 글로벌 주식에 다양하게 투자하는 TDF를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두 번째로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는 것은 운용보수다.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운용보수가 높다면 투자 성과가 떨어질 수 있다. 현재 TDF2040 상품의 평균 운용보수는 연 0.2~0.35% 정도 수준인데, 앞으로 TDF 시장에서 마케팅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더 저렴한 수수료를 제공하는 상품들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같은 TDF2040이라 하더라도 자산운용사에 따라, 상품에 따라 구성 자산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매수하고자 하는 TDF 상품의 투자설명서를 꼭 꼼꼼하게 읽어보길 바란다.
원문: 찐테크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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