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뒤에 숨겨진 참혹한 진실
#BlackLivesMatter 운동이 달아오르던 무렵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한 흑인 소년이 백인 경찰과 뜨겁게 포옹하는 모습이었다. 이 흑인 소년은 한 백인 부부에게 입양된 소년으로, 이들은 이외에도 총 여섯 명의 ‘유색인종’을 입양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이 백인 부부를 응원했다.
그래서 이들 가족이 자동차 추락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많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났다. 사실 백인 부부는 아동 학대와 방임으로 여러 차례 신고를 당한 상태였다. 아이들은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정치 집회와 축제에서 서커스단처럼 공연을 해야 했다. 부부는 이 사진을 SNS에 올리고 ‘좋아요’를 받았다.
자동차 사고 전 이들 부부의 학대는 이미 드러나고 있었다. 배고픔에 지친 아이들이 이웃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부부는 반성하고 아이들을 놓아주기는 커녕, 아이들에게 약물을 투여한 채 절벽으로 달렸다. 법원은 이들에게 ‘살인’을 선고했고, 탐사보도 기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하트 부부에게 아이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액세서리이자, 도파민 같은 존재였다.”
소셜 미디어 중독=도박 중독?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스트레스를 마주한다. 소셜 미디어는 스트레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쉽게 거짓 자아를 만들 수 있는 수단이다. 덕택에 많은 사람들이 현실의 나와 전혀 다른 사람으로, 소셜 미디어 속 세계를 살아간다. 더 많은 ‘좋아요’와 ‘공유’를 위해 자신을 포장하고 가꾼다.
도박 중독자들은 단순히 돈을 따고 싶어 하는 게 아니다. 때로 도박에서 지고 싶어하기도 한다. 지면 질수록 도박 충동이 더 강해지고, 그러다 이기면 가장 강한 쾌감을 얻게 된다.
소셜 미디어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글과 사진이 더 많은 ‘좋아요’를 얻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예측 불가능성은 ‘좋아요’에 중독된 사람들을 더욱더 소셜 미디어에 몰입하게 만든다.
중독은 뇌를 바꿔버린다
많은 사람들이 ‘중독’을 개인의 의지의 문제로 치부한다. 하지만 뇌과학은 다르게 말한다. ‘도파민’은 중독을 이끌어내는 물질이다.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면 뇌는 행복을 느끼고, 도파민을 분비시킨 행동을 계속하려고 한다.
문제는 ‘뇌의 쾌락과 고통을 처리하는 부분이 같다’는 사실이다. 인체는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하고, 뇌 역시 쾌락과 고통을 양팔 저울처럼 동일하게 유지하려고 한다. 그래서 쾌락에는 그만큼의 고통이 뒤따르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쾌락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렵다면? 뇌는 저울의 기준점을 옮겨 버린다. 스스로 도파민을 수용하는 능력을 줄여버리는 것이다. 도파민에 중독된 사람들의 뇌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뇌에 비해 도파민 부족에 시달린다. 어지간한 수준의 도파민으로는 자극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도파민을 분비하는 활동을 갈구한다.
쾌락 과잉의 시대, 균형을 찾아야 한다
마약, 술과 담배 같은 것만이 중독 물질은 아니다. 디저트나 커피, SNS의 좋아요와 팔로워 수, 인터넷 커뮤니티, 심지어는 넷플릭스 정주행까지… 무엇이든 중독 물질이 되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너무 쉽게 쾌락을 얻을 수 있는 현실이, 역설적으로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 셈이다.
그렇다면 ‘쾌락 과잉’의 시대에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도파민네이션』은 이처럼 중독에 빠졌다 벗어나게 된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통해 해답을 찾아간다. 저자 애나 렘키 스탠포드대 교수는, 스탠포드 중독치료센터의 소장이자, 오늘날 중독 문제에 대한 최고 권위자다.
오랫동안 자위하기 위해 자위 기계를 만든 과학자,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먹어 치우는 의료기사,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몰두하는 한국인 유학생… 렘키 교수는 그녀가 직접 보고 겪은 여러 사례를 통해 중독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분투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동시에 렘키 교수는 그 자신이 중독 경험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책에서 그녀가 에로틱 로맨스 소설에 강박적으로 몰두했던 적이 있음을 담담히 고백한다. 책에서 제시되는, 중독에서 벗어나고 행복을 찾기 위한 여러 제언은, 전문가로서 진단인 동시에 경험자로서의 분투기이기도 하다.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
도파민네이션(Dopamine Nation)이란 표현은 도파민과 자본주의, 인터넷이 결합된 오늘날에 대한 렘키 교수의 진단이다. 또 렘키 교수는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 가능하고 쉬운 해결책까지 책에서 제시하고 있다.
렘키 교수는 첫 번째 해답으로 ‘작은 고통과 마주보기’를 권한다. 자신을 찬물 목욕이나 충분한 운동, 간헐적 단식처럼 제어할 수 있는 ‘작은 고통’에 노출하는 것이다. 뇌는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우리의 몸이 고통에 덜 취약하면서 쾌락은 더 잘 느끼도록 변화시킨다. 작은 고통으로 큰 고통을 다스리는 셈이다.
렘키 교수가 제시하는 두 번째 해답은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솔직해지는 것이다. 중독이 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처럼, 솔직함 역시 행복을 느끼는 신경 회로를 강화할 수 있다. 또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때, 개선과 치료가 가능하기도 하다.
마지막 해답은 수치심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수치심은 공동체에 대한 유대감은 키우면서도 중독 물질에 대한 의존은 줄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감정이다. 친한 친구 모임에서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여준 후, 부끄러움과 동시에 후련함이 든 적이 있다면, 아마 이런 친사회적 수치심이 적용한 결과일 것이다.
끊임없이 도파민을 찾는 자신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역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를 점점 더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그 중심에는 도파민에 중독되도록 만드는 수많은 기제가 있다. SNS를 즐길수록 공허해지고, 게임에 빠질수록 화만 가득 찬다. 생각 없이 계속하고 있지만 마음 한 켠이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 누구나 겪어봤을 것이다.
커피든 간식이든, 게임이든 연애든 삶에서 무언가에 빠지면 행복감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중독된 걸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해 괴로워한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먼저 중독의 기제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도파민네이션』을 읽는 일은 중독을 이해하고 ‘건강한 행복’으로 돌아가는 디딤돌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