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향을 알아보는 ‘맞춤형 커피’ 구독 서비스, 30억 투자를 유치하다
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손종수 브라운백커피 대표(이하 손종수): 커피 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라운백커피 손종수 대표입니다.
리: 음? 커피도 구독이 있나요?
손종수: 네. 가정과 달리 회사는 커피 관리하는 것도 일이니까요. 이미 탐앤탐스, 엔제리너스 등도 이 시장에 진출해 있어요. 커피 머신과 원두를 제공하고 관리해 드리는 거죠.
리: 엔제리너스면 롯데계열 대기업인데, 경쟁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손종수: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의 주 사업은 가맹점 확보고, 구독 사업은 수많은 부가 사업 중 하나예요. 그래서 탐앤탐스는 6년 전 구독 사업을 시작했지만, 고객사는 7~8백개 정도입니다. 반면 저희 커피 구독 서비스 ‘블리스’는 2년 만에 2000개 고객사를 확보했어요. 2년 전 100개가 안 됐는데, 20배 이상 성장한 거죠. 이 성장을 토대로 얼마전 30억 프리 시리즈A 투자를 받기도 했습니다.
리: 커피를 구독하는 회사가 빠르게 늘어나는가 보군요.
손종수: 회사가 진짜 커피를 많이 마시는 곳이에요. 커피를 카페에서 마시는 사람이 25%, 집에서 마시는 사람이 20%인데, 회사에서 마시는 사람이 33%나 돼요. 그런데 회사에 커피 머신을 가져다 놓아도, 보통 맛이 별로라 느껴요. 그냥 총무과에서 적당히 머신과 원두를 구매할 뿐, 관리가 잘 되지 않으니까요. 저희는 그 빈틈을 채우기 위해서 오피스에 맞춘 머신과 원두를 공급하는 거죠.
커피 시장이 포화라고? 데이터는 ‘절대 아니’라고 대답한다
리: 커피 시장은 늘 포화상태라고 하잖아요. 시장 상황은 어떤가요?
손종수: 그게 선입관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에 커피를 고작 2잔 마셔요. 일본은 4잔, 미국 5잔, 유럽 사람들은 10잔 가까이 마셔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아직도 인스턴트 커피가 80% 이상이에요. 반면 OECD 국가들의 인스턴트 커피 비중은 10%밖에 안 돼요.
리: 하긴, 카페 너무 많아서 망할 것 같다고 하지만, 10년 넘게 늘고만 있네요.
손종수: 맞아요. 그러면서 자기 카페만의 매력을 살리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죠. 그래서 처음에는 카페에 원두를 공급하는 걸로 시작했어요. 지금도 저희가 2,000곳 정도 되는 카페에 원두를 납품하고 있어요. 2017년부터 네이버랩 기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죠.
어려서부터 우리집은 가난했었고… 빚을 갚고자 시작했던 부동산 경매
리: 아까 여러 사업을 말아먹었다 하셨는데,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죠?
손종수: 저는 집이 너무 가난해서 군대도 면제받았어요. 대학교 2학년 때 어머니께서 암 투병을 시작하시면서, 제가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됐죠. 아르바이트에 과외만으로는 감당이 안 돼서, 반쯤 등 떠밀려서 사업에 뛰어들었죠. 첫 사업은 2003년에 대구에서 연 보드게임 카페였어요. 그때가 보드게임 카페 초창기였는데, 대부분이 서울에 몰려 있었거든요. 지금 열면 대구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홀랑 망했어요.
리: 왜 망했어요?
손종수: 아이템 자체가 노래방이나 PC방 정도로 전국화될 정도로 대중화될 아이템이 아니었어요. 고객들도 트렌드에 굉장히 빠른 사람들로 제한되어 있고요. 산업을 보는 눈이 없었던 거죠. 제 부족한 역량을 크게 느꼈고, 저를 믿고 동업해준 친구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창업자금을 다 빌려서 마련했으니, 거의 1억 빚을 졌어요. 빚을 갚으려고 일이 들어오는 대로 하기 시작했는데, 우연히 한 논술 강사가 적성에 맞더라고요.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지만 1년만에 억대 강사가 되었습니다.
리: 오… 말로만 듣던 억대 강사였군요.
손종수: 그런데 이걸로 제 개인부채는 갚아도, 집안 빚은 처리가 안되잖아요? 그러다 부동산 경매를 알게 됐어요. 큰 돈을 갚으려면 일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구나… 내가 가진 돈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야만 빚을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경매를 시작했어요. 같이 공부하던 분들하고 법인 설립할 정도로 일을 키웠죠. 그리고 지방 부동산의 전세와 매매가격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도시 계획과 공법을 살펴보며 전세를 안고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부동산 투자는 리스크도 낮고 레버리지 효과도 높아서 꽤 잘 됐어요. 다행히 빚도 갚고 작은 아파트도 여러채사며 어느정도 경제적 기반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리: 아니, 그렇게 많이 벌었으면 계속 부동산을 하시지…
손종수: 근본적으로는 저와 안 맞았어요. 저는 팀으로 함께 일을 키우고 싶은데, 부동산 경매는 너무 개인 역량에만 의지하는 면이 있었어요. 그리고 부동산 거래도 한번 꼬이면 한순간에 바닥으로 갈 수 있어요. 실제로도 제가 관둔 후에 금융위기가 왔죠. 저는 운 좋게 위기를 피했던 거예요. 이제 제대로 다시 사업을 해보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늘 ‘팀’으로서 일하고 싶어서 ‘매장’을 열다
리: 그래서 다음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손종수: 2008년에 한국 스무디킹이 런칭했어요. 여기서 프랜차이즈 체계를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고대, 건대, 학동에 매장을 하나씩 얻었어요. 이 중 고대점, 건대점이 둘 다 오픈하자마자 전국 매출 1, 2위를 찍었어요.
리: 장사의 신인가요;;;
손종수 대표: 그런데 겨울이 되니까 확 죽더라고요. 스무디가 원래 여름에 찾는 음료잖아요. 산업을 보는 눈이 얼마나 없었는지 깨달았고, 그러면 시즌을 타지 않는 사업을 하자 싶었어요. 그렇게 강남역에 ‘에브리데이 차’라는 카페를 열었어요. 커피집은 많으니, 차를 재해석하면 어떨까 싶었죠. 나름 명인을 찾아가서 새벽 3시부터 차를 제조하는 법을 전수 받고, 요즘 카페 가면 많은 디스플레이형 메뉴판도 그때 처음 개발했어요.
리: 결과는 어땠나요?
손종수: 그 사업은 제가 대주주도 아니었고, 결정적으로 제가 매장 비즈니스의 한계를 느꼈어요. 카페가 커질수록 사람이 많아지긴 하는데, 아침부터 밤까지 음료 만들고 접객하느라 다들 지쳐 있어요. 회식해도 다들 지쳐있고… 부동산 할 때와 마찬가지로 팀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죠. 그래서 건강보조식품 사업 하다가 접고, 핸드폰 맞춤형 액세서리 사업 하다가 또 접고…
리: 그 사업들은 왜 접은 거죠?
손종수: 사실 사업 자체는 나쁘지 않았어요. 국내 최초로 아로니아를 TV홈쇼핑에 내놓기도 했고, 인디 작가들과 협업하며 인기를 끌기도 했죠. 그런데 현금흐름이 쉽지 않았어요. 다음 달 딱딱 돈이 꽂히는 매장과 달리, 커머스는 어음처럼 돈이 늦게 들어와요. 그리고 고객이 계속 사주지 않으면 광고비가 더 들어요. 그런데 핸드폰 케이스를 자주 바꾸지는 않으니…
리: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군요.
손종수: 팀과 함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경험은 즐거웠어요. 하지만 좋은 사업은 지속 가능성이 있어야 해요. 그건 단순히 시장이 크다고, 성장률이 높다고 나오는 게 아니었어요. 그 경험이 지금의 브라운백으로 이어진 거죠.
리: 아하.
손종수: 그런데 예전 사업들이랑 브라운백은 시작부터 좀 달랐어요. 이게 정말 마지막 사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대로. 그래서 2015년에 있는 돈 다 털어 넣고 은행 빚까지 지면서 시작했어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커피 경험: 의도한 맛 그대로를 뽑아내는 ‘디지털 로스팅’
리: 그렇게 처음은 카페 원두 판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건가요?
손종수: 네, 원두가 되게 양극화된 시장이에요. 동서식품은 엄청난 양의 원두를 수입하고 블렌딩하죠. 대신 대량생산이다 보니 종류가 다양하기 힘들어요. 커피에 대한 열정만으로 해외 농장까지 직접 가서 시장을 개척하신 장인들도 있죠. 그런데 이분들은 자기 혼자만 할 수 있으니 사업화가 힘들어요. 그 중간 즈음에 기회가 있었어요.
리: 대기업과 장인들의 중간, 그건 어떤 시장인가요?
손종수: 커피는 맛도 중요하지만 취향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대기업은 빠르게 제품을 내놓을 수 없고, 반면 장인들은 자신만의 ‘정답’을 고집하죠. 저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빠르게 내놓아요. 고객들이 원두에 만족한다면 재구매할 거잖아요? 저희는 이미 100만의 구매 데이터와 6만여 개의 리뷰가 쌓여 있어요. ‘기업용 구독 시장’ 역시 이를 기반으로 나온 거고요. 이걸 토대로 4년만에 2천 개 카페에 공급하며, 네이버랩 1위를 찍은 거죠.
리: 왜 다른 회사들은 그런 일을 못했던 거죠?
손종수: 제가 사업을 여러 차례 말아먹었는데, 그러면서 ‘사업화’가 중요함을 알게 됐어요. 처음부터 계속 확장해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기존 로스팅 업체는 사람이 직접 조절하는 ‘가스 로스팅’을 했어요. 새로운 맛을 뽑아내는데 시행착오가 클 수밖에 없었죠. 가스레인지에 후라이팬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원두 하나 새로 만들려면 2년씩 걸려요. 그렇다고 기존의 시설을 뒤엎을 수도 없었어요.
리: 아무리 그래도 네이버 1위를 찍는 건 쉽지 않았을 텐데… 브라운백은 어떻게 달랐나요?
손종수: 저희는 ‘전기 로스팅’을 도입했어요. 이 방법은 ‘디지털 로스팅’이 가능하거든요. 원하는 값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원두를 로스팅하죠. 인덕션에 디지털 팬 방식이라고 보셔도 되겠네요. 그래서 원두를 빠르게 생산하며, 다양한 취향에 맞출 수 있죠. 실제로 저희는 석 달에 한 개꼴로 신제품을 냈고, 지금까지 상시 판매하는 원두가 50종이나 돼요. 업계 평균인 3~4종의 10배가 넘죠.
리: 카페들 반응도 좋았겠는데요? 우리 카페만의 맛을 만들 수 있는 거니까.
손종수: 처음에는 이름도 못 들어본 데서 ‘맞춤형 원두 만들어드립니다’ 하니까, 잡상인 취급 받았죠. 그래서 아예 업계 최초로 ‘무료 샘플 제도’를 시작했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카페에서 원두 샘플을 달라고 하면 그냥 보내줬어요. 공짜면 테스트 삼아서라도 한번은 써보니까요. 첫 해 매출이 2천만원이었는데, 다음 해 5억까지 올랐어요. 재구매율도 80% 찍으며, 15억, 28억으로 계속 성장했죠.
손종수: 처음에는 그랬지만, 뒤에는 취향과 기호를 맞춰주는 다양성이 받춰졌다고 생각해요. 미식가가 아니라도 본인이 선호하는 맛인지의 여부는 느끼거든요. 그렇게 저희 원두를 쓴 카페들이 유명해지니, 브라운백에는 다양한 커피가 있다고 입소문이 났어요. 워커힐 호텔 요청으로 ‘봄꽃 향이 나는 원두’도 만들고, 가수 박효신 씨가 팬들과 나누고 싶다고 원두 제작을 의뢰하시기도 했어요.
리: 박효신! 이제 뭐 승승장구만 남은 건가요?
손종수: 저희도 그럴 줄로만 알았죠. 그런데 2020년에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일이 생겼잖아요. 코로나…
승승장구할 줄로만 알았던 커피 시장을 무너뜨린 코로나19
리: 아, 코로나…
손종수: 난리가 났죠. 카페가 영업을 못 하는데, 원두가 팔릴 리가 없잖아요. 직원은 잔뜩 늘어났는데 매출이 바닥을 치니 눈앞이 깜깜해요. 그렇다고 죽는 시늉을 할 수도 없죠. 카페 사장님들은 아예 문도 못 열고 힘들어하시니까… 구성원들이 다들 불안해하니 제가 대표로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저도 그게 안 돼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으니까.
리: 3개월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3년째 끝날 기미가 안 보일 줄은 몰랐어요.
손종수: 구성원들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죠. 그때 생각난 게 커피 구독이었어요. 사람들은 어쨌든 커피를 마셔야 하는데, 카페가 안 된다면 집과 회사잖아요. 거기에서도 카페 수준의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해 주자, 그렇게 구독 서비스에 힘을 싣기 시작했죠. 매출액만 놓고 보면, 아직은 카페 원두 공급 수준은 아니에요. 다만 성장세가 워낙 좋다 보니 최근 30억 투자도 받게 됐죠.
리: 아까 탐앤탐스와 엔젤리너스도 구독사업을 하고 있다 했는데, 브라운백커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손종수: 회사에 원터치 전자동 커피머신을 렌탈해드리는 건 똑같아요. 다만 저희는 데이터가 있다 보니, 직장인이 선호하는 원두를 시즌에 맞춰 공급해 드릴 수 있어요. 반면 프랜차이즈는 매장 원두를 그냥 갖다 써요. 그 원두들은 에스프레소를 바탕으로 음료를 제조하는 데 최적인 원두인 반면, 저희는 데이터를 통해 딱 국내 사무실 환경에 적합한 원두를 납품하거든요. 또 주업이다 보니 관리도 더 철저하고요.
리: 보통 사람들은 프랜차이즈 커피의 맛이 나을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손종수 대표: 프랜차이즈 업의 본질은 원두 제조가 아닌 매장 운영이에요. 실제로 프랜차이즈가 원두 제조까지 잘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단적인 예로 이디야 커피는 매장이 2,500여 개를 돌파할 때까지 동서식품에서 원두 전량을 납품받았어요.
리: 가장 유명한 스타벅스의 맛은 어떤가요?
손종수 대표: 스타벅스도 공간이 주는 가치가 높은 거지, 맛은 그렇게 선호도가 높은 편이 아니에요. 스타벅스는 다크 로스팅된 원두를 사용하는데, 이는 견습 바리스타가 뽑아내더라도 일관된 맛을 뽑아내기 위해 쓰는 원두예요. 맛 자체는 너무 쓰고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죠.
리: 결과적으로는 잘 되는 방향으로 굴러갔네요.
손종수: 사실 그동안에는 살아남는 것만 생각했어요. 조직도 무리해서 안 키우고, 인사라는 것도 그냥 좋게 좋게 사람들 대하는 정도로만 생각했죠. 무리하지 않고 최대한 안정적으로 제 앞가림 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거든요. 사실 코로나 때문에 생존이 절박하기도 했고요.
리: 그런데 왜 30억 투자를 받았어요?
손종수: 구독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걸 보며 생각이 바뀐 거죠. 더 이상 성장을 외면하는 건 안정되는 게 아니라 도태되는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1위 자리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이 급성장하는 시장을 빨리 선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리: 쉽진 않을 텐데요.
손종수: 맞아요. 투자를 받고 회사를 키운다는 건 단순히 규모만 키우면 되는 일이 아니에요. 조직의 생리를 완전히 바꿔야 하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고, 계속 테스트하고 실패하며 성장해야 해요. 조직에 그로스 문화를 심기 위해 굉장히 다양한 시도를 했고, 그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고 실패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드디어 우리 회사만의 조직 문화를 만든 것 같아요.
리: 그렇게 해서 또 어디에 도전하시려고…
손종수: 커피 산업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만들거예요. 특히 ‘블리스’ 서비스에서는 고객경험상 현대적인 커피머신이 필수적이거든요. 사용하기 편리하고, 원두가 가진 맛을 잘 표현해주면서, 유지 보수 비용도 적어야 해요. 카페와 달리 오피스 커피 머신은 누가 매일같이 관리해주는 게 아니잖아요.
리: 이미 세상에 수백 가지 머신이 있는데, 좋은 거 골라 쓰면 되지 않나요?
손종수: 애플이 스마트폰 시대를 연 것은, 기존의 피처폰과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이에요. 커피도 그래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존 머신에는 한계가 있어요. 일리가 최초의 현대식 에스프레소 머신 ‘일레따’를 만든 게 89년 전인데, 이 일레따와 지금 머신의 구조가 거의 똑같아요. 이런 머신으로는 커피에 대한 경험을 개선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리: 왜 커피에 대한 경험을 개선해야 하나요?
손종수: 한국인의 삶에서 그만큼 커피가 중요해졌기 때문이에요. 커피는 단순히 음료가 아니라 지친 일상 속의 휴식이 됐어요. 데이터와 인사이트로 휴식의 질을 높이면, 나아가 고객의 삶의 질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세계 대회 1위 바리스타의 레시피로 만든 커피를 다음날 다같이 마실 수 있고, 아들의 레시피로 엄마가 커피를 즐기고, 현지 농장을 바라보며 커피를 음미하는 경험을 전달하는 것도 지금의 기술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리: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나요?
손종수: 외부적인 목표와 내부적인 목표가 있어요. 외부적으로는 커피라는 경험을 재정의하고 싶어요. 커피 산업을 디지털화하기 위해서는 그게 필수적입니다. 내부적으로는 확장성이 있으면서도 건강한 회사가 되고 싶고요. 예를 들어, 저희가 조직원들의 성장을 당연히 중시하긴 하지만, 동시에 정부의 일가정양립 진단에서 아웃라이어 급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거든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모두 중요한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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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익을 우선하던 중소기업이 조직문화를 개선하여 “고속성장 스타트업”으로 변신한 방법: 브라운백커피」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