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도 대비 약 4배, 15조 5657억. 배달앱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배달을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들게 해 준 코로나19의 상황이 핵심이지만, 그럼에도 성장률은 괄목할 만하다.
배달이 너무도 친숙해진 건 편의점 배달 활성화로 엿볼 수 있다. 편의점은 지난해 총 점포수 5만 개를 넘어섰다. 이것이 대단한 점은, 편의점은 자율규약에 따라 기존 편의점 반경 50~100m 이내에 신규 출점이 불가하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즉, 이제는 집을 나서기만 한다면 편의점 1곳 정도는 걸어서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CU는 전국 7,000여 점에서 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세븐일레븐 역시 4,500여 개 점포에서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올 상반기까지 배달 서비스 운영 점포를 6000점 이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배달은 픽업하러 가기에 부담스러운 거리를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좀 더 편할 수만 있다면 비용을 지출하는 게 전혀 아깝지 않은 수단이 돼버렸다. 그러니 기존 거리가 있는 배달은 오죽할까. 이제는 더 빨리! 를 외치는 고객들을 위해 단건 배달이 당연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배달 플랫폼은 상승하는 매출로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할까? 사실 내면을 살펴보면 마냥 그렇지도 않다.
20년 1조 클럽에 당당히 가입한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은 1등 배달 플랫폼답게 급격히 매출이 상승했다. 하지만 가파르게 오른 매출과는 반대로 마이너스가 된 영업이익이 눈에 띈다. 이는 쿠팡이츠 & 요기요와의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거쳐 프로모션 비용을 지출한 결과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20년 한 해 동안 소상공인과 라이더, 코로나19 의료진 등을 위해 약 800억 원을 지원했다. 배민 입점 사장님들 대상으로 대출이자 지원, 광고비 환급, 생계가 어려운 라이더 지원 등 알게 모르게 좋은 활동들도 많이 했던 셈이다.
자영업자&정부&라이더 3중고 압박
배민의 선한 행동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사실 이는 어쩔 수 없이 필요한 행동이기도 했다. 유독 배달 플랫폼에게 들이미는 깐깐한 잣대 덕분이다.
‘중개 수수료’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중개수수료를 때면 남는 것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경기도는 이를 제재하기 위해 공공 배달앱 ‘배달특급’을 만들어 상생을 외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배달 플랫폼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까딱하다 손가락질받기 좋은 타이밍이니까.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최근까지 중개 수수료 프로모션을 진행해왔지만, 이제는 슬슬 원상복구를 하고 있다.
중개 수수료 1000원 프로모션을 이어온 배달의민족은 3월 22일부터 수수료 6.8%+배달비 6000원(기본형 기준)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쿠팡이츠는 지난 2년간 중개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3일부터 중개수수료 9.8%+배달비 최대 5,400원을 적용했다.
물론 이 중개수수료는 자영업자에게 가뜩이나 상황이 안 좋은 시점에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배달 플랫폼 입장도 억울할만하다. 최근 대세화 되고 있는 ‘단건 배달’이다. 쿠팡이츠에 따르면 기존 프로모션 가격에서 배달 플랫폼은 단건배달 건당 3000원 수준 손해를 감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즉, 중개수수료 4,000원+배달비 5,000원 수준이 원가라는 것인데, 이를 변경된 중개수수료로 적용해보면 고객이 4만 원 치 음식을 시켜야 손해를 안 보는 셈이다. 여러 가지 변수로 차익은 변경될 수도 있지만, 배달 플랫폼도 마냥 쉽게 돈을 버는 것만은 아님이 분명하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야심차게 시작한 배달특급은 최근 3년간 투입된 운영비만 300억으로, 여타 공공앱처럼 세금으로 연명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으로 배달 수요가 전년 대비 약 50% 늘어난 반면, 라이더는 기껏해야 20% 미만으로 증가했다. 수요의 법칙으로 인해 라이더들의 몸값이 비싸지니 연결하기도 쉽지 않다. 누구 하나 내편이 없는 상황. 배달 플랫폼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굉장히 많다.
결국 핵심은 라이더 효율적 사용
그렇기에 배달 플랫폼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라이더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는 것이다. 배달비를 낮춰야 자영업자 & 고객 모두 불만을 잠재울 수 있으니까. 쿠팡이츠는 ‘라이더 분산 실험’을 시도하려고 한다. 현재 배달비를 급등시킨 주 요인은 특정 지역에 배달 라이더가 쏠린 현상이다. 경험이 풍부한 라이더들은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지역에 대기하고 있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생각대로, 바로고 등 배달대행업체들을 중간에 끼워 주문을 처리하는 배달의 민족과는 달리 쿠팡이츠는 오토바이, 자전거, 자동차 등 다양한 운송 수단을 활용해 크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라이더를 모집해왔다. 덕분에 3년간 배달 기사의 위치와 동선 등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라이더들의 배치를 최적화 시키 겠다는 계획이다.
배달의민족은 유통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와 제휴하여 묶음과 단건 배달을 결합한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주문을 접수한 라이더들이 묶음 배달을 하다가 배민을 통해 단건 주문이 들어오면 이를 최우선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마무리하며
라이더 최적화나 묶음&단건 배달 공존 시스템도 좋지만, 최종적으로는 라이더 동선을 최소화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는 비싸진 배달비 때문에 같은 아파트 주민끼리 함께 배달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거리가 가까운 음식점들을 하나로 묶어 배달 접수 현황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든 뒤, 같은 아파트나 동일 단지 등으로 배달 경로가 겹칠 때 라이더 한 명이 배달하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달 비용은 공유한 음식점끼리 더치페이를 하는 것이다.
굳이 이런 방법이 아니어도 좋다. 라이더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배달비를 절감할 수 있다면, 또 한 번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배달 플랫폼도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수익성을 위해 중개수수료를 포기할 수 없다면, 최대한 배달비를 낮춰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지금의 논란이 조금은 잦아들지 않을까.
원문: 유인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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