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화가 진행될 경우 대부분 뇌의 크기가 작아진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가축화의 목적이 고기·우유·털 등을 얻을 목적이라면 에너지를 소비하는 뇌가 작은 개체가 품종 개량 시 의도적이든 아니든 선택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뇌가 작아집니다. 이런 이유로 가축화된 동물 사이에서도 뇌의 크기는 서로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 관련 글: 사람과 접촉이 많을수록 소의 뇌가 작아진다?
비엔나 대학과 스코틀랜드 국립 자연 박물관의 과학자들은 1만 년 전 가축화된 고양이의 뇌의 크기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두개골이나 입천장(palate) 사이즈와 비교해도 확실하게 뇌의 크기가 집고양이의 조상인 아프리카 들고양이(Felis lybica)보다 작았습니다.
뇌의 크기가 많이 작아진 주된 이유는 위협에 대처할 필요성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신경능선세포(neural crest cell)의 수가 줄어든 것이 주된 이유로 여겨집니다.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응해 생존할 필요가 없고 인간이 제공하는 환경에서 변화 없이 살다 보니, 고기나 우유를 얻을 목적으로 개량되지 않았는데도 뇌가 작아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상대적으로 영리한 가축으로 여겨지는 개도 뇌의 크기는 야생 늑대보다 작습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사실은 가축과 함께 인간의 뇌 역시 문명화와 더불어 약간이나마 작아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능이 낮아진 건 아닐 수 있지만, 문명화된 인간이 역시 다양한 위협에 대처할 필요성이 줄어들고 반복적인 일상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생긴 변화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참고
- Brain size found to have decreased in domesticated cats
- Raffaela Lesch et al, Cranial volume and palate length of cats, Felis spp., under domestication, hybridization and in wild populations, Royal Society Open Science (2022). DOI: 10.1098/rsos.210477
함께 읽으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