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네모난 조간신문 본뒤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 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다 온통 네모난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화이트, 네모의 꿈 중에서 –
네모는 네모답게 사는 게 좋을까, 둥글게 살려고 노력하는 게 바람직할까?
인간 세상에서 네모로 사는 것은 여러모로 불리하다. 인간의 마음이 모난 모양보다 둥근 것을 선호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 의대의 마쉬 바(Mashe Bar)와 네이털 네타(Naital Neta)는 《Psychological Science》에 「Humans prefer curved visual objects」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인간의 둥근 물체에 대한 선호성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실험 설계는 매우 간단하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아래 그림과 같은 물건이나 도형의 쌍 중에서 자신이 더 좋아하는 것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a는 실제로 존재하는 물건이고, b는 아무런 의미 없는 도안이며, c는 둥근 것이나 모난 것과 관련 없는 통제 집단에 속한 물건이다.
연구자들은 인간의 본능적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84ms(84/1,000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물체나 도안을 노출시켰는데, 놀랍게도 사람들의 선호도는 매우 명확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자신의 평소 선호에 대해 짧게라도 생각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지만, 아래 결과에 나온 것처럼 본능적으로 둥근 것을 모난 것보다 좋아했다. 우리는 둥근 것을 좋아하도록 타고났다. 이제 우리는 셀카를 찍을 때 왜 볼을 부풀이며 사진을 찍는지 이해할 수 있다. 둥글게 보여야 호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네모의 꿈’의 가사에서 우리 주변의 많은 네모난 물체를 열거했지만 그 물체들 중 상당수는 이 노래가 발표될 당시에 비해 부드러워졌음을 알 수 있다. TV나 테이블 등 과거엔 네모의 전형처럼 불렸던 물건들이 지금은 곡선을 강조하거나 적어도 테두리는 둥글어졌다.
우리 인간이 둥근 것을 선호한다는 것은 비단 눈에 띄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격이 모났다는 말보단 성격이 둥글둥글하다는 말이 칭찬에 가깝다. 영어도 ‘angular personality (모난 성격)’와 같은 표현이 있고 중국어에도 ‘棱角分明的性格 (각진 캐릭터)’ 라는 표현이 있듯이 모난 성격이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은 우리 말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우리 말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표현처럼, 일본어엔 ‘出る杭は打たれる(튀어나온 말뚝이 두들겨 맞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 마음은 모난 것을 회피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 마음은 왜 둥근 것을 모난 것보다 선호할까?
우리가 본능적으로 둥근 것을 선호하는 이유는 지각적으로 모난 무언가가 대개 우리에게 위협을 주기 때문이다. 인간의 선조는 모나거나 뾰족한 물체엔 다치기 쉬웠으나, 둥근 물체에선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고 게다가 잘 익은 과일이나 채소와 같은 둥근 식물로부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모난 것은 항상 나쁠까? 그렇지 않다. 사무실의 가구는 가정에서 쓰는 가구에 비해 직선을 강조한다. 직선이 규율과 질서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군대의 지프나 트럭은 민간의 자동차보다 각진 모양이다. 강인함과 결단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선거 포스터에 나온 사진만 보고 후보자의 성격이나 능력을 판단하는 연구에서 남성의 각진 얼굴은 둥근 얼굴에 비해 결단력과 독립심,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네모의 장점도 분명이 있다. 그렇기에, 네모의 꿈은 옳다. 하지만 네모는 둥글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편이 유리하다. 모난 얼굴일수록 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한 미소가 필요하다. 모난 성격일수록 사람들과 둥글게 어울릴 수 있는 취미와 운동이 필요하다.
또한, 만일 둥근 얼굴이라면 호감은 쉽게 끌어낼 수 있지만 일에 있어 치밀함이나 결단력이 부족한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따라서 둥글둥글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일의 어떤 측면에선 자신감 넘쳐 보이는 태도를 보여야 하며, 때에 따라선 강한 자기 주관을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한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