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부산 부경대 학술정보센터에서 부산지하철 안전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발제자로 나선 부경대 윤영삼 교수와 부산참여연대, 부산지하철 노조 등은 전동차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며 이것이 사고 빈발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호선 전동차 83%가 20년 넘은 노후 차량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20년 이상 된 전동차를 노후차량으로 보는 서울시 규정을 부산에 적용하면 놀라운 수치가 나온다. 부산지하철 1호선 전체 전동차 360량 가운데 83%(300량)가 노후차량이다.
원래 전동차의 법적 내구연한은 25년이었다. 이 법령을 적용할 경우 부산지하철 1호선 전동차의 52%(186량)은 당장 운행을 멈춰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전동차 내구연한은 시민 안전보다 경제 논리를 우선시한 이명박근혜 정부에 의해 폐지됐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25년으로 규정돼 있던 내구연한을 40년으로 늘렸고, 박근혜 정부는 지난 3월 아예 관련 규정을 삭제해 버렸다.
이로써 검사만 통과하면 전동차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이러니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가 ‘83%가 노후차량’이라는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문제될 것 없다”고 큰소리치는 거다. 큰소리친다고 사고가 나지 않을까.
‘위험한 사고철’ 올해만 벌써 사고 네 번째
부산교통공사의 안일함을 꾸짖는 사고가 또 일어났다. 17일 오후 5시 부산 시청역에 진입하던 전동차 에어컨에서 불이나 승객 5명이 부상을 당하고 4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연간 수차례씩 사고가 발생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2011년에는 남포역과 범내골역에서 전동차 화재가 발생해 승객 수백 명이 연기를 뚫고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2012 8월에는 전동차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11월에는 터널 앞에서 고장으로 멈춰선 전동차와 후발 전동차가 추돌하는 위험천만한 사고가 발생해 승객 40여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올 들어 발생한 사고는 벌써 네 차례. 두 달에 한번 꼴로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지하철이 아니라 ‘사고철’이다. 1월과 5월에는 토성역과 범일역에서 전동차 화재가 발생했고, 6월에는 교대역 부근에서 정전으로 전동차가 멈춰섰다. 세월호 교훈을 잊지 않은 승객들은 ‘가만히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전동차를 탈출해 대피했지만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내놓은 안전대책 ‘정비 강화와 차량 리모델링’
전동차 노후화가 크고 작은 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부산교통공사는 “그렇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부산시는 “예산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탁상공론만 늘어놓는다. 연한이 오래된 전동차일수록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상식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안전보다는 예산,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을 앞세운 논리다.
부산시는 노후차량 교체 대신 ‘신차 수준의 리모델링’을 방안으로 내놓았다. 서병수 부산 시장이 리모델링을 위해 투입하겠다고 밝힌 예산은 1011억 원. 25년 이상 된 노후 전동차 186량을 신차로 교체하는 데 2790억 원이 소요되는 걸 감안한다면 이 리모델링 예산으로 노후 전동차 열 량 중 네 량을 신차로 교체할 수 있다.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식의 대안을 찾는다면 노후차량 교체가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교체는 불가능하니 차량을 리모델링하고 점검과 정비를 강화해 시민 안전에 차질 없이 대처하겠다는 게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의 주장이다. 어떤 식으로 차량을 검수하고 있기에 교체 없이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걸까.
검수 주기 줄이고 인원 감축… 이러고도 정비 강화?
부산교통공사의 전동차 검수는 세가지 단계로 나뉜다. 3일에 한번 일상검수가 이뤄지고 3개월마다 월상검수가 진행된다. 주요장치 동작상태, 기능 이상 유무, 기계적 결함과 외관 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영구 결합부품을 제외하고 전체를 분해해 정비하는 전반 검수는 4년마다 실시된다.
차량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인 만큼 검수 주기라도 단축했어야 했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검수 주기를 늘리고 검수 인력까지 감축했다. 2일마다 실시해오던 일상검수 주기를 3일로 늘렸으며, 검수인력은 1조 16명에서 14명으로 줄였다.
또 전반검수 주기를 4년에서 3년 이내로 줄이라는 감사 권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산시가 교통공사를 감사하며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주기 단축 지침을 내렸지만 공사가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KBS가 전반검수 주기 단축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를 묻자 곽동원 공사 차량처장 등 실무진은 이렇게 답했다.
부산교통공사의 궤변, 점검주기 단축 요구하자 “그건 과잉 정비”
“만약 (전반검수 주기를) 3년으로 한다면 또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부품 교환 주기라든지 이런 부분에 오버홀(전체 분해 및 점검)하는 부분을 통털어서 할 때에는 4년에 맞게끔 저희 차량이 제작돼 있고 3년으로 한다면 과잉 정비가 될 수 있다.”
‘과잉 정비’란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문제인데 ‘과잉’이라는 표현을 쓰다니 어처구니없다. 공사 측은 “굳이 뜯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뜯는다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얼버무렸다. 차량이 노후화됐다면 정비라도 자주하는 게 그나마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현재 부산지하철의 사정으로는 오히려 과잉정비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검수 주기 연장과 인원감축뿐 아니라 외주용역과 부품 수급도 문제다. 부산지하철 노조는 “중정비 외주용역으로 인한 정비의 질 저하가 사고위험을 높이고 있으며, 상당수의 부품이 단종된 상태라서 부품 교체도 원활하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한다. 최무덕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업체에 (부품) 제작·개발을 의뢰한다지만 기술력이 부족한 영세업체라서 검수직원이 부품 충당을 고민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지하철 주인은 시민, 일꾼은 주인 말 들어야
정비 주기 연장과 인원 감축, 계약직 증가와 핵심 부문 외주용역는 안전 사고 빈발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코레일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현장보수 인력과 운전·역무원 5천명을 감원하고 점검 주기를 완화한 1년 뒤인 2011년부터 크고 작은 사고가 꼬리를 물었다. 2011년 상반기에는 주당 1.2건의 사고를 일으키며 ‘사고철’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매일 시민 80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이다. 83%가 노후된 차량인데도 점검 주기를 늘리고 인원을 감축했다. 그것도 모자라 중정비까지 기술축적이 부족한 외주업체에게 용역을 줬다. 어떻게 시민 안전을 담보하겠다는 건가. 이러니 부산지하철을 ‘선로 위를 달리는 세월호’라고 부르는 것이다.
검수 주기를 단축해 달라는 당연한 요구에 ‘과잉 정비’ 운운하며 궤변을 늘어놓는 부산교통공사와 예산 타령만 하고 있는 부산시. 부산지하철의 주인이 누군지 모르는 모양이다. 부산시도 아니고 공사도 아니다. 부산 시민이 주인이다.
주인이 원하면 일꾼은 따라야 하는 법. 서병수 시장과 교통공사 사장은 노후차량 교체 등을 골자로 한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부산지하철, 선로위의 세월호가 될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7.3/부산 부경대)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취재에 도움을 주신 부산지하철 노조 관계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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