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이 또 가격을 올렸습니다!
지난 1월 11일 샤넬이 인기 있는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샤넬은 지난해에도 무려 4차례나 가격을 올린 바 있는데요. 표면적으로는 제작비, 원재료 비용의 변화 및 환율 변동 등을 이유를 들고 있지만, 속내에는 당연히 다른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샤넬을 비롯한 명품 브랜드들의 잦은 가격 인상에 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추론 중 하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실적 악화입니다. 명품 브랜드는 매출의 20~30%를 관광객들로부터 얻는다고 하는데요. 여행이 통제되면서 당연히 피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손해를 가격 인상으로 메꾼다는 건데요.
물론 어느 정도 일리가 있긴 하지만, 완벽한 설명이 되진 못합니다. 우선 작년에 소비가 회복되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서는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고요.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샤넬은 가격을 꾸준히 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샤넬 너 손민수하는거니?
그래서 명품 브랜드 가격 인상의 목적은 브랜드 가치와 명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근래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명품은 가격이 오를수록, 그래서 접근성이 떨어질수록 더 선호되는 특이한 성격을 가진 상품입니다. 명품의 희소성이야 말로, 모두가 명품을 갈구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인데요. 그렇기에 가격이 올랐는데도 수요는 증가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블룸버그에서는 2019년 이후 샤넬의 급격한 가격 인상은 에르메스의 지위를 노리는 거다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일부 상품의 경우, 무려 60%나 가격을 인상했는데 가장 인기 있는 제품 만이라도 에르메스와 비슷한 가격대를 만들려는 시도라는 겁니다.
실제로 샤넬 클래식 플랩의 경우 에르메스 토고 가죽 버킨백과 고작 100유로 차이나는 수준까지 가격을 올렸다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을 3대 명품 브랜드라 칭하는데요. 샤넬은 루이비통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에르메스와 같은 부류로 묶이길 원한다는 거죠.
그러면 가격을 올리면, 샤넬의 명성이 에르메스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백화점 VIP 고객들 사이에서는 샤넬 기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말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요? 우선 잦은 가격 인상과 더불어 최근 리셀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대두된 오픈런 현상이 문제입니다.
제품 가격은 치솟지만, 대중성은 높아지면서 오히려 브랜드 격은 떨어졌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건데요. 오픈 시간 이전부터 몰린 고객들로 인해 쾌적한 쇼핑은커녕 매장 방문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 고객 경험을 망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샤넬은 코로나 유행으로 인한 매장 폐쇄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패션의류와 잡화는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는 원칙을 지킨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처럼 어렵게 지키고자 했던 오프라인 경험이 무너지고 있지만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에르메스가 비싼 진짜 이유
더욱이 이와 같은 오픈런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에르메스와 같은 반열에 오른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에르메스가 가진 명성은 단지 가격이 비싸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에르메스는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브랜드입니다.
버킨백이나 켈리백을 사려면 다른 상품의 구매실적이 있어야 하고, 그마저도 운이 나쁘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건 너무 잘 알려져 있지요. 이와 같이 희소성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이를 설득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개발하는 것이 바로 에르메스를 특별한 브랜드로 만드는 강력한 원동력입니다.
그리고 에르메스는 이와 같은 스토리를 지키기 위해 여러 원칙들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에르메스는 아직까지 수공업 생산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경쟁자인 샤넬이나 루이비통은 공장 생산을 하고, 심지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등 해외 생산도 마다하지 않고 있지요.
이로 인해 에르메스의 외형 매출은 경쟁 브랜드 대비 작지만, 적어도 명성만큼은 최고의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알맹이는 빠트린 채 가격만 올리고 있는 샤넬의 행보, 역풍을 불러올만하지 않은가요?
원문: 기묘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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