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분야… 하지만 관리 자산만 1조 원
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간단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박희영: 점프컴퍼니 대표 박희영입니다.
리: ‘점프컴퍼니’는 어떤 회사인가요?
박희영: ‘지식산업센터’, 한마디로 ‘지산’ 전문 플랫폼이에요. 부동산이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저희는 상업용 오피스 사무실, 그 중에서도 ‘지식산업센터’라는 부동산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플랫폼이에요.
리: 잘 되고 있나요?
박희영: 현재 관리하고 있는 자산이 1조 정도예요. 총 10만 평 정도를 분양했는데, 롯데타워 전체 면적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축구장으로 치면 45개 정도. 국내 지산 점유율에서 압도적인 1위입니다.
리: 얼마 버시는데요?
박희영: 2021년 기준 매출액 170억원이고 영업이익도 매년 상당하게 내고 있어요. 별도에 외부 투자 없이 자체적으로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리: 헐… 나름 오랫동안 커왔나 봐요…?
박희영: 그렇지 않아요. 2019년에 매출액 3억 정도로 시작했어요. . 전체 자산 800억 정도를 돌리는 주식 투자 플랫폼이, 최근 2천억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하는데요. 저희가 운용하는 자산은 1조에 가까우니, 그 이상의 가치로 투자 유치 중입니다.
도떼기 시장 같던 지식산업센터 분양에 ‘메기’가 되다
리: 지식산업센터라는 개념이 생소해요. 이름만 들으면 무슨 연구기관 같기도 하고…
박희영: 다양한 회사의 사무공간, 지원 시설이 입주하는 초대형 오피스 부동산이에요. 한 곳에 많게는 수백 개, 천 개 단위의 기업체가 입주해요. 과거 아파트형 공장이, 현재는 지식산업센터로 발전했다 생각하면 됩니다. 제조업부터 IT업까지 입주 가능하고 세금 감면, 대출이 잘 나와서 인기가 많습니다. 성수, 문정, 가산, 구로 등에서 볼 수 있는 사무실들이 바로 지식산업센터에요.
리: 꽤 큰 시장일 것 같은데요. 어떻게 점프가 그렇게 앞서나갈 수 있었나요?
박희영: 지식산업센터 분양은 아는 사람만 아는 업자들의 분야였어요. ‘꾼’들도 적지 않았죠. 분양 홍보관 가 보면 쇼핑백 들고 물티슈 나눠주며 감언이설로 어떻게든 팔기 바빠요. 심지어 스팸 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고요. 영업사원이 분양 후 건물 관리는 물론 임대까지 맞춰주겠다고 해 놓고, 영업사원이 도망가 버리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신뢰가 없는 시장이 돼 버린 거죠.
리: 대표님은 무엇이 달랐나요?
박희영: 저희는 부동산 플랫폼에, IT를 녹여냈어요. 부동산이 분양으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임차도 해야 하고, 관리도 계속 해야 하죠. 저희가 만든 ‘점프 에셋’이라는 앱을 사용하면, 자산 관리는 물론, 도면 확인, 부가세 환급, 임대료 납입 관리 등이 모두 앱 안에서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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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앱이 있으면 어때요? 사업 측면에도 도움이 되나요?
박희영: 아까 ‘먹튀’하는 영업사원도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투자 이후 우리가 모든 걸 다 책임지고 해드려요. 사무실 관리는 물론이고 대출, 임대료 계산, 나중에는 현장 추천까지 해드리려 해요. 그러니까 신뢰가 가죠. 고객들이 한 칸만 사고, 다신 안 살 거 아니거든요. 이분들이 다시 저희를 통해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집니다. 이미 저희 통해, 수십 칸을 구매하신 분도 계세요.
안정적인 대기업 개발자에서, ‘돈 안 되는’ 기부 앱에 뛰어들다
리: 어쩌다 이런 일을 하게 되셨어요?
박희영: 원래 LG 전자 개발자였어요. 나름 사내에서 인정도 받았죠. 그런데, 회사에만 있으면 충족되지 않는 뭔가가 있었어요. 차라리 밥을 안 먹고 잠을 못 자도, 뭔가를 하고 싶은 거죠.
리: 그래서 어느날 뙇! 사표를 던진 건가요?
박희영: 그건 아니고 일단 ‘도너도넛’이라는 기부 앱을 만들었었어요.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기획서를 냈는데, 대상까지 타버렸어요. 현금 3천만 원이 세금도 안 떼고 제 통장으로 바로 꽂혔어요. 그걸 그냥 혼자 먹었어야 되는데… (웃음) 이 상금은 100% 실제 앱을 만드는데 써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리: 어떤 앱이었나요?
박희영: ‘기부하는 당근마켓’ 같은 거예요. 동네 사람끼리 중고 물품을 올리는 건 같은데, 저희는 판매자가 설정한 기부단체에 돈을 기부하는 거죠.
리: 개발 공수가 꽤 들었겠어요.
박희영: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 후 저녁과 주말 1년 내내 지인들과 개발을 했어요. 처음엔 3명 정도였다가 나중엔 10명까지 늘었어요. 다들 의무감에 밥값이랑 교통비만 받아가며 재능기부한 거죠. 막상 앱을 만드니 더 아쉬운 거예요, 이 좋은 게 이렇게 끝나도 될까… 결국 그렇게 LG를 퇴사했어요.
리: 운영은 어떠셨어요? 돈이 안 됐을 것 같은데…
박희영: 맞아요. 돈이 안 되는 이상한 영업을 시작했죠. 하루는 친구랑 차 두 대에 한가득 박스째로 잡동사니를 받아왔어요. 기부단체에 들어왔다는 물건들이었죠. 그렇게 짐을 풀었는데, 와이프랑 대판 싸웠어요. ‘이딴 걸 갖고 왔다‘고요. 다 팔 수 없는 것들이에요. 밤새 고르고 골라서 겨우 팔 만한 걸 찾은 게 속옷 몇 점, 그거 방바닥에 늘어놓고 사진 찍고, 그거 3천 원, 5천 원에 팔고… 결국, 다시 LG로 복귀를 했죠. 예전 평가가 나쁘지 않아서, 돌아오라고들 이야기는 해주셨거든요.
LG로 다시 복귀, 하지만 여전한 열망
리: 복귀해보니 어떻던가요?
박희영: 디지털 사이니지 쪽 소프트웨어 개발을 리딩하게 됐죠. 팀장까지는 아니지만, 제가 리드한 파트 규모만 20명이었어요. 원래는 작게 시작했는데, 성과가 괜찮으니 점점 커진 거죠. 그런 와중에도 기부 앱은 계속 운영을 했고요.
리: 돈도 안 들어오는데, 그렇게나 운영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박희영: 이게 사회에 어떤 울림을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좋게 말하면 의무감이고, 나쁘게 말하면 바람든 거죠. 신문기사도 몇 번 나왔거든요. 돌이켜보니 그런 것들이 문제입니다. 신문에 나오고, 잡지사에서 인터뷰 들어오고… 그래도 5년이나 하다 보니 안 될 건 알았죠. 이제 접을 때구나… 하면서도, 창업에 대한 갈망이 또 생겼어요.
리: 아니, 그렇게 대차게 망하고 또…
박희영: LG에서 잘 안 됐으면, 아마 LG에 계속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LG에서 너무 빠르게 팀이 커졌고, 그 과정에서 하고 싶었던 걸 다 해봤어요. 그러니까 더 미련이 없었던 것 같아요.
리: 그렇게 두 번째로 LG를 나가서는, 바로 다시 창업을 하신 건가요?
박희영: 아뇨, 중소기업으로 갔어요. LG에서 잘 해 나가면서 새로운 의문이 생겼거든요. 큰 조직에서는 잘 되는데, 밖으로 나가면 왜 안 되는 걸까? 대기업과 창업은 경험을 해봤으니, 중소기업에서 작은 팀을 이끌어보려 결심했죠. 마침 기부 앱을 하면서 알게 된, 기부 단체들을 위한 작은 IT 회사가 있었어요. 거기 시스템을 뜯어고치러 들어갔죠.
세 번째 도전, 중소기업에서의 경험
리: 중소기업은 어떠셨어요?
박희영: 대기업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죠. 사내 지원이나 IT 시스템도 부족했지만… 제일 새로운 건,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는 경험 그 자체였죠. 완전히 무에서 시작하는 기분이었어요. 정말 개고생을 했죠. 무거웠던 시스템을 애저(Azure) 기반으로 바꾸고, 고객들이 원하던 신기능을 집어넣고… 그렇게 2년만에 일을 다 끝내자, 드디어 연습이 다 된 것 같았죠. 대기업에서 할 수 없던 날것의 경험을 했으니,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리: 그리고 나서는 창업을 하신 건가요?
박희영: 우선은 영업을 하자 생각이 들었어요. 밑바닥에서 뭐든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그걸 가르쳐 준 친구가, 기부 앱을 같이 했던 친구에요. 제가 LG로 돌아갈 때, 그 친구는 노트북을 빌려주는 개인 사업을 시작했거든요. 대단한 게, 법인도 아니고 개인한테 하나하나 빌려줘요.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한테 개인 배달해서, 2만 원, 3만 원씩 받아요. 영업도 다 개인 블로그로 하고요.
리: 그래서 그 일을 하게 되셨어요?
박희영: 제가 그 일을 해 보고 싶다고 하니까, 저는 먹물 먹어서 안 된대요. 하나하나 나사 조이고 닦아서 고객에게 돌려주고, 이런 서비스를 할 수 있겠냐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그 길로 그냥 퇴사해 버렸어요. 이젠 나도 아무 것도 남은 게 없으니까, 그 일, 하게 해 달라고. 그제서야 그 친구가 노트북 30대를 준비해 주더라고요.
리: 그렇게 노트북 30대를 가지고, 영업 전선으로…
박희영: 정말 고마운 친구죠.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너무 고마워요. 그런데… 정작 그 노트북 갖고 영업은 못했어요.
리: 아니, 왜…?
박희영: 한 번 해보고 나니까 아 이건 스케일업이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그때 제가 배울 만한 선후배들을 쭉 리스트업해서 찾아뵙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그중 한 사람이 그 노트북 사업을 하는 친구였고, 또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형님이 계셨어요. 그분이 부동산 영업을 제안하시길래, 그때부터 직방, 네모, 알스퀘어를 보며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기 시작했어요.
계란으로 바위 치기, 영업부터 시작하다
리: 그렇게 부동산의 세계로 뛰어드신 건가요?
박희영: 그렇죠. 마침 그 형님이 지식산업센터 영업을 하고 계셨거든요. 그런데 시장을 분석해 보니 궁금해지는 거예요. 가치는 좋은데, 왜 사람들이 잘 모르지? 왜 홈페이지 하나 없고, 엉터리 블로그 마케팅밖에 안 보이지? 제가 판을 흔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생리를 파악하기 위해, 영업사원부터 시작하기로 했죠.
리: 영업은 어떤 식으로 하셨어요?
박희영: 처음엔 소프트웨어와 온라인으로 멋지게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 들어가니까 분위기가 달라요. 현황판 그려놓고, ‘누가 얼마 팔았습니다!’ ‘돈 들어왔습니다!’ 그러면 박수 쳐 주고… 그 분위기에 압도되니까, ‘이러다 난 하나도 못 파는 거 아니야?’ 하고 겁이 나더라고요. 어떻게든, 하나라도 팔아야 한다는 생각만 강하게 들었어요.
리: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박희영: 뭐 어떻게 했겠어요. 친구 찾아가는 거죠.
리: 사주던가요…?
박희영: 안 사주죠. 하도 아무도 안 사주니까, 제가 강원도 사는 여동생도 주말마다 찾아갔어요. 제발 하나라도 사 달라고요. 그런데 안 사주더라고요. 친구들한테 무작정 부탁하고 다니느라 친구 여럿 잃을 뻔도 했죠. 1개월 동안 하나도 못 팔았어요. 당연히 한 푼도 못 벌었고요.
순식간에 영업왕이 됐지만, 개발자의 피로 ‘플랫폼 개발’에 들어가다
리: 왜 그렇게 안 팔렸을까요?
박희영: 당연한 얘기에요. 이게 싸봤자 2억, 3억이고, 비싸면 10억도 넘어요. 그때 알았죠. 이게 블로그에 글 잘 쓴다고 팔리는 게 아니구나. 면대면으로 설득을 해야 되는구나. 지인들이 사 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고마웠어요. 적어도 만나주잖아요. 제 설명을 들어주고, 질문을 하잖아요. 그 과정이 저를 성장시켰어요. 그렇게 1개월쯤 되니까, 갑자기 엄청나게 팔리기 시작하더라고요.
리: 얼마 정도 파셨어요? 3~4억 정도?
박희영: 아니죠. 3~40억 정도.
리: … 엄청난데요. 비결이 뭔가요.
박희영: 보통 잘하는 영업사원이 1년에 30억을 팔아요. 그런데 저는 들어와서 한 달만에 30억이란 성과를 낸 거예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분양대행사 선배가 멘토로 있었던 점이나, 14년간 직장 생활하며 친구, 직장동료 들에게 신뢰를 잘 쌓아온 점, 마지막으로 내가 직접 투자해보고 고객들도 같이 끝까지 간다는 마인드로 임했기에 진심이 통했던 거 같아요.
리: 그 다음부터 영업 사원으로 아주 정점을 찍으셨겠어요.
박희영: 그런데 그렇게 팔고 나니, 겁이 났어요. 영업을 못 하겠더라고요.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쩌나… 그래서 영업은 스톱하고, 개발자 버릇 남 못 준다고, 지산 분양 영업사원들을 위한 ‘점프’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리: 어떤 플랫폼이었어요?
박희영: 예를 들어, 영업사원이 고객에게 A라는 현장을 프린트 주면서 열심히 설명했어요. 그런데 이 고객이 A 현장은 관심 없고, B 현장이 궁금하다고 그래요. 그럼 어떡하겠어요. ‘B 현장 자료는 프린트 안 해 왔는데요’ 하고 포기할 순 없잖아요. 그때 태블릿 딱 꺼내서, ‘점프’ 사이트에 들어와서 B 현장을 브리핑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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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영업사원들을 위한 플랫폼, ‘점프’의 시작
리: 돈은 좀 됐나요?
박희영: 돈은 단 하나도 안 됐어요. 영업사원들을 위한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데, 딱 2만 원 받았거든요. 도메인까지 연결해주고 나면 남는 게 개당 몇천 원이에요. 대신 영업사원 수천명이 쓰니까 전국 지산 데이터는 엄청 쌓였죠.
리: 그러면 직방이나 다방처럼, 그 데이터를 토대로 사업화에 들어갔나요?
박희영: 아니요. 이게 팔고 끝이 아니에요. 팔았으면 임차를 해야죠. 저는 친구들한테 팔았잖아요? 제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임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했죠. 쌍방 간의 계약서가 어떻게 작성이 되고 어떻게 전산화가 되는지, 임차인은 어디서 오는 건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이번엔 부동산에 가서 중개보조원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리: 진짜 대기업 스타일이네요. 그 모든 과정을 다 아시려고 한다는 게…
박희영: 제가 다 책임질 수준으로 알지 못하면 불안해요. 부동산에서 6개월 정도 배우면서, 그쪽에서 쓰는 용어들, 법칙들, 생태계에 대해 배웠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제가 일했던 그 부동산을 인수하면서, 그게 점프 부동산의 1호점인 광교점이 되었죠. 지금 전국적으로 8개까지 확장했고, 내년에는 20개 정도로 늘릴 예정이에요.
리: 앱을 내놓았는데, 왜 굳이 부동산이 필요한 거죠?
박희영: 두 가지죠. 먼저 분양 후 건물 관리를 위해서는, 저희가 직접 부동산을 차려 챙겨야 했어요. 또 하나는 분양을 더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예요. 지산 영업사원, 점프 플랫폼 운영, 부동산 운영까지 다 해보니, 이제는 어떤 걸 팔아야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지 알겠더라고요. 이번엔 지인들 뿐 아니라, 차를 끌고 공격적으로 영업에 들어갔어요.
리: 그래서, 이번엔 결과가 어땠어요?
박희영: 3개월 안 걸려서 300억을 팔았어요. 백 칸.
‘점프’와 함께 시작한 영업, 단숨에 삼백 억을 팔다
리: 아니, 대체 어떻게 300억을 팔 수 있었던 거죠;;;
박희영: ‘점프’ 사이트가 큰 역할을 했어요. 기존에는 지산 영업사원들은 파는 것까지가 딱 역할이었잖아요. 산 입장에서는 불안해요. 그런데 제가 부동산을 차리니, 사이트에서 부동산까지 이미 체계적인 종합관리 시스템을 갖고 있는 거예요. 이걸 아예 ‘점프 에셋’이라는 앱으로 제공했어요. ‘저는 단순한 영업사원이 아닙니다. 끝까지 남아서 고객님의 계약 사무실을 관리해 드릴 겁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거죠.
리: 300억을 팔면 엄청 버셨을 텐데, 기분이 어땠습니까…
박희영: 제가 팔았던 물량이 미분양 물량이었어요. 그러니까 팔기 어려운 물량이었죠.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저 같은 초짜에게 인기 있는 현장 물량이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러니 미분양 현장에라도 가야 했던 거죠. 그런 물량을 혼자 300억 파니까, 이 바닥에 엄청나게 소문이 퍼졌죠. 자연히 점프도 유명해졌고요.
리: 분양하는 입장에서는 영업사원이 누구든 팔아주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왜 인기있는 현장에는 들어가기 힘들었던 건가요?
박희영: 영업사원들도 최소한 먹을 파이가 있어야, 다음 현장에도 옵니다. 현장에 100칸밖에 없는데 무리하게 영업사원을 1천명을 세팅했다고 해 보세요. 그럼 900명은 아무것도 못 팔잖아요. 그럼 그 900명은, 다시는 이 분양업자가 주관하는 현장에 안 가겠죠.
리: 그런데 혼자 미분양을 미친 듯 팔다니, 시행하시는 분들이 엄청 분양해달라 달라붙었겠는데요…
박희영: 그렇죠. 하지만, 저는 거기까지만 하고 또 빠졌어요. 다른 영업사원 분들이, 남은 물량 잘 팔라고 도와드렸죠. 결과적으로 미분양건을 싸게 구매하신 고객님들은 임차도 다 맞춰지고 매각차익도 크게 올랐구요. 저도 믿어주신 고객들에게 고마웠죠.
리: 그냥 점프가 다 팔면 훨씬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지 않나요?
박희영: 부동산은 독점이 없어요. 혼자 다 먹으려다 동맥 경화만 생깁니다. 게다가 고객이란 어디서 올지 모르거든요. 그리고 거래되는 돈의 단위가 크기 때문에, 결국엔 사람을 통해서 옵니다. 광고는 온라인에서 보더라도, 결정은 사람을 만나서 귀로 듣고, 얼굴을 보고 하게 돼요. 그걸 혼자 다 할 순 없어요. 스피커가 많아야 현장도 붐업이 되죠. 결국 상생이 중요한 거예요.
리: 매출이 크게 늘면서, 직원도 많이 뽑아야 했을 것 같은데요.
박희영: 10명도 안 됐어요. 심지어 작년 1월까지는 저 혼자 했어요. 1년만에 사람이 확 늘어난 겁니다.
리: 영업을 혼자서 다요? 그 많은 현장을 혼자 관리하실 수가 있어요?
박희영: 그렇죠. 300억까지 가니까 도저히 혼자서 못하겠다, 주변에 좀 도와달라 하며 자연히 회사가 커진 거예요. 함께 할 때 무조건 ‘영업하실래요?’라고 물어봐요. 개발자, 마케팅, 임원진까지 전부 다요. 왜냐하면, 이 사업은 고객을 알아야 돼요. 전해듣는 듣는 건 의미가 없어요. 고객과 계속 소통해야 진짜가 나와요.
리: 그렇게 조직이 세팅되면서, 매출이 크게 오른 건가요?
박희영: 맞아요. 조직이 세팅되니 한 달 거래액이 1천억이 넘었어요. 그때 어떤 비전을 봤죠. 이 사람들이 영업을 몇십 년씩 한 것도 아닌데, 폭발적으로 성장이 이뤄진 거예요. 여태까지 만들어 놨던 ‘점프’의 브랜드 가치, 시스템의 편의성이 엄청났던 거죠. 이제 분양 뿐 아니라 시행(토지를 매입하여 직접 건물을 짓고 분양하는 것) 에도 적용해보자, 그렇게 시행도 시작했어요. 물론 시행을 담당하는 상무님께도 ‘상무님도 직접 팔아봐야, 어떤 땅이 잘 팔리는지 알 거 아닙니까?’라며 영업을 시켰죠.
고객의 삶, 그리고 부동산 업계 자체를 바꾸고 싶다
리: 헐… 시행은 어쩌다…?
박희영: 그것도 빈말이 아니라, 진짜 고객들을 위해서 그렇게 한 거예요. 지금 저희 고객이 800명 정도 되는데, 실은 못 산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요. 10배 이상이 못 샀어요. 사고자 하는 사람보다 공급 물량이 현저히 없는 거예요. 그래서, 직접 시행을 해 볼까 하는 데 생각이 닿은 거죠.
리: 점프의 시행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박희영: 저희의 노하우가 집약된 형태가 될 거예요. 일반적인 오피스와 달리 ‘로봇 빌딩 시스템’이라고, 로봇이 안에서 택배도 나르고, 청소도 하는 시스템도 넣을 거고요. ESG까지 도입해서 관리비도 좀 많이 절감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로봇 서비스 스타트업으로 유명한 ‘라운지랩’과 협력 중으로 저희 판교 직영점인 ‘부동산 라운지’에 오시면 보실 수 있어요.
리: 앞으로 점프는 어떤 일에 집중하게 될까요?
박희영: 본질에 집중해야죠. 그러려면 다 잘해야죠. 좋은 물건을 구해오고, 점프를 통해 편하게 지산을 관리할 수 있게 해야죠. 그러면 그렇게 번 돈을, 다시 점프를 통해 지산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겁니다. 지금까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부동산이 리스크가 큰데, 고객분들이 점프가 보험처럼 느껴지신대요. 덕택에 마케팅 비용도 거의 없이, 입소문으로 고객이 계속해서 늘고 있어요.
리: 건물관리에 시행에… 회사 비즈니스 모델의 복잡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박희영: 그렇지 않아요. 파이프라인이 시행부터 분양, 임대, 관리까지 수직으로 다 이어집니다. 일의 복잡도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단순해져요. 사실 이렇게 해야 책임 소재도 명확하고, 임차인 입장에서 마음도 편한데 파편화되며 자꾸 문제가 생겼던 거죠. 앞으로는 점점 저희 같은 모델, 끝까지 임대인과 임차인의 가치를 생각하는 모델이 늘어날 거라 생각합니다.
리: 회사를 어디까지 키워가고 싶으세요?
박희영: 첫째로, 프롭테크 스타트업으로의 면모를 강화하고 싶습니다. ‘점프 에셋’을 통해 부동산 자산관리 기능을 지금은 점프의 고객만 이용할 수 있지만, 그 외 전체 고객에게도 오픈할 예정입니다. 대출 추천 등 기능도 확대하고 있구요.
리: 금융 자산을 관리하는 앱에 ‘토스’가 있다면, 건물 자산을 관리하는 앱에는 ‘점프 에셋’이다?
박희영: 맞아요. 이런 앱 기능의 강화와 함께 점프 임대인 전용 중도금 대출 상품, 점프 임차인 전용 월세 결재 신용카드 상품을 하나은행과 같이 개발 중이에요. 부동산의 계약부터 대출, 임대, 매각까지 이 모든 것을 IT로 손쉽게 관리해주는 회사가 되고자 합니다.
개발자 적극 채용 중이니 연락주세요. 지식산업센터 투자도 같이 하실 수 있습니다.
리: 연봉 협상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박희영: 네, 그리고 나아가 상장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현재까지 큰 투자나 PR없이 영업이익을 냈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투자도 받고자 해요. 조 단위 자산을 관리하면서 IT로 부동산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프롭테크 스타트업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고객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제일 뿌듯한데, 상장하면서 제가 고객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표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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